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부상 '페이고' 법안, 이번엔 국회 문턱 넘을까

진상현 기자
2015.05.21 05:54

[the300][런치리포트-페이고, 정말 Go?①]부작용 우려, 야당 반대로 쉽지 않을 듯…국회법 83조2 '변수'

새누리당 유승민 원내대표가 2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2015.5.20/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정부 재정이 소요되는 법안을 발의할 때 재원 확보 방안을 함께 제출토록 하는 '페이고(Pay-as-you-go:번만큼 쓴다)' 제도 도입이 다시 정가 현안으로 부상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최근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페이고 원칙의 중요성을 재차 강조하고 여당에서 검토하겠다는 뜻을 밝혔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난해 초 논의 때 처럼 야당의 반대가 여전히 강하고, 페이고 도입에 따른 부작용에 대한 우려도 만만치가 않아 국회 통과가 쉽지는 않을 전망이다.

유승민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20일 당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 "지난 3년간 세수부족이 22조 2000억원이고 올해도 상당한 규모의 세수부족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대통령께서 재정건전성에 대해 우려하셨던 것은 당연한 것"이라며 페이고 논의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앞서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13일 '2015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입법을 통한 무분별한 지출증가를 막기 위해서는 재정을 수반하는 법률 입안 시 재정 조달 방법도 함께 제출하도록 의무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페이고는 사전적 의미로 의무지출(법으로 정해진 정부 지출)을 위한 정책을 추진하기 위해 새로운 입법을 하고자 할 때 이에 상응하는 세입 증가나 법정지출 감소 등 재원조달 방안이 동시에 입법화되도록 의무화하는 것을 말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2010년 5월부터 정부 발의 법안에 대해 내부 지침에 따라 페이고 원칙을 적용하고 있지만 법으로 엄격히 적용하고 있지 않다. 해외에서는 대표적으로 미국이 1990년에 한시 도입했다가 2002년 폐지했으나, 재정적자가 다시 급증하자 2010년 영구적으로 도입했다.

현재 국회에 계류된 페이고 법안은 새누리당 이만우 의원의 발의한 국회법 개정안과 국가재정법 개정안, 이노근 의원이 각각 대표 발의한 국회법 개정안이 있다. 이노근 의원안은 정부 발의 법안처럼 의원 발의안도 발의 때 재원 조달 방안을 함께 제출토록 했고, 이만우 의원안은 의원과 정부 법안 모두에 대해 다른 의무지출을 감소시키거나 재정 수입을 증가시키기 위한 법안을 함께 제출토록 했다. 재원 조달 방안을 법으로 제출해야 하는 만큼 이만우 의원안을 좀 더 엄격한 규정으로 볼 수 있다.

재정 건전성 우려에는 여야 모두 공감대가 있지만 페이고가 가져올 부작용에 대한 우려도 적지 않다. 특히 야당은 의원들의 입법권을 제한하고 국회가 정부에 예속되는 결과가 될 수 있다며 반대하는 입장이다.

페이고를 도입한 미국은 의회가 예산을 편성하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예산편성권을 정부가 갖고 있어 우리가 이를 도입할 경우 의원들의 입법 권한을 과하게 위축시킬 수 있다는 주장이다. 정부 부처의 경우 재원 조발 방안 마련을 위한 사업예산 조정에 대한 협의가 용이한 반면 의원들의 경우 부처간 협의가 어렵기 때문이다.

이춘석 새정치민주연합 원내수석부대표는 "재정건정성을 내세우지만 사실 의도가 뻔해 야당이 동의해주긴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선진국에 비해 복지 지출 수준이 낮은 상태에서 국민들의 복지 요구에 국회가 제대로 부응하지 못할 가능성을 지적하는 견해도 있다. 국회 관계자는 "미국의 경우도 복지 지출이 충분히 이뤄지고 복지국가를 이룬 시점에서 도입이 됐지만 우리는 아직 그정도 수준이 아니다"고 말했다.

야당이 이처럼 반대 입장을 굽히지 않을 경우에는 페이고 법안처리가 어려울 전망이다. 국회 운영위 법안소위는 여야 동수로 구성돼 있어 야당의 협조 없이는 처리가 어렵고, 국회선진화법으로 국회의장이 본회의에 직권 상정하는 것도 사실상 불가능하다.

또 여당 원내지도부가 핵심 친박(친 박근혜)계인 최경환 원내대표, 윤상현 원내수석이었을 때도 처리가 안됐던 것을 감안하면 올해는 더 쉽지 않다는 분석도 있다. 현 유승민 원내대표, 조해진 원내수석은 비박계로 협상에서 일방적으로 청와대의 논리만 대변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국회운영위원장인 여당 원내대표가 검토 필요성을 제기했고, 재정건정성에 대한 우려에는 공감대가 있는 만큼 페이고 법안 등 재정건전성 확보 방안이 일단 논의 테이블에는 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페이고 법안 아니지만 재정건전성과 관련된 국회법 83조2의 1항에 따른 국회 규칙안 제정 논의도 함께 이뤄질 가능성이 있다.

이 조항은 '기획재정부 소관에 속하는 재정관련 법률안과 상당한 규모의 예산 또는 기금상의 조치를 수반하는 법률안을 심사하는 소관위원회는 미리 예산결산특별위원회와 협의를 거쳐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고, 5항에서는 상당한 규모의 예산 또는 기금상의 조치를 수반하는 법률안의 범위 등에 관해 필요한 사항은 국회 규칙으로 정하도록 했다. 하지만 이 조항이 신설된 2005년 7월 이후 10년이 됐지만 규칙은 만들어지지 않았다. 유 원내대표는 이날 당 회의에서 이 규칙안 내용까지 포함해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국회 관계자는 "페이고 법안의 경우 야당이 반대하는 입장이지만 국회법 83조 2와 관련한 내용은 아직 본격적인 논의 전이어서 두껑을 열어봐야 알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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