가족여행이 보편화되면서 학교에서 주관하는 수학여행이 꼭 필요한지 의문을 표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높은 비용과 안전에 대한 우려로 수학여행을 꺼려 실제 학교에서 수학여행을 진행해도 20%가 미참가하는 상황이 벌어지기도 한다.
1일 국가데이터처에 따르면 2024년 한 해 동안 15~19세의 국내 당일 여행 경험률은 89.5%, 숙박 여행 경험률은 70.3%에 달한다. 숙박 여행 동반자는 가족이 73.9%로 압도적으로 높았고, 친구·연인이 22.1%로 뒤를 이었다. 학교 단체(수학여행 등)는 3.8%에 그쳤다.
이는 20년 전인 2004년 통계와는 180도 달라진 모습이다. 당시 15~19세의 국내 당일 여행 경험률은 65.4%, 숙박 여행 경험률은 83.6%다. 교통 문제로 당일보다 숙박 여행이 많았던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숙박 여행 동반자는 학교·학교 내 단체가 46.4%에 달했다. 가족·친지는 33.6%, 친구·연인은 13.4%였다.
숙박으로 이용한 시설(복수응답)도 2004년에는 가족친지집이 30.1%로 가장 많았고 유스호스텔이 22.8%이 뒤를 이었다. 콘도미니엄은 3.4%, 호텔은 1.9%에 그쳤다. 2024년에는 펜션이 33.2%로 가장 많았고, 가족친지집이 26.8%, 호텔이 16%였다. 연수원·수련원은 0.8%에 그쳤다.
수학여행도 보통 '2인 1실'로 호텔에서 숙박하면서 과거처럼 한 방에 학생들이 20~30명이 모여 진실게임을 하거나 베개싸움을 하는 등의 모습은 사라진 지 오래다. 호텔에서는 층마다 안전요원을 배치하고 밤 10시부터 다음 날 아침 6시까지 복도를 순찰하곤 한다. 다만 학생인권 강화로 소지품 검사를 할 수 없어 수학여행에서 음주 등 일탈 행위를 예방하기가 어려워지고 있다.
이렇다보니 수학여행을 진행하더라도 불참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서울 A 중학교 3학년은 지난해 9월 2박 3일로 인천 수련원에 다녀왔지만, 170명 중 35명이 불참해 135명만 참가했다. 5명 중 1명은 미참가한 셈이다.
서울 A고등학교 2학년도 지난해 9월 학부모 동의율 70%를 겨우 받아 강원도로 2박 3일 수학여행을 다녀왔지만, 총 재적 학생 236명 중 33명이 불참해 203명만 참가했다. 수학여행에 불참하면 학교에서 마련한 대체 수업에 참석해야 한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 관계자는 "수학여행은 필수교육과정이 아니기 때문에 교육현장의 판단에 따라 할 수 도 안 할 수도 있다"며 "수학여행을 안간다고 해서 학생들의 학습권이 침해되는 것은 아니"라고 말했다.
다만 저소득층이나 조손가정 등 가족여행을 다니기 어려운 청소년의 경우 학교에서 주관하는 여행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미국, 영국 등에서도 역사, 문화체험을 위해 주로 졸업여행으로 수학여행(overnight field trips)을 진행한다. 미국은 숙박형의 경우 학생 대 인솔자가 10대 1이어야 한다. 한 교육청 관계자는 "가족여행도 좋지만 학생들끼리 단체생활을 해보는 것도 교육적인 의미가 있다"며 "학교가 아닌 공간에서 또래끼리 의견을 조율해 보는 것도 좋은 경험"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