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가 10일 주례회동을 갖고 지방재정법 개정안과 누리과정 국고지원예산 5064억원 집행을 4월 중에 동시 처리하기로 합의했다. 이에 따라 각 시·도 교육청의 누리과정 예산 부족 사태는 가까스로 막을 수 있게 됐다.
여야 원내지도부는 이날 주례회동에서 △영유아보육법 4월 임시국회 우선 처리 △정개특위 내주 출범 등과 함께 이 같은 합의문을 도출했다. 기획재정부 역시 여야 합의에 따라 4월 임시국회에서 지방재정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누리과정에 목적예비비로 편성된 5064억원을 집행할 방침이다.
이번 누리과정 예산 대책은 지난해 11월 여야 원내지도부가 발표한 합의문과 비교해 여당 지도부 서명만 바뀌었지 사실상 같은 내용이다. 1차 합의 후 4개월 동안 협상 진도가 조금도 나가지 못해 재합의가 이뤄졌다는 지적이다.
누리과정 예산을 둘러싼 협상이 지지부진했던 원인은 지방채 발행을 바라보는 시각 차에서 비롯됐다. 소관 상임위원회인 안전행정위원회 야당 위원들은 원칙론을 들었다. 지방재정밥 개정안이 지방채 발행요건을 완화하는 것이라며 제동을 건 것이다. 개정안이 지방재정 건전화를 위해 지방채 발행요건을 규제한 지방재정법의 목적과 배치된다는 주장이다.
반면 새누리당은 현실론을 내세웠다. 지방채를 발행해 지방재정의 구멍을 메우자는 것. 1조7000억원 가량의 누리과정 예산 미편성액을 충당하고 '공무원연금개혁 논란'으로 인해 급증한 명예퇴직 교원의 '명퇴비용'을 감당하기 위해 지방재정법 개정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야당과 맞섰다.
'1차 합의'를 바라보는 여야의 시선도 엇갈렸다. 여당은 지도부 합의 존중 입장을 고수했다. 반면 야당 안행위원들은 소관 상임위 논의 없이 이뤄진 합의를 무작정 따라갈 수 없다고 반박했다. 지난 2월 진행된 안행위 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 새누리당이 지방재정법 개정안 통과를 주문하자 야당 간사인 정청래 의원은 회의장을 박차 나오기도 했다.
'1차 합의' 때 불분명한 조항도 혼란을 부추기는 데 한 몫 했다. '1차 합의안'은 이번 합의문과 달리 지방재정법 개정안과 목적예비비 집행의 '동시 처리' 조항이 없어 우선 과제를 보는 관점이 다를 수 밖에 없었다는 얘기다.
이날 오전 원유철 새누리당 정책위의장이 "지방재정법 처리가 늦어져 지방자치단체 곳곳이 누리과정 예산 부족으로 보육료 지원 중단이 우려되고 있다"며 지방재정법 개정안 통과를 강조한 반면 우윤근 새정치연합 원내대표가 "정부가 명확한 이유 없이 누리과정 예산 5064억원을 집행하지 않고 있다"고 예산 집행을 촉구한 데에는 이 같은 배경이 깔려 있었다.
한편 여야 원내지도부 합의에도 여전히 넘어야 할 산은 많다. 정청래 의원은 "안행위 위원 의견을 듣지 않고 덥썩 합의한 것은 유감이다"라며 "이번 개정안은 지방재정 근간을 흔드는 안좋은 선례를 남기기 때문에 지방채 발행에 따른 안전장치와 지방재정법 목적에 대한 공개 토론을 열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일부 교육청 역시 이번 여야 합의는 선 지방채 발행, 후 예산 지원 방침을 재확인한거라며 누리과정 예산을 중앙정부가 책임지는 게 근본 해결책이라는 입장을 내놓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