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학교 현장체험학습 중 사고가 발생하면 교사의 형사책임 적용 범위를 합리적으로 조정하는 방안이 본격적으로 논의될 전망이다. 교육계 안팎에서는 '중대한 과실'이 있는 경우에만 면책을 제한하는 방식과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형사소송을 교사 대신 맡는 '국가소송책임제' 등이 대안으로 거론된다.
3일 교육계에 따르면 교육부는 현장체험학습 위축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교사·학부모·전문가 등이 참여하는 공론화 절차를 준비하고 있다. 앞서 이 대통령은 지난달 28일 소풍·수학여행 등 체험학습이 줄어든 현실을 언급하며 제도 개선을 지시했다. 이어 30일에는 교육부와 법무부에 "현장체험학습과 관련해 각계 의견을 공개 토론을 통해 수렴하라"고 주문했다.
논의의 핵심은 교사의 형사책임 면책 범위를 어디까지 인정할지에 맞춰질 전망이다. 교사가 '업무상과실치사'로 처벌된 판례가 등장한 이후 학교 현장에서 현장체험학습을 기피하는 분위기가 확산돼서다. 실제로 지난해 2월 춘천지방법원은 2022년 속초 현장체험학습 중 초등학교 6학년 학생이 차량에 치여 숨진 사건과 관련해 인솔 교사에게 금고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당시 교사가 학생 안전 확보를 위한 주의의무를 다하지 않은 과실이 있다고 보고 형사책임을 인정했다.
교육계에서는 다양한 개선책이 제시되고 있다. 대표적으로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이 없는 경우 교원을 면책한다'는 조항을 법에 명문화하고 '중대한 과실'의 판단 기준을 구체화하는 방안이 거론된다. 해외에서는 이미 형사책임 기준을 '중대한 과실'로 명확히 설정해 교사의 면책 범위를 구체화하고 있다.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이 지난해 12월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영국·호주·일본 등은 교사가 표준화된 절차와 지침을 충실히 따랐는지를 중심으로 중대한 과실이 있는지 판단한다. 주의의무를 현저히 위반해 학생 안전에 중대한 위험을 초래한 경우에 한해 책임을 묻는 구조다.
반면 우리나라의 현행 '학교안전법'(학교안전사고 예방 및 보상에 관한 법률)은 교사 면책 조항의 기준이 명확하지 않다. 학교안전법 제10조 5항은 '안전사고관리 지침에 따라 안전조치 의무를 다한 경우에는 학교 안전사고에 대해 민·형사상 책임을 지지 않는다'고 규정해 교사 면책 조항을 두고 있다. 다만 '안전조치 의무'의 범위가 불명확해 판례에서는 학생 이동이나 안전 관리 등 기본적인 의무를 충분히 이행하지 않았다고 판단될 경우에도 중대한 과실로 인정한다.
권오영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현재의 법적·제도적 환경은 교사에게 '무한 책임'을 강요하면서 예측 불가능한 돌발 사고에 대해서도 교사에게 포괄적인 '보호감독 의무'를 묻고 있다"며 "주요국들이 '합리적 면책'을 제도 운영의 핵심 원리로 삼는 만큼 한국의 입법 방향이 교사 개인에 대한 처벌 위주가 아닌 '과정 중심의 예방적 안전관리'와 '중대 과실 중심의 책임주의'로 전환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교원단체는 국가소송책임제 도입도 해법으로 제시한다. 국가소송책임제는 정당한 교육활동 과정에서 발생한 분쟁에 대해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교사를 대신해 소송 주체로 나서는 제도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는 지난달 논평을 통해 "체험학습과 같은 교육활동과 관련해 실효성 있는 면책 장치로 국가 책임 소송제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교육부는 공론화 과정을 거쳐 다음 달 중 교사 면책 범위를 확대하고 체험학습 관련 업무 부담을 완화하는 대책을 내놓을 것으로 보인다. 교육부 관계자는 "다른 법 체계에서도 이유를 불문한 무조건적인 면책은 인정되기 어렵다"며 "현장과 법률 전문가 의견을 반영해 합리적인 범위에서 면책을 확대하고 교사들이 법적 보호를 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