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지자체마다 노점 및 불법 점유 시설 정비는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과 같다. 법원 승소 판결을 받고도 3년 넘게 갈등이 지속된 노량진수산시장 현대화 사업이 대표적이다. 서울 광진구 건대입구나 동대문구 일대 노점 정비 역시 신속한 강제집행 이후 장기 천막 농성으로 이어지며 극심한 사회적 비용을 치러야 했다.
이전을 통한 대체 부지 조성 방식도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지는 못했다. 경남 창원시 마산합포구(시장 공영주차장 이전), 서울 송파구(거리가게 정비), 서울 종로구(푸드트럭 전환) 등이 상생 우수 사례로 소개됐지만, 실제로는 보행 불편을 다른 장소로 이동시키거나 기존 지역 상권과의 또 다른 마찰을 야기하는 미봉책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29일 머니투데이 취재를 종합하면 경기 과천시가 40년 묵은 숙원 과제였던 '굴다리시장' 정비를 대규모 물리적 충돌이나 장기 농성 없이 성공적으로 마쳐 행정 현장의 주목을 받고 있다.
시는 지난 1월17일 공유재산인 별양동 보행로에서 40여년간 운영되던 노점인 굴다리시장에 대해 행정대집행을 완료했다. 2006년 한 차례 철거를 추진했으나 상인들과의 협의로 2011년까지 5년간 유예기간을 뒀다. 이후 지속적인 자진 철거 유도로 전체 44개 노점 중 36곳의 철거를 이끌어냈고, 끝까지 거부한 8곳을 대상으로 행정대집행을 단행했다. 이 과정에서 흔히 발생하는 물리적 충돌이나 농성은 단 한 건도 없었다. 과천시가 노점 정비의 '다른 길'을 보여준 셈이다.
과천 굴다리시장은 1980년대 형성된 이후 40년간 존속했다. 도시 환경 변화와 함께 미관 저해, 악취, 보행 방해 민원이 끊이지 않았으나, 자발적 환경 개선은 이뤄지지 않았다. 그간 철거 계획 유예와 전업자금 지원 등 지원책이 반복됐음에도 오히려 "끝까지 버티면 더 많은 지원을 받는다"는 잘못된 인식이 고착됐다. 오랜 세월 자리 잡은 노점에 대한 시민들의 애정 어린 시각까지 얽혀 단체장으로서는 선뜻 손대기 힘든 과제였다.
신계용 시장은 이 문제를 차기로 넘기지 않고 정면 돌파를 선택했다. 시민의 보행권 회복, 행정의 신뢰성 확보, 원칙을 지키며 자발적으로 폐업한 상인들과의 형평성을 핵심 기준으로 삼아 정비를 결정했다.
과감한 결단과 함께 권한도 위임했다. 신 시장은 큰 정책 방향만 제시한 뒤 구체적인 현장 대응 전략과 방법론은 도로건설과 등 현장을 가장 잘 아는 실무진에게 맡겼다.
이러한 리더십은 현장 담당자들의 책임감과 신뢰를 높였고 사전 설득부터 야간 행정대집행, 사후 대책에 이르기까지 빈틈없는 일관성을 유지하는 기반이 됐다.
시는 먼저 타 지자체의 실패 사례를 면밀히 분석한 끝에 미봉책에 불과한 이전 방식을 배제했다. 대신 단계적 자발 폐업 유도와 행정절차 확립이라는 정석을 택했다.
행정대집행에 앞서 안내문 발송, 시민 홍보, 공실 우선 철거, 전업지원금 지급 등 여러 차례 협의를 진행했다. 대집행 직전까지 진행된 4차례 협의에서 일부 상인이 수용하기 어려운 1년 연장 및 고액 보상금을 요구함에 따라, 시는 불필요한 마찰을 줄이기 위해 원칙에 따라 신속한 행정대집행을 이행했다.
단순 철거에 그치지 않고 대집행 직후 상인 면담을 지속 실시해 전업지원금을 지급하고 파손 집기에 대한 감정평가 후 보상을 추진하는 등 사후 관리에도 만전을 기했다. 40년간 지역 공동체의 일원이었던 상인들에 대한 최소한의 예우와 갈등 관리를 행정의 책무로 안고 간 셈이다.
시는 최근 시민 공모를 통해 '굴다리길'의 새로운 도로명을 '별양꽃냇길'로 확정했다. '별양꽃냇길'은 행정구역명인 '별양'에 아름다운 가로 환경을 상징하는 '꽃길', 그리고 향후 들어설 실개천을 뜻하는 '냇길'을 결합한 이름이다. 시민 제안을 바탕으로 향후 조성될 공간의 미래상과 정체성을 반영했다.
신 시장은 "40년 세월 속 굴다리길이 점유에서 시민 보행권으로 성공적 퇴장을 했다"면서 "시민의 아이디어에서 시작된 '별양꽃냇길'이 과천을 대표하는 정갈하고 아름다운 명소로 자리 잡길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