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동주의 PPL]판·검사·의원 평가한다는 변협…변호사는?

유동주 기자
2015.10.26 06:00

[the300]하창우 회장 '변호사평가'에는 고발 대응...'직역 이기주의' 비판 못 면해

[편집자주] People Politics Law…'국민'이 원하는 건 좋은 '정치'와 바른 '법'일 겁니다. 정치권·법조계에 'PPL'처럼 스며들 이야기를 전합니다.
하창우 대한변호사협회장이 21일 오전 서울 강남구 대한변협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검사 평가제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 뉴스1

변협이 검사평가제를 하겠다고 나섰다. 검사의 적법절차 준수여부, 피의자 권리 침해여부를 평가해 내년 1월부터 우수 검사와 하위 검사를 발표하겠다는 방침을 21일 발표했다. 결과를 대검찰청에 제출해 인사자료로 활용하게 하겠다는 포부도 밝혔다.

'검사평가제'는 올 1월 당선된 하창우 변협 회장의 공약 중 하나였다. 하 회장은 변협 회장 선거에서 "평가받지 않는 성역은 더 이상 존재할 수 없다"며 검사평가제를 공약했다. 그는 이미 2008년 법관평가제를 서울지방변호사회 회장시절 도입한 바 있다.

변협은 지난 8월엔 "국회의원 300명의 의정활동을 평가한 뒤 결과를 각 소속 정당에 보내 공천 등에 반영하도록 할 계획"이라며 '의원 평가'계획도 밝혔다. 여의도 정가엔 아직 변협 '의원 평가'소식이 널리 퍼지지 않았다. 그러나 현재 평가 중에 있고 이르면 연말에 발표된다. 실제 발표가 나오면 내년 총선을 앞두고 '하위'평가를 받는 의원들은 예상치 못한 '폭탄'을 맞을 가능성이 있어 큰 파장이 예상된다.

의원 평가는 법안 숫자, 출석 현황 등 정량평가에 포퓰리즘 법안이나 위헌 법안을 발의했는지 등 정성평가 결과를 합쳐 점수를 매긴다. 변호사 60명을 모집한 뒤 이들에게 각각 5명씩 의원 평가를 맡기기로 했다. 이미 변협은 지난해부터 산하에 입법평가위원회를 두고 '입법평가'를 해 오고 있었는데 아예 '의원평가'도 하겠단 심산이다.

변협의 이러한 움직임은 하창우 회장 개인의 '공약'추진의 일환이다. 판사·검사·의원 평가가 하회장 1인의 추진력으로 도입되고 있는 셈이다.

소위 사회적 '권력층'에 대한 '줄세우기'에 거침없는 하 회장에게 박수를 보낸다. 다만 한 가지 묻고 싶은 게 있다. '변호사 줄세우기'는 아직도 안 되는 건지 묻고 싶다.

10년 전 '변호사 수임 건수, 수임 사건 분야, 승패율 등'을 서비스 내용으로 했던 '로마켓'이라는 법률정보 사이트에 대해 변협은 '형사고발'로 대응했다. 하창우 회장은 당시 변협 공보이사였다.

하 공보이사는 "승소율은 로펌도 공개를 꺼리는 부분으로 제3자가 이를 분석 공개하는 것은 명백한 영업비밀침해죄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변협과 서울지회는 당시 "임의로 산출된 자료로 변호사 등급을 매겨 명예훼손을 저질렀다"며 로마켓 대표를 명예훼손과 업무방해 혐의로 고소하기도 했다. 당시 변호사 단체의 주장은 수임실적이 변호사 능력이 될 수 없고 변호사 평가는 부작용이 크다는 것이었다.

하창우 공보이사는 "원고 일부패소를 '패소'로 계산하고 양쪽의 '합의'는 실질적으로 승소에 가까운데도 무승부로 계산하는 등 자료의 신빙성에도 문제가 있다"며 평가의 '오류'를 들어 평가의 신빙성이 부족하다고 지적한 바 있다.

이쯤 되면 하 회장의 '현재' 생각이 궁금하다. 아직도 '변호사 평가'는 '명예훼손'이고 '업무방해'며 '오류가 큰 줄세우기'라고 생각하는 지 입장을 듣고 싶다.

그간 하 회장이 해 온 일을 보면 '변호사는 뭐든 다 할 수 있다'는 변호사 만능주의가 인식의 바탕에 깔려 있는 듯 하다. '변호사'라는 직역에 강한 '자부심'도 엿보인다.

그렇기에 더욱 걱정된다. 하 회장에게 남은 변협 회장 임기는 1년여. 변호사와 변호사단체에 대한 그의 '자부심'이 '변협 이기주의'로 변형돼 가속도가 붙지 않을까 우려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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