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현행 검정 한국사 교과서가 편향적이라는 사례를 제출하라는 야당의 끈질긴 요구에 관련 자료를 국회에 제출했다. 현행 교과서가 편향돼 국정교과서로의 전환이 불가피하다고 주장해 온 정부가 구체적 편향사례를 야당에 문서로 제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러나 정부가 제출한 자료의 사례가 기존 황교안 국무총리 및 황우여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국회에서 증언해왔던 수준에 그쳐 편향성 논란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교육부가 29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소속 유성엽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에게 제출한 '검정 고교 한국사 교과서 주요 편향사례 보고서'에 따르면 정부는 현행 한국사 교과서의 문제점을 크게 9가지로 분류했다.
이는 △주체사상 등 북한 선전문구 인용 △6.25 남북한 공동책임이란 오해 소지를 주는 자료 △북한 토지개혁의 한계 미서술 △분단의 책임 관련 남북한 정부수립 순서에 대한 기술 △6.25 전쟁중 북한군에 의한 민간인 희생 △한반도 유일의 합법정부나 정통성 관련 서술 △북한의 군사도발 사례 미서술 △경제성장과 기업발전에 대한 부정적 서술 △교사용 지도서 내의 편향서술 등이다.
◇北 김일성 헌법은 있고, 南 제헌헌법은 없다?
우선 정부여당이 그간 기존 검정교과서가 북한은 긍정기술하고 남한은 부정기술했다는 주장과 관련, 헌법 기술 여부를 사례로 제시했다. 남한의 제헌헌법 전문이나 헌법 원문 등의 사료는 기술하지 않으면서 북한은 김일성 헌법 서문을 자세히 기술한 '미래엔 교사용 지도서'를 문제 삼았다.
또 주체사상 등 북한의 선전 문구를 무비판적으로 인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금성, 동아출판, 천재 등 3종의 교과서가 북한의 체제선전용 문구 등을 원문 그대로 싣고 있어 학생들이 잘못 이해할 소지가 있다는 소지가 있다는 주장이다.
1946년 2월 북조선임시인민위원회 수립사실을 교과서 순서상 대한민국 수립 이후에 서술한 것도 문제 삼았다. 정부는 남한정부수립이 먼저 기술된 것에 "남북 분단책임이 남한에 있다는 오해의 소지가 있음"이라고 평가했다.
야당에선 남북한 헌법 기술과 관련해선, 교과서가 아닌 교사용 지도서 단 1종만 문제 삼는 것은 지나치다고 맞선다. 무엇보다 현행 검정교과서에도 주체사상 등 북한 체제에 대해 비판적 기술이 있음에도, 무비판적으로 기술했다고 국민들을 호도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가령 금성출판사의 경우 '그러나 주체사상은 김일성주의로 천명되면서 반대파를 숙청하는 구실 및 북한 주민을 통제하고 동원하는 수단으로 이용 되었다'는 비판적 내용이 분명히 명시돼있지만 정부여당이 자기들의 논리에 맞춰 주체사상을 소개하는 앞부분만 주장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현 고3 교과서" vs "옛날 교과서"
정부가 예를 들고 있는 교과서가 현재 쓰이고 있지 않는 교과서라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 정부가 제출한 자료의 사례 중 상당수는 '현 고3 교과서'라고 명기돼있다. 이는 현재 학생들이 학기 초 받는 교과서가 아니라 현재 고3 학생들이 고1 때 받아 지금은 책장에 꽂혀있는 교과서라는 주장이다. 편향성 문제가 있는 부분은 정부 수정명령에 따라 지금은 수정됐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정부는 기존 금성·두산동아·비상교육·천재교육 교과서가 토지개혁과 관련, 남한의 농지개혁은 한계점을 상술하고 있지만 북한의 토지개혁은 한계점을 서술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정부 수정명령에 따라 수정작업을 거쳐 북한의 토지개혁도 한계점이 서술됐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현행 검정체제의 수정명령에 한계가 있다고 주장한다. 수정본도 문제시 된 표현을 그대로 두고 있는 경우가 있고, 수정취지가 충분히 반영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아울러 교과서 집필진들이 수정명령에 반발해 소송을 거는 경우가 빈번해 행정력이 낭비되고 있다고 주장한다.
◇경제성장과 기업발전에 대한 부정적 서술 논란도
아울러 정부는 해방 이후 경제성장과 기업에 대한 서술도 문제로 지적했다. 미래엔 교과서를 예로 들어 "정경유착과 대기업의 경제독점, 경제의 대외의존도 심화 등 고도의 경제성장 과정에서 나타난 부작용을 지나치게 강조하고 기업인의 부정적 측면을 강조했다"고 비판했다.
고도의 경제성장 과정에서 나타난 부작용만 지나치게 강조하고, 기업인의 부정적 측면만 강조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야당은 주요 기업 창업주 등 경제 인물 소개나 스토리가 없는 게 좌편향과 무슨 연관성이 있냐는 입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