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반도체 호황 등으로 늘어난 세수를 미래대응기금에 적립하면서 지방교부세도 개편 대상에 올랐다. 교육교부금과 함께 지방교부세 산정체계가 개편된다. 지방교부세 법정률 19.24%는 유지하지만, 계산의 바탕인 '모수'를 조정하면서 지방정부 곳간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21일 정부가 발표한 미래대응기금 추진방안에 따르면 지방교부세 산식은 기존 '내국세×19.24%'에서 '(내국세-미래대응기금 적립액)×19.24%'로 바뀐다. 법정률을 건드리지 않고 기금 적립액을 먼저 제외하는 방식이다. 지방교부세 산정 대상인 내국세에서 10조원을 먼저 기금으로 떼면 현행보다 교부세가 1조9240억원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50조원일 경우에는 9조6200원 수준까지 줄어든다.
정부는 이런 방식으로 지방교부세 조정이 이뤄질 경우 지방정부의 재정운용을 안정적으로 뒷받침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이렇게 마련한 미래대응기금에는 '지방계정'을 따로 둬 지역성장거점 조성, 정주여건 개선 등에 재투자를 확대한다는 게 정부 구상이다.
반도체 등 특정 산업의 업황에 따라 국세가 급증하거나 급감하면 내국세에 연동된 지방교부세가 크게 바뀐다. 2023∼2024년 세수 결손으로 줄어든 교부세는 약 15조5000억원이다. 일부 지자체는 예정된 사업을 접거나 지방채를 발행해 필요한 재원을 마련했다. 호황기에 일부 세수를 비축했다가 불황기에 풀어 이런 충격을 줄이겠다는 것이다.
행정안전부는 경제상황이나 재정여건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지방정부를 추가 지원할 수 있는 조항을 신설하는 내용의 지방교부세법 개정에 나설 계획이다. 행안부 관계자는 "지방계정 중 일부는 꼬리표 없는 일반재원 형태로 지원할 계획"이라며 "오히려 대규모 교부세 삭감을 막는 안전판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이 같은 조정이 지방주도 성장을 표방한 현 정부의 국정철학과 배치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원래 교부세 몫으로 배정돼 지방정부에 돌아갈 돈이 중앙정부의 기금에 묶이면서 재정분권이 약화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지방교부세는 용도가 정해지지 않아 지자체가 복지·교통·시설 유지 등 지역 사정에 따라 쓸 수 있는 일반재원이다.
서울시·경기도·성남시 등 교부세를 받지 않는 불교부단체를 제외하고 재정력이 약해 보통교부세 의존도가 높은 상당수 시·군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비수도권 지방정부 한 관계자는 "세수가 좋을 때 받을 법정 몫은 줄고, 나쁠 때 지원 여부와 규모는 중앙정부 판단에 달린다면 재정계획을 세우기 어렵다"며 "지방계정을 실제 일반재원으로 배분하고 최소 보전 규모를 명시하는 등 보완이 필요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