쟁점법안과 선거구 획정안 문제를 둘러싼 20일 여야 지도부 간 협상이 빈손으로 끝난 데 대해 청와대는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다. 일말의 기대를 걸었던 협상마저 결렬되면서 개각은 최악의 경우 내년초까지 미뤄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 원유철 원내대표와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 이종걸 원내대표 등은 이날 국회에서 약 1시간반 동안 회동을 갖고 쟁점 법안과 선거구 획정 등에 대해 논의했으나 끝내 성과없이 돌아섰다. 그러나 관련 상임위원회를 가동해 쟁점법안들을 논의하자는 데에는 뜻을 모았다.
이에 대해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여야 간 협상에 대해 청와대가 매번 입장을 내놓을 순 없다"며 논평을 자제했지만 아쉬운 기색은 역력했다.
앞서 당정청은 이날 청와대 별관에서 오찬을 겸한 회동을 갖고 대야 협상의 원칙을 논의했다. 당정청 회동에는 원 원내대표,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현정택 청와대 정책조정수석, 현기환 청와대 정무수석 등이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자리에서 당정청은 노동개혁 5법, 경제활성화법이 선거구 획정안과 일괄처리돼야 한다는 원칙을 거듭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청와대 관계자는 "노동개혁 5법과 경제활성화법을 분리 없이 선거구 획정안과 일괄적으로 처리해야 한다는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야당은 노동개혁 5법 가운데 논란이 되는 '기간제 및 단시간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기간제법), '파견근로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파견법) 개정안을 제외한 3법과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서비스법), 기업활력제고특별법(원샷법) 제정안 등 경제활성화법을 우선 처리하는 방안을 제안한 바 있다.
그러나 선거구 획정안과 나머지 법안들을 먼저 처리할 경우 기간제법, 파견법 개정안 처리를 위한 여야 협상에서의 '지렛대'(레버리지)가 사라진다는 게 청와대의 인식이다. 최근 청와대와 여당은 정의화 국회의장을 상대로 노동개혁 5법과 경제활성화법, 테러방지법 등의 직권상정을 요구했으나 정 의장은 이를 거부했다.
한편 이날 여야 지도부 간 협상마저 결렬되면서 핵심법안 처리의 후순위인 개각은 더욱 늦춰질 수 밖에 없게 됐다.
새누리당은 22일, 28일 본회의를 열고 핵심법안 처리를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박 대통령이 핵심법안 통과 이후 개각을 단행한다면 이들 본회의가 계기가 될 수 있다. 22일 본회의에서 핵심법안들이 처리될 경우 개각은 25일 크리스마스 전후로 이뤄질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만약 28일 본회의까지 미뤄진다면 개각 역시 늦춰질 공산이 크다. 심지어 해를 넘겨 내년초까지 미뤄질 수도 있다.
내년 4월13일 총선에 현직 장관들이 출마할 길을 터주려면 현행 법상 선거일 90일 전인 1월14일까지는 자리에서 물러나게 해줘야 한다. 후임자 임명을 위한 인사청문 등의 절차에 20일 안팎이 소요된다는 점에 비춰 늦어도 이달말까지는 개각이 불가피하다. 만약 내년초 개각을 한다면 1월14일 이전 현직 장관 사퇴 후 후임자에 대한 인사청문보고서 채택까지 일정기간 '차관 대행체제'를 감수해야 한다.
최근 여권에선 이달말까지 핵심법안들이 국회에서 통과되지 않을 경우 대국회 정무역량을 갖춘 정치인들이 부총리에 발탁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이에 따라 새누리당 유일호, 김광림 의원이 임종룡 금융위원장, 현정택 청와대 정책조정수석, 김준경 한국개발연구원(KDI) 원장, 신제윤 전 금융위원장 등과 함께 경제부총리 하마평에 오르내리고 있다.
황우여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의 후임으로는 주일 대사를 지낸 권철현 전 의원이 이준식 전 서울대 부총장, 임덕호 전 한양대 총장, 곽병선 한국장학재단 이사장, 나승일 전 교육부 차관 등과 함께 후보군으로 거론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