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in리포트]
면역체계 이상으로 생기는 '시신경척수염'
시력저하·안구통증·보행장애 등이 주증상
반복된 재발로 영구적 후유증 남아…"조기진단 중요"

#직장인 서정민씨(가명·여·40대)는 일주일 전 병원에서 시신경척수염 진단을 받았다. 밤에 자다 눈을 뜬 서씨는 갑자기 왼쪽 시야가 뿌옇게 보이고 안구 뒤쪽에 찌르는 듯한 통증과 이물감을 느꼈다. 서씨는 "다행히 근력 약화나 하지 마비 등은 없지만 당장 눈이 흐리게 보이니 일상에 지장이 생겼다"며 "현재는 스테로이드 주사 치료를 받는 중"이라고 말했다.
눈에 발생하는 질환은 유독 예고 없이 찾아오는 경우가 많다. 그중에서도 시야가 흐려지거나 눈 뒷부분에 통증이 나타나는 '시신경염', 근력 저하 등이 발생하는 '척수염' 증상은 '시신경척수염 범주질환'에 해당할 수 있다. 이는 뇌와 눈까지 연결된 중추신경계를 스스로 공격해 발생하는 희귀 자가면역질환이다. 첫 발병 후 제대로 된 치료가 이뤄지지 않으면 재발이 잦고, 반복되면 실명과 마비 등 심각한 장애를 남길 수 있어 조기 진단과 치료가 중요한 병이다.
시신경척수염 범주질환의 정확한 발병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다. 다만 환자 70~80%가 '아쿠아포린-4(세포막을 통해 수분을 옮기는 통로 역할의 단백질)' 자가항체를 보유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면역체계에 이상이 생겨 스스로를 공격하는 자가항체가 만들어지고 이것이 아쿠아포린-4와 결합해 신경의 손상과 괴사 등이 나타나는 것이다. 서양인 대비 동양인 유병률이 높고 성별로는 여성이, 연령별로는 30~50대에 환자가 집중되는 양상을 보인다.
대표적인 증상은 시신경염과 척수염이다. 시신경염 증상은 시력 저하, 색각이상(색을 정상적으로 구분하지 못하는 것), 시야 손실, 안구 통증 등이 있고 척수염 증상은 근력저하, 대소변 및 보행 장애, 등과 목 쪽의 통증 등이 있다. 시력 저하의 경우 한쪽 눈에서만 발생할 수도, 양안 모두에서 발생할 수도 있다. 시력 저하나 색각이상 증상을 보인 뒤 괜찮아졌다 다시 나타나기도 한다. 이외에도 △딸꾹질이나 구역감이 멈추지 않고 반복되는 '맨아래구역 증후군' △어지럼증·안면마비·구음장애 등의 '급성 뇌간 증후군' △과도한 졸음이나 기면증을 보이는 '급성 사이뇌 증후군' 증상을 보일 수도 있다.
중요한 건 조기진단이다. 오지영 건국대병원 신경과 교수는 "시신경염과 척수염 외에도 맨아래구역 증후군, 뇌간 증후군과 같은 상대적으로 낮은 빈도의 증상이 나타나면 시신경척수염 범주질환을 생각지 못하고 넘어갈 수 있다"며 "이 역시 시신경척수염 범주질환의 첫 발현일 수 있는 만큼 의심된다면 검사를 받아보는 게 좋다"고 말했다.
초기엔 환자에게 고용량 스테로이드를 투여해 염증 증상을 완화하는 급성기 치료가 이뤄진다. 만약 스테로이드 투여만으로 치료 반응이 충분하지 않다면 혈장교환술을 시행한다. 혈장교환술은 혈장분리기로 자가항체가 있는 환자의 혈장, 즉 질병을 유발하는 항체를 제거한 뒤 보충액인 알부민(단백질)으로 대체해 재주입하는 방식이다. 2~3일 간격으로 6회 정도 시행된다.
급성기 치료 후엔 면역억제제 복용 치료를 진행한다. 재발 억제를 목표로 장기 복용이 필요하며 재발이 줄거나 없어졌다고 해서 약 복용을 중단하는 것은 권장하지 않는다. 한 번이라도 재발할 경우 신경에 손상이 쌓이고 재발 횟수가 늘수록 신경학적 손상 역시 증가하기 때문이다. 시신경척수염 범주질환의 치료 목표는 재발 횟수를 줄이는 것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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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교수는 "처음 발병 시 느꼈던 증상 외에도 이 질환에서 나타날 수 있는 다른 (여러)증상도 인식하고 있어야 지체 없이 병원을 방문해 검사할 수 있다"며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하면 영구적 후유증이 남을 수 있는 만큼 초기에 치료를 받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