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서울시장은 서울시의회가 민선 9기 첫 추가경정예산안(추경안)에서 '청년 AI(인공지능)' 예산을 전액 삭감한 것을 두고 "큰 허탈감을 느낀다"며 강력히 비판했다.
서울시의회는 11일 오후 제339회 임시회 제3차 본회의를 열고 시가 제출한 '2026년도 제2회 추경안'에 대해 재석 100명에 찬성 63명, 반대 37명, 기권 1명으로 가결했다.
추경안에는 본래 오 시장의 역점 사업인 청년 AI 지원 예산 약 56억원과 달빛야장 예산 약 12억원이 포함돼 있었다. 그러나 서울시의회 도시계획균형위원회 의원들은 논의 과정에서 청년 AI 예산에 대해 지원 범위와 대상자 선정 방식, 서비스 방식 등 세부 사항이 구체적으로 정해지지 않았다는 이유로 전액 삭감했다. 달빛야장 예산도 소관 상임위에서 전액 삭감됐다. 이후 예산결산특별위원회(예결위)는 해당 예산의 복원 여부를 두고 논의한 끝에 달빛야장 사업에 포함된 지역별 야장 조성과 운영 사업 등 일부만 복원하고 청년 AI 예산은 끝내 복원하지 않은 채 본회의에 올랐다.
박유진 시의회 예결위원장인(더불어민주당·은평3)은 "청년 AI 성장권 지원 사업은 법정 사전절차인 사회보장제도 사전협의가 완료되지 않은 상태에서 추가경정예산안이 먼저 제출됐다"며 "추경안을 시의회에 제출한 이후 수요조사가 이루어진 것은 물론 지원대상 50만명에 대한 구체적인 산정 근거도 명확하지 않다는 문제가 제기됐다"고 삭감 이유를 밝혔다.
또 "시 청년 기본 조례상 청년의 범위와 달리 지원 대상을 만 19세부터 만 29세로 한정한 임의성에 대해서도 보다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면서 "사업을 서둘러 추진할 경우, 당초 취지와 달리 지원이 필요한 청년이 소외되거나 사업의 효과가 충분히 나타나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을 고려했다"고 했다. 이어 "향후 공청회 등을 통해 현장 요구를 충분히 수렴하고 지원대상·지원방식·교육내용 등을 정교하게 설계해 2027년도 본예산을 통해 안정적으로 추진할 것을 서울시에 당부했다"고 덧붙였다.
오 시장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청년 정책에 여야가 어디 있느냐"며 "청년들에게 새로운 기회의 사다리를 놓기 위해 서울시가 마련한 예산이 민주당에 의해 무자비하게 전액 삭감되는 것을 보며 큰 허탈감을 느낀다"고 했다. 이어 "청년들도 큰 기대를 걸었던 사업이 56억 단 한 푼도 남김없이 전액 삭감돼야 할 만큼 문제가 있는지 민주당 시의원들에게 되묻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어떤 부분을 보완해야 하는지 구체적으로 대안을 제시하지도 않고, 올해 2개월 만이라도 시범사업을 할 수 있도록 해달라는 서울시의 호소도 통하지 않았다"며 "민주당 시의원들께서도 지난 선거에서 이와 비슷한 공약을 내놓지 않았느냐"고 했다. 또 "중대한 문제점을 밝히지도 못한 정책을 근거도 없이 부실 사업으로 매도하며 모조리 삭감하는 것은 명백한 다수 의회의 폭거"라고 했다.
이날 서울시의회는 추경안과 함께 민주당이 1호 조례로 정한 '서울시 장애인고용촉진 및 직업재활 지원 조례 일부 개정안'도 통과시켰다.
권리중심 공공일자리는 중증 장애인을 위해 권익 옹호, 문화예술, 인식 개선 등의 분야에서 일자리를 제공하는 사업이다. 2020년부터 운영된 해당 사업은 직무 절반 이상이 집회·시위 등 '캠페인'에 해당한다는 지적이 제기되면서 2024년 폐지됐다.
이를 두고 오 시장은 "청년의 미래에 투자하는 예산은 전액 삭감하면서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의 요구사항이 담긴 조례는 일사천리로 처리하는 민주당 다수 시의회의 선택을 보며 깊은 우려를 금할 수 없다"며 "전장연 시위 참여에 인건비를 지급할 근거를 만들었고, 일자리 사업을 민간에 위탁할 수 있게 해 특정 단체가 이를 독점할 수 있는 길을 열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예산을 주저앉힌다고 해서 서울의 미래까지 주저앉힐 수는 없다"며 "다시 시민들의 뜻을 모으고 시의회를 설득해 서울의 내일을 열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