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감 '우수의원' 평가, 주는 측도 받는 사람도 안 믿어?

유동주 기자
2015.10.27 05:51

[the300][런치리포트-국감평가 허와 실①]

9월 2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메르스 사태를 집중적으로 다루기 위해 열린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가 증인 채택 문제로 파행 끝에 종료되고 있다. 이날 국회 복지위는 문형표 장관 메르스 국감 증인 불출석과 최원형 청와대 전 고용복지수석 증인 채택 문제를 두고서 파행 끝에 감사 종료를 선언했다./사진=뉴스1

'국정감사'는 국회의원들의 1년 농사로 비유될 만큼 의정활동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 특히 초·재선 의원들은 물론이고 대중적 지명도가 다소 낮은 일부 중진 의원들도 국감을 통해 이름을 알리려는 의욕이 넘친다.

4년마다 국회의원을 뽑아야하는 국민들 입장에서도 국감은 자신들의 '대표'가 정부를 상대로 얼마나 제대로 '와치독(WATCH DOG)' 역할을 하는 지 지켜볼 기회다. 그런데 막상 국감 '평가'는 간단치가 않다.

언론을 통해 보도돼 큰 반향을 일으킨 사안을 제기한 의원은 국감을 잘 치른 것으로 대중들에게 각인되지만 꼭 그렇게만 볼 수도 없기 때문이다.

◇평가 왜 어렵나…잘 팔리는 '정쟁'과 인기 없는 '정책' 질의

'정쟁(政爭)'적 요소가 강한 이슈를 들고 나와야 언론보도가 더 잘 되는 경우가 허다하고 동물이나 '드론'같은 주목을 받을 수 있는 시연도구를 쓰는 아이디어도 경쟁적으로 나온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 사위 마약사건과 박원순 시장 아들 병역문제 등은 상대 당을 공격하기 위한 '정쟁 메뉴' 성격이 짙었지만 국감 기간 내내 언론을 장식했다.

물론 넓게 보면 ‘정쟁’이슈도 국감의 중요한 일부다. '정책'으로 연결시킬 수도 있고 국민적 관심을 끄는 이슈는 '사후 조치'나 '대안'마련이 우선적으로 요구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기본적으로 '정쟁' 자체는 국회의 '정책 국감'지향과 부합하지는 않는다. 그렇다고 정작 '정쟁'요소를 과감히 빼고 '정책'과 '회계'감사에만 집중해 국감을 하는 의원은 거의 없다. 소위 '휘발성'이 약한 정책 질의는 대중에 알려질 기회부터 차단되기 쉽기 때문이다.

여기서 태생적인 국감 평가의 어려움이 나온다. 국회의원들이 '정쟁'과 '정책'사이에서 자체 줄다리기를 하고 외부에선 이를 평가해야 한다.

국감 우수의원을 평가하는 곳은 여럿이지만 그 어느곳도 제대로 '공신력'을 인정받지는 못하고 있다. 중점을 두는 요소가 다르고 평가방법도 공신력을 얻기엔 부족하기 때문이다.

◇각 당 자체 '정량·정성'평가…모두 '공신력' 인정 못 받아

각 당에서는 국감평가를 공식적으로 하고 있지만 당 내부평가 조차, 의원사이에서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새누리당은 '정성평가'가 주를 이루는 평가 방식을 쓰고 새정치민주연합은 '정량평가'를 추구한다.

올해 국감 중 새누리당의 주간 우수의원이 공개될 때마다 보좌진들 사이에서 "믿을 수 없다","기묘하다"라는 평가부터 "외모순이다"라는 우스개까지 나왔다. 새누리당의 우수의원은 각 상임위 여당 간사와 당 수석전문위원이 평가해 원내 수석부대표실에서 선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 내부에서도 '주관적 선정'이라는 평가가 적지 않았고, 각 의원실도 크게 신경쓰지 않는 분위기다.

정량평가를 하는 새정치민주연합도 내부 불만이 적지 않다. 특히 '언론 보도실적' 평가기준에 대해 현실에 안 맞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기준표가 업데이트가 안 돼 방송·일간지·경제지 및 인터넷·주간·전문지 구분이 잘못 돼 있기도 하다. 방송은 온라인 기사는 제외하고 실제 방송된 내용만, 지면 신문 역시 인쇄된 지면만 인정하고 있다. 인터넷을 통해 뉴스를 접하는 국민이 다수임에도 점수반영이 제대로 안 되는 것이다. 그럼에도 새정치연합은 점수표를 바꾸지 않고 언론사 구분도 그대로 매년 같은 방식을 고집하고 있다.

◇외부 평가…'상'주니까 받긴 하지만

외부 평가로는 민간단체인 법률소비자연맹이 실무를 담당하는 국감NGO모니터단이 십 여년간 운영되고 있고, 경제정의실천연합(경실련)도 자체적인 모니터링을 한다. 그 외에도 일부 시민단체에서 자체 심사해 수상을 하기도 한다.

NGO모니터단은 대학생 등 모니터링 봉사단을 매년 모집해 국회내 공간에 임시 사무실을 빌리고 국감장에 직접 모니터요원을 파견해 자체 평가방식에 따라 채점한 후 수상 의원들을 선정한다. 매년 70~80명의 국감 우수의원을 선정해 대규모 시상식을 한다. 수상대상인 의원들은 거의 참석하기 때문에 여야 의총규모와 비슷한 정도의 의원이 한 자리에 모이기도 한다.

경실련은 2000년부터 국감 모니터링을 해왔고 2008년부터는 상임위별 1~3명의 우수의원을 선정해 발표한다. 매년 국감을 앞두고 다뤄야 할 의제를 자체 선정해 공표한 뒤 채점에 반영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실련은 올해가 최악의 국감이라며 부동산 주거안정 부분의 3명을 제외하곤 전체적으로 우수의원 선정을 하지 않았다.

한국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한농연)등 일부 단체들도 단체 목적에 따라 해당 상임위 국감을 평가해 우수의원을 뽑는다.

외부 국감 평가에 대한 의원과 보좌진들의 입장은 양면적이다. 우수의원에 선정돼 의정보고서 '이력'에 한 줄 첨부할 수 있는 의원실에선 '상'을 주는걸 마다할 이유가 없지만 받으면서도 '찜찜하다'는 평가다. 의원실의 외부 국감 평가에 대한 반감은 '공신력'부족에 기인한다. 상을 주는 기준에 대해 신뢰하기엔 아직 모자란다는 얘기다.

국회의원과 보좌진의 '외부 평가'에 대한 입장도 엇갈린다. 의원입장에선 1년에 한번 국감을 통해서라도 ‘상장’형식의 ‘우수의원’인증을 비공식으로라도 받아야 의정보고에 활용할 수 있기 때문에 외부 국감평가는 버리기 힘든 ‘계륵’이다.

반면 보좌진들은 ‘국감 평가’스트레스가 심하기 때문에 되도록 외부평가가 없었으면 한다. 일부 의원들이 국감을 보좌진 '평가의 시간'으로 여기기 때문이다.

의원들은 혹여 우수의원에 선정되지 않더라도 다음 총선에서 곧바로 '낙선'으로 이어지지는 않지만 보좌진은 다르다. 일부 의원들이 외부 국감평가와 보도횟수 등에 따라 보좌진을 평가하고 실제 물갈이 근거로 삼기도 하기 때문이다.

우수의원에 선정될 수 있도록 잘 보좌한 경우 칭찬을 받겠지만, 좋은 평가를 받는 의원은 소수이기 때문에 대부분의 보좌진은 외부 평가에 불만이 많다. 여기에는 국감평가가 '공정하지 않다'는 인식도 작용한다.

◇'공정한 외부 국감 평가'…수요는 있지만

NGO모니터단에 대해서는 '전문성'부족이 지적된다. 모니터링 요원이 대부분 대학생이고 가끔 참여단체 회원 주부인 경우도 있는데 상임위 현안에 대한 이해도가 부족한 상황에서 ‘자리비움’ 등 쉽게 정량화 할 수 있는 부분에 대한 평가에 그친다는 지적이 있다. 보도자료나 정책자료집 숫자도 마찬가지로 ‘질’에 대한 평가보다 '양’에 대한 평가가 주를 이뤄 일부 의원실은 실제 질의에 쓰이지 않을 아이템도 평가 제출용으로 늘리기도 한다.

경실련도 자체 선정 의제에 부합하는 주제를 많이 다룬 의원에게 높은 평가를 하고 있어 온전한 '공신력'을 갖기엔 한계가 있다고 보는 시각이 있다. ‘공정한 국감 평가’에 대한 수요는 있지만 이를 충족시킬만한 평가기구가 없는 셈이다.

국감은 끝났지만 각 의원실은 '우수의원'평가를 받기 위해 자료를 정리하고 언론 보도내역을 뽑느라 바쁘다. 1년 농사가 제대로 평가받길 원하는 의원과 보좌진, 무엇보다 유권자를 위해 '공정한 국감 평가'기구를 만드는 방향에 대해 모색할 때다. 일부 의원과 보좌진들은 완벽한 공정성을 기대할 순 없지만 언론사들이 모여 공동 평가기구를 만드는 방안도 제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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