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태 새누리당 의원은 지난달 28일 운영위 전체회의에서 “예산정책처가 너무 정답만 내니까 어려운 것 같은데, 앞으로 오답도 내고 기획재정부에 져주기도 해야 예산을 받을 것 같다”고 말했다. 정부여당과 국회 예산정책처의 불편한 관계를 드러낸 장면이었다.
2일 국회에 따르면 지난달 29일 국회 운영위원회의 내년도 국회 예산 심사에서 새누리당은 157억9900만원 규모의 예정처 예산을 의결하지 않았다. 예정처 예산 전반을 국정조사해야 한다는 요청까지 나왔다. 그동안 정부에 비판적이거나 입장이 다른 연구결과를 낸데 따른 후폭풍이란 관측이다.
예정처는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정부보다 보수적으로 제시하는 등 경제·재정정책 관련 정부 입장과 다른 보고서를 자주 작성해왔다. 기획재정부 등 예산을 정하는 정부와, 이를 견제하는 국회 예정처간 이견을 드러내는 것이 자연스러운 일이지만 정부여당 입장에서 불편한 것도 사실이다.
예정처는 비용 추계 업무 증가 등에 대응해 직제를 개편, 인력을 충원하는 등 조직을 확대하고 있다. 기재부 입장에선 정부에 비판적인 예정처의 분석 기능이 강화되는게 달가울리 없다. 예정처의 인건비 증액 요구에 대해 기재부는 정부와 사전협의가 없었다며 내년도 예산안에 이를 반영하지 않았다.
국회 예산정책처의 역할 확대엔 원칙적으로 정치권 공감대가 있다. 당을 떠나 예정처 등 입법지원조직이 활성화돼야 각 의원들의 입법과 정책개발 등 의정활동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재 예정처의 전문성과 중립성이 충분한지는 의견이 엇갈린다. 정부와 국회, 특히 기획재정부와 예산정책처간 갈등이 소모적으로 반복되는 것을 막으려면 예정처가 전문성을 키우고 중립성도 보장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새정치민주연합의 한 재선의원은 “예산정책처가 재정당국의 분석과 다른 입장을 내는 것도 필요하다”며 “사례별로 봐야겠지만 예산정책처의 주장이 맞는 것으로 결론 나는 경우도 적잖다”고 말했다. 반면 여권의 한 관계자는 “큰 틀에서는 예산정책처의 기능 강화가 필요하지만 보고서 작성에는 더욱 세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예산정책처는 반드시 필요하고 기능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신 교수는 “야당 편 들어준다는 느낌을 갖게 하는 게 바로 중립적이라는 것”이라면서도 “중립성은 인사를 통해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제안했다. 관료보다는 학자 출신 처장이 지속적으로 중립성을 유지하는게 바람직하다는 의견이다. 현재 제6대 예산정책처장은 서울대 행정학과 교수·행정대학원장을 지낸 김준기 처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