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스 매뉴얼' 만들면 뭐하나…복지부 '주먹구구 대응'

이현수 기자
2015.06.04 17:17

[the300] 타지역전파에도 주의단계…조치는 경계단계…격리 매뉴얼도 안지켜

보건복지부가 지난달 25일 발표한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MERS) 대응지침'은 상당히 촘촘하다. 80페이지에 달하는 지침은 '분야별 세부 대응 방법'에서 의심환자, 확정환자, 접촉자의 단계별 행동요령을 구체적으로 담았다.

그러나 이같은 지침은 실제 현장에서는 제대로 적용되지 않고 있다. 의심환자 신고가 중구난방으로 이뤄졌고 격리대상자는 외부활동을 했다. 복지부는 초기대응에 실패했다는 비난을 받았음에도 여전히 자신들이 만든 지침을 따르지 않고 있다.

◇주의단계, 왜 격상 안하나

대응지침은 '관심-주의-경계-심각'으로 위기경보 수준을 나누고 각 단계별 조치사항을 설명한다. 4일 현재 보건당국이 유지하고 있는 단계는 '주의'로, 지난 달 20일부터 적용중이다.

지침에 따르면 '주의'는 △해외 메르스 국내 유입, 국내 메르스 증후군 환자 발생시 이뤄진다. 이보다 높은 수준인 '경계'는 △해외 메르스 국내 유입 후 타 지역 전파, 국내 메르스 타 지역 전파시 발령된다. '심각'은 △메르스 전국적 확산 징후시다.

현재는 메르스 환자가 첫 확진 판정을 받았던 수도권 지역을 벗어나 대전 등 타 지역으로 전파된 상황이지만 보건당국은 주의단계를 유지하고 있다. 의료기관 내 감염이어서 지역사회로 퍼진 것은 아니라는 게 당국의 시각이다.

그러나 위기경보 수준별로 조치사항이 달라지기 때문에 현실성 있는 상황인식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주의 단계에선 중앙방역대책본부를 설치하고, 국내 감염병 발생 일일 상황점검 및 동향보고를 하도록 하고 있다. 복지부는 이날 9개부처가 참여하는 범정부 메르스대책지원본부를 가동했는데, '범정부적 협조체계 구축'은 주의가 아닌 경계 단계 행동으로 명시된 지침이다.

◇격리 실패…지침은 지침일 뿐?

환자 격리 부문에서도 지침은 지켜지지 않았다. 최초 메르스 감염자가 의료기관을 방문한 후 검사요청을 했을 당시 보건당국은 '환자가 메르스 발병지역이 아닌 바레인 지역을 다녀왔다'며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대응지침은 의료기관이 의심환자를 진료할 시 관할 보건소로 신고하고, 보건소는 이를 시·도 및 질병관리본부에 보고한 뒤 현장에 출동해 상황파악을 하도록 하고 있다. 보고를 받은 시·도는 증상과 역학적 연관성을 조사해 접촉자를 분류하고, 질병관리본부는 국가격리병상을 요청해야 한다.

특히 의료기관은 '의심환자와 외부인과의 접촉을 최소화하기 위해 의심환자를 절대 독립된 공간 밖으로 내보내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격리 지침을 담은 매뉴얼도 철저히 무시됐다. 실제 자가 격리 중이던 의심환자가 중국으로 출국한 뒤 확진 판정을 받을 정도로 격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것. 서울에 거주하는 또 다른 자가 격리 의심환자는 전북에 위치한 골프장을 찾았다.

지침은 접촉자 관리 대응 매뉴얼에서 우선 중앙 역학조사관이 접촉자 리스트를 질병관리본부에 보고하고, 본부 역학조사과는 관할 시·도로 접촉자 리스트를 통보하도록 명시했다. 시도가 관할 보건소에 통보하면, 보건소가 접촉자를 관리해야 한다. 보건교육 실시, 자가 격리 권고 및 일일 능동모니터링 실시 등이다. 접촉자 본인이 원할 경우 국가는 격리공간을 제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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