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천구갑은 '강남4구'로 불리는 여권의 텃밭이고 양천구을은 '서민 주거지'로 야권이 강세를 보인다. 완전히 다른 성격의 지역구들이 이웃한 양천구지만, 현재 두 곳 모두 새누리당 의원이 깃발을 꽂고 있다. 지난 총선에서 불과 1412표(갑), 1780표(을) 차이로 여당이 승리를 거뒀다.
양천갑에는 여야를 합쳐 3명의 현역 국회의원이 출사표를 던졌다. 여당의 공천과정에서 계파 대리전까지 예상되는 가운데 상대 지역구를 뺏으려는 야권의 도전도 이뤄진다. 양천을에서는 적지를 빼앗은 여당의 수성이 계속될지 여부가 관심이다.
◇양천갑, 與 계파대리전 예고…野도 "해볼만"=양천갑은 흔히 목동 아파트단지로 불리는 곳들이 중심이 된 지역구다. 서울에서도 지역민들의 소득수준, 부동산 가격이 높은 지역으로 손꼽힌다. 특히 '교육특구'라고 불릴 정도로 교육열이 높다. 여당의 텃밭이 될 수밖에 없는 환경인 셈.
실제로 여당은 지난 24년 동안 양천갑을 뺐기지 않았다. 14~15대 총선에서 박범진 전 의원이 2선을 했고 이후에는 원희룡 현 제주도지사가 3선을 내리했다. 지난 총선에서는 친박계로 불리는 언론인 출신 길정우 의원이 공천을 받아 민주통합당의 차영 전 대변인을 물리치고 당선됐다.
여당의 황금지역구인만큼 다가올 4월 총선에서도 새누리당의 각 계파를 대리하는 인사들이 출마를 예정하고 있다. 현역 길정우 의원에 대해 당 대변인으로 활동한 신의진 의원이 도전장을 내밀었다. 어린이·청소년 전문가로 입지를 쌓아온 신 의원이 길 의원의 '현역 프리미엄'을 이겨낼 수 있을지 관건이다.
신 의원은 비박(비박근혜)인 '김무성계'로 분류된다. 다른 유력 후보인 이기재 전 제주도청 서울본부장도 비박계다. 이 본부장은 원희룡계 인사다. 양천갑에서 3선을 했던 원희룡 도지사의 옛 조직이 움직이지고 있어 두 현역 의원 못지 않은 경쟁력을 지녔다는 평가다.
야당에서는 현역 비례대표 의원인 김기준 의원이 출마를 결정했다. 김 의원은 더불어민주당의 양천갑 지역위원장으로 약 3년 동안 활동하며 지역 입지를 쌓아왔다. 이외에도 하석태 양천구시설관리공단 본부장, 황희 전 청와대 행정관 등이 김 의원과 당내 경선을 가질 예정이다.
여당의 텃밭이지만 지난 총선에서 표 차이가 1412표에 불과했던 만큼 야권에도 승산이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목동야구장 및 행복주택이 무산된 목동 유수지 활용 등 서울시와 연대해 처리해야 하는 지역 이슈가 있어 박원순 시장이 있는 야권이 득을 볼수도 있다는 분석도 있다.
목동 아파트단지 재건축이 가장 큰 지역 이슈로 거론된다. 목동 2~6단지의 재건축이 올해부터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목동단지의 경우 30년이 된 노후 아파트여서 주차장 등 기본시설 부족에 시달려왔다. 길 의원이 이달들어 목동아파트 재건축 관련 정책토론회를 개최하는 등 각 후보들의 이슈 선점 경쟁도 이미 시작됐다.
목동야구장에서 고척돔으로 떠난 넥센 히어로즈의 연고지 이동, 목동에 자리잡았던 현대엔지니어링의 계동 사옥 이전 등에 따른 지역 상권 위축 대책도 화두가 될 것으로 보인다. 아파트 단지가 아닌 목2~4동에는 상대적으로 교육시설, 어린이 놀이 시설 등이 부족하다. 이 지역의 주거환경 개선 문제도 선거가 다가오면서 본격 논의될 전망이다.
◇양천을, 김용태 VS 이용선 리턴매치=양천을은 목동아파트 단지를 제외한 신정동 일대와 신월동 전체를 포괄한다. 일반주택, 임대아파트 위주다. 양천갑과는 소득, 주거형태 등이 모두 차이난다. 젊은 사람들이 싼값에 거주하는 '베드타운' 역할도 하고 있다. 야성이 강할 수밖에 없다.
동교동계 유력 정치인으로 활동했던 김영배 전 국회부의장이 13~16대까지 4선을 한 지역이다. 17대에서는 김 전 부의장의 보좌관 출신이었던 김낙순 전 의원이 수성에 성공했지만 18대 들어 여당의 '젊은 피' 김용태 의원에게 지역구를 빼앗겼다.
다가올 20대 총선에서도 박빙의 승부가 예측된다. 김 의원은 19대 총선에서 1780표 차이로 재선에 성공했다. 현재까지 김 의원과 접전을 펼쳤던 이용선 더불어민주당 지역위원장 사이의 '리턴매치'가 유력하다.
김용태 의원은 야권 텃밭에 여당의 깃발을 꽂은 후 악착같이 지역 예산을 따내고, '민원의 날'의 정례화를 통해 대민 접촉을 늘리는 방식 등으로 지지기반을 공고히 해왔다. 당내에서도 뚜렷한 경선 도전자가 없다. 양천을 수성에 대해 "오로지 김용태의 개인기에 달렸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야당의 이용선 위원장도 지난 4년 동안 절치부심, 지역일꾼 이미지를 굳히며 상당한 인지도와 지지도를 갖췄다. 변수는 김낙순 전 의원의 출마 여부다. 아직 예비후보 등록을 하지는 않았지만 김 전 의원이 탈당을 한 후 출마를 할 수도 있다는 얘기도 들리고 있다. 이 경우 야권의 표가 갈릴 수 있어 후보 단일화 여부도 중요한 변수가 될 수 있다.
지역 이슈로는 경인고속도로 지하화 공사가 있다. 양천을 지역을 가로지르는 경인고속도로를 지하도로 빼는 공사가 지난해부터 시작됐다. 고속도로가 지하로 빠진 이후 지상 공간 활용을 놓고 생태공원을 조성하자는 쪽에 여야 간 이견이 크게 없는 상황이다. 다만 여당은 주변부 상가개발 등에 조금 더 방점이 찍힌 주장을 하고 있어 입장차이가 발생할 여지도 있다.
여야가 선점에 나설 이슈로는 항공기 소음 피해 보상 문제가 있다. 김포공항 주변에 위치한 지역구 특성상 선거 때마다 나오는 '단골 이슈'이기도 하다. 또 신월동 일대가 지하철역의 절대 부족에 시달리고 있기 때문에 서부광역철도의 추진 역시 여야가 중요하게 다룰 것으로 보인다. 서부광역철도는 부천 원종에서 출발해 신월동 일대를 지나 서울 홍대입구로 향하는 노선으로 거론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