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존엄" vs "인과응보" 다시 폐기 앞둔 사형폐지특별법
'테러방지법' 처리를 두고 여야가 첨예하게 대립했던 지난 3월2일 밤 국회 본회의장. 발언대에 선 유인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사형폐지 법안 얘기를 꺼냈다. 20대 총선 공천에서 경선배재돼 이날이 사실상의 마지막 본회의 발언이었다. 그는 "172명이 낸 법안이 상임위에 계류된 채 그대로 폐기를 맞는다는 거 문제 있지 않느냐. 총선이 끝나고 나서 4월이라도 법사위에서, 전원위에 모여서 토론할 수 있는 기회를 주실 것"을 호소했다. 유 의원은 1974년 전국민주청년학생총연맹(민청학련) 사건으로 사형선고를 받았던 사형수였고, 17대 때와 19대 국회에서 두 번이나 사형 제도 폐지 특별법안을 대표발의했던 장본인이다.
유 의원의 호소에도 사형제도 폐지법안은 한달이 채 남지 않은 19대 국회 임기 만료와 함께 다시 폐기의 길을 걸을 전망이다. 15대 국회 때 처음 발의된 이래 5번째 발의와 폐기가 반복되는 셈이다. 사형폐지 논의가 국회에서 헛바퀴 돌고 있는 것은 '생명 존중'과 ''인과응보' '범죄억제'라는 찬반 논리가 팽팽한데다 국민적 민감도가 커 쉽사리 결론내기 어려운 탓이다.
◇15대 때 첫 발의, 5차례 발의-폐기 반복=우리나라의 사형제도 폐지 법안은 15대 국회 때인 1999년 유재건 의원 등 91명이 처음 발의했다. 이후 16대 때는 정대철 의원 등 63명이, 17대 때는 유인태 의원 등 175명이 서명한 법안이 발의됐다. 18대에는 박선영 의원 등 39인, 김부겸 의원 등 53인, 주성영 의원 등 10인이 각각 서명한 3건의 폐지 법안이 나왔고, 19대 때는 유인태 의원이 자신의 두번째 사형제도 폐지 법안을 대표발의했다. 이들 법안들은 모두 소관 상임위 문턱도 넘지 못하고 국회 임기 만료로 폐기됐다. 그나마도 상임위 법안소위에서 논의가 이뤄진 것은 지난 17대와 18대 두 차례 뿐이다. 19대 국회에서는 소관 상임위인 법제사법위원회 차원에서 지난해 11월 공청회를 개최했지만 역시 후속 논의가 이어지지 못했다.
◇"인간 존엄" VS "인과응보" 팽팽한 찬반 논리 =사형 제도를 폐지해야 한다는 쪽은 이 제도가 비인도적이고 인간의 존엄성을 침해하고 있다는 점을 우선 든다. 국가가 생명의 절대적 가치를 전제로 살인행위를 중범죄로 하고 있으면서, 다른 한편으로 국가에 의한 인간 생명의 박탈을 제도적으로 허용한다는 것 자체가 모순이라는 지적이다. 사형 제도가 교화 등 형벌의 목적에 부합하지 않으며, 위하력(잠재 범죄인에 대한 위협을 통해 범죄를 예방하는 힘)이 미흡하다는 주장도 있다. 정치적으로 남용될 우려가 있고, 결과를 돌이킬 수 없어 오판으로 인한 구제가 불가능하다는 점도 사형 제도의 폐해로 꼽힌다.
사형제도 존치론자들은 헌법재판소가 이미 지난 1996년 합헌 판결을 내린 점을 든다. 당시 헌재는 생명권은 일반적 법률 유보의 대상이 되는 상대적 기본권이므로 그것이 비록 생명을 박탈하는 것이라고 해도 본질적 내용을 침해하는 것은 아니라는 다수 의견을 채택했다. 다만 당시 7대 2 였던 합헌 비율은 2010년 헌재 결정 때는 5대4로, 위헌 의견이 재판관 9명 중 4명으로 늘어났다. 사형제도가 흉악범이 죄값을 물게 하고 그로 인해 또다른 흉악범죄를 예방하는 응보와 위화력이 있다는 점도 든다. 사형을 대체할 만한 형벌이 마땅치 않다는 점도 존치론의 논거다.
논리가 팽팽한데다 양측이 논거 중에 서로 충돌하는 대목도 적지 않아 한쪽 손을 들어주기가 더 어렵다. 위헌 여부는 헌재가 두 차례 합헌 결정을 내렸지만 위헌 의견이 4대 5까지 접근해 있고, 위하력에 대해서도 효과가 있다는 쪽과 없다는 쪽의 실증 자료들이 공존하는 실정이다. 사형 제도 존치 여론이 대체로 우세한 것도 폐지 논의가 진전을 보지 못하는 배경이다. 지난 2월 한국법제연구원이 발표한 '2015 국민 법의식 조사'에 따르면 사형제 폐지 여부를 묻는 질문에 ‘찬성한다’는 응답은 34.2%에 그쳤다. 반면 사형제 폐지에 ‘반대한다’는 의견은 65.2%로 두 배 가까이 차이가 났다.
◇'여소야대' 국회 지형 변화, 변수될까=사형 폐지 법안은 20대 국회에서 다시 발의될 가능성이 높다. 사형제 폐지 소신을 가진 국회의원들이 적지 않은데다 법안이 처리될 경우 역사적인 법안의 발의자라는 기록도 갖게 된다. 현재로선 20대에서 다시 발의가 되더라도 역시 결론을 내리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하지만 20대 국회가 '여소야대'로 국회 지형이 바뀌었다는 점은 변수다. 현재의 야당인 진보 정당 소속 의원들이 대체로 사형 제도 폐지에 전향적인 입장을 보여 왔기 때문이다.
사형 폐지 법안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법무부 등 정부의 반대도 걸림돌이었다"면서 "여소야대 국면에선 이전과는 다른 논의 양상이 전개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유인태·김부겸 "사형, 범죄 억지 못해…차라리 부결시켜야"
자신이 제출한 법안을 부결시켜 달라고 말하는 국회의원이 있다. 2일 현재 19대 국회 임기는 한 달도 남지않았다. 조속한 가결을 촉구해도 모자란데 "차라리 부결시키라"는 이유는 뭘까.
과거 사형폐지법안을 각각 제출했던 유인태 더불어민주당 의원, 같은 당 김부겸 당선인은 2일 한목소리로 사형제 폐지를 역설했다. 유 의원은 머니투데이 더300(the300)과 전화 인터뷰에서 "사형폐지에 관한 특별법안을 소관 상임위에서 묵히지 말고 공론장으로 끌어내야 한다"고 촉구했다. 유 의원은 "국회의원이 과반 넘게 서명한 법안을 얘기도 못해보고 폐기시켜야겠느냐"며 법제사법위원회에서 가결시켜 본회의로 넘기거나 차라리 부결시켜 달라고 호소했다.
유 의원은 지난해 7월 여야 국회의원 172명 서명으로 사형폐지법안을 제출했다. 살인을 범죄로 규정하면서 사형은 허용한다면 모순되고, 사형만이 범죄 억제력을 가지지도 않는다는 이유다. 무엇보다 판단착오로 무고한 이를 사형할 수 있다는 사법살인 우려를 제기했다. 대안으로는 종신형을 제안했다.
하지만 법사위에서 결론을 내지 않아 이대로면 법안이 임기만료폐기될 가능성이 높다. 18대 국회의 김부겸 의원안도 그렇게 소멸했다. 부결 요구는 그래서 나온 고육책이다. 국회법 63조는 위원회 심사를 거친 법안에 한해 재적 1/4 이상이 요구하면 국회의원 전원으로 구성되는 전원위원회를 열 수 있게 했다. 상임위에서 가부 결정이 나지 않으면 의원 전원의 뜻을 물어볼 수 있다는 취지다. 하지만 법사위가 가결이든 부결이든 결론을 내지 않으면 심사를 마친 것으로 볼 수 없다.
유 의원은 "(표결을 통해) 부결이라도 해야 전원위원회를 가는데 처리를 않고 있으면 계류로 끝나버린다"며 "당 원내대표 경선(4일)이 끝나면 이상민 법사위원장을 만나 설득해 보겠다"고 말했다. 더민주 원내대표에 출마한 이상민 위원장도 과거 사형폐지 논의때 폐지론을 지지했다.
유 의원은 사형제도가 국민의 법감정과 밀접하게 관련된다는 점을 잘 안다. 유 의원은 "국민에게 인과응보 심리라는 것이 있어 보통은 존치(폐지반대) 의견이 60%를 넘을 것"이라면서도 "프랑스도 사형제를 폐지할 때 반대여론이 60%를 넘었지만 미테랑 대통령이나 프랑스 의회가 결단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유 의원은 17대 국회에도 같은 법안을 제출했다. 그 자신이 1973년 민청학련 사건 사형선고를 받았던 탓에 소회가 남다르다. 그는 이달 말이면 국회의원 배지를 뗀다. 그는 임기내 최선을 다해 법안 공론화를 시도한 뒤 그래도 안되면 20대국회 재추진을 지원할 생각이다.
제15대 국회부터 사형폐지 법안을 제출한 이들중 20대 국회에 남는 사람은 김부겸 당선인이 유일하다. 김 당선인은 "사형폐지 소신은 변함없다"면서도 개원 즉시 법안 제출보다는 공론화를 우선할 뜻을 비쳤다. 그는 사형폐지에 동조하는 의견그룹들을 모을 계획이다.
김 당선인은 번번이 법안논의가 막힌 데에 "사형 폐지로 의견이 모아지다가도 엽기적인 사건 같은 것이 나면 분위기가 달라졌다"며 "행정부 차원에서는 법체계 내에 (흉악범죄에 대한) 일종의 억제수단은 갖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듯하다"고 했다. 그럼에도 사형 폐지가 "한 사회의 성숙한 수준을 보여줄 것"이라며 "결단해야 할 문제"라고 역설했다.
수많은 사람의 목숨을 앗아간 흉악범도 사형만은 면해야 하는 걸까. 생명과 존엄, 인권을 다루는 쟁점이다보니 동료들의 서명을 받는 일도 쉽지 않다. 그럼에도 지난해 유 의원 법안에 여야 170명 이상 서명해 화제가 됐다. 18대 국회때 김부겸 의원안 53명, 박선영 의원안 39명 서명에 비하면 확연히 늘었다.
여야 의원들의 법안 서명 배경엔 종교와 정치적 신념이 있다. 유 의원은 "새누리당 내 가톨릭 신자의 절반은 서명해준 것 같고 사형에 반대하는 불자(불교) 쪽도 많다"며 "종교 관계 없이 자기 소신을 가진 분들도 있고 해서 (새누리당에서) 40여명 서명을 받을 수 있었다"고 했다.
[막전막후속기록]"유영철이 21명 죽인 것 온천하가 다 알아"
사형제 폐지안은 지난 2005년 2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처음으로 상정됐다. 15대 국회 당시 유재건 새정치국민회의 의원이 처음 대표발의했지만 제대로 논의해보지도 못한 채 폐기되다 17대 국회에서 유인태 열린우리당 의원 대표발의, 여야 의원 175명의 서명으로 논의의 물꼬를 텄다.
공교롭게도 열린우리당과 유 의원이 사형제 폐지 추진 의사를 밝힌 것은 2004년 7월 15일. 불과 3일 뒤인 18일 '희대의 연쇄살인범' 유영철이 검거됐다. 사형제 폐지에 대한 여론이 악화되는 계기였다.
유 의원이 대표발의한 사형제폐지특별법은 사형제도를 폐지하는 대신 가석방이나 감형없는 종신형을 도입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날 법사위 전체회의에서는 의원들도 사형 폐지론자와 존치론자로 나뉘어 활발한 토론이 벌어졌다. 김승규 당시 법무부장관은 존치론자로서 강경한 입장을 고수했다. 개인 신념과도 밀접한 연관이 있는 문제인만큼 결론은 쉽게 나지 않았고, 입법 체계상 발생할 수 있는 문제까지 제기되며 결국 논의는 흐지부지됐다.
#. 2005년 2월 18일 법사위 전체회의
유인태 의원:존치론자들은 사형제도가 흉악범죄를 막는 상징적인 효과가 있다고 주장하지만 사형과 범죄예방 효과의 직접적 연관성은 어떤 조사에서도 찾을 수 없다. 인혁당·민청학련 사건 관련 저와 함께 사형을 선고받았던 8명이 대법원 판결이 내려진지 채 하루도 되기 전에 처형됐다. 존치론자들은 오판의 확률이 극히 낮다고 주장한다. 제3자에게는 확률이 미미할지 모르지만 사형 당사자에게는 100% 오판 확률이다.
양승조 의원:저는 사형존치론을 주장한다. 미국 각 주에서 사형제도를 1972년경 거의 폐지했지만 지금 많이 부활한 이유가 뭔가.
김승규 법무부장관:사형을 폐지하다보니 흉악범죄가 점점 늘고 종신형을 사는 사람들을 수용하는 것이 굉장히 어려웠다. 종신형을 사는 사람들 스스로도 극단적으로 '차라리 죽는 게 낫다'는 등 장기간 수용생활에 따라 오히려 인격이 파괴되는 점 등이 문제가 됐다.
양승조 의원:사형폐지를 주장하는 분들은 인간의 존엄성을 중요한 논거로 삼고 있지만 제 판단에는 종신형도 인간의 존엄성이라는 측면에서 그에 못지 않다.
이은영 의원:저는 개인적으로 사형 폐지론자다. 영국이 사형유예제도를 입법화하고 있는 데 이것이 훨씬 낫다고 생각한다. 법무부장관의 재량에 의해 (유예)할 게 아니라 사형집행 선고 후 문제가 있다 생각한다면 법을 통해 사형을 폐지하거나 적어도 모라토리엄 제도를 둬야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유인태 의원:종신형이 더 반인권적인 게 아니냐는 말씀을 했는데 실제로 감옥 안에서 사형수들은 오늘 죽는 것인가 내일 죽는 것인가 하루하루를 기다리며 그렇게 살고 있다. 사형확정수 59명에게 있어서 유영철은 아주 증오의 대상이라고 한다. 사형수 입장에서 (사형제를) 봐야지 밖에서 (종신형이) 더 인권에 문제가 있는 게 아니냐고 하는 것은 (맞지 않는다)"
정성호 의원:상대적으로 종신형을 규정해 엄격한 요건 하에 관리하는 것도 대안이 될 수 있지 않나 생각한다.
김승규 법무부장관:저희는 사형제도가 존치돼야 된다고 보고있다. 과거에 우 순경이라는 사람이 56명을 죽였다. 또 화성에서 연쇄살인 사건이 나서 10여명이 죽었다. 지존파, 영웅파, 막가파 등은 말할 것도 없고 최근에는 유영철이 21명을 죽인 것은 온 천하가 다 아는 사실이다. 우리 국민의 법 감정도 무시할 수 없는 것이다. 그래서 저희들은 사형제도는 있어야 하되 사형은 신중하게 선고돼야 하고 여러가지 보완대책은 필요하다, 또 사형 선고되는 법률조항을 하나하나 검토해서 좀 줄여나가는 노력이 있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최재천 의원:사형제도는 수천 년동안 있어왔지만 범죄는 계속 늘어간다. 사형제도가 가장 오래된 형벌 중의 하나인데 범죄는 계속 늘어가고 흉악화되고 있다. 어쩔 수 없는 흐름을 사형제도가 존재한다 해서 막을 수는 없다.
노회찬 의원:우 순경 사건, 유영철 사건 등을 예로 들었는데 오히려 그 사건들은 사형제도가 있을 때 벌어진 사건이다. 있음에도 벌어진 사건들이어서 결국 사형제도가 이런 사건들을 막을 수 없다는 것을 입증하는 예로도 얘기할 수 있다. 과연 사형만이 자신이 저지른 죄에 대한 합당한 벌인가, 오히려 종신형과 같은 것이 더 큰 벌일 수도 있지 않은가 하는 소견이다.
장윤석 의원:우리 형사법 체계가 좀더 유연하게, 법원에서 '당신이 지금 50세라면 남은 수명을 30년으로 보고 50년을 구형한다' 하면 어떤 의미에서는 종신형 아닌가. 사형폐지특별법이 나오게 된 배경을 깊이 보면 현행 형사법의 양형체계가 조금 경직돼 있어서 그런 것 아닌가 한다. 그래서 사형제도를 그대로 두더라도 무기형 제도 외에 유기형을 좀 더 광범위한 범위 내에서 검찰과 법원이 선택할 수 있게 한다면 유 의원이 걱정하는 사형제도 폐단은 덜고 효과를 얻을 수 있는 것이라 생각한다.
이와 별개로 우리나라 입법 체계는 개별법 제개정의 형식을 취한다. (사형제) 존폐론은 별론으로 하고 개정을 하더라도 개별법에서 법정형인 사형을 삭제할 것이냐 안 할 것이냐 하는 형식으로 개정이 논의가 돼야지 이같은 형식의 폐지특별법으로 일괄폐지하고 종신형을 도입하는 것은 입법기술상으로도 무리한 법안이 아닌가 한다.
전세계 140개국 사실상 사형폐지국…58곳은 '유지'
#지난2월 19일,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상관살해 등의 혐의로 기소된 임 병장에 대해 사형을 선고한 군사법원 판결을 확정했다. 임 병장은 2014년 6월 강원 고성군 육군 22사단 GOP에서 동료 병사들을 향해 수류탄을 던진 후 총기를 난사해 5명을 살해하고 7명을 다치게 한 혐의를 받았다.
대한민국에는 집행을 기다리는 사형수가 총 61명 존재한다. 57명은 민간인이며 4명은 임 병장과 같은 현역군인 신분이다. 10년 이상 사형을 집행하지 않으면 국제사회 관행에 따라 '실질적 사형폐지국'으로 분류된다. 1997년 12월 30일을 끝으로 18년 넘게 사형집행을 하지 않고 있는 한국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형 확정 판결이 계속 내려지고 있다.
국제앰네스티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모든 범죄에 대해 사형을 완전히 폐지한 국가는 102개국에 달한다. 유럽 주요 국가를 비롯해 캐나다, 콜롬비아, 파라과이, 베네수엘라 등이 사형폐지국에 속한다.
군형법 등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고 일반 범죄에 대해 사형제도를 폐지한 국가는 브라질, 칠레 등 6곳이며 10년간 사형을 집행하지 않아 사실상 사형폐지국으로 분류된 국가도 우리나라를 비롯해 32곳이다. 140개국에서 사실상 사형제도가 폐지된 셈이다.
여전히 사형이 유지되는 국가도 58개국에 달한다. 북한을 비롯해 주로 중동국가들이 사형제를 유지하고 있다. 미국의 경우 주마다 사형제를 폐지한 곳이 있고 유지하고 있는 곳이 있다. 중국은 전세계적으로 사형 집행이 가장 많이 이뤄지는 국가다. 일본도 사형제도를 유지하고 있다. 가장 최근의 사형집행은 지난해 6월로, 2009년 강도 및 살인으로 유죄가 선고돼 사형수로 수감 중이던 칸다 츠카사(44)가 교수형에 처해졌다.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사형제를 유지하고 있지만 사형집행은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는 대만의 경우 최근 모친이 보는 앞에서 4세 여아를 잔인하게 참수한 '묻지마 공격'이 발생하면서 사형 집행 목소리가 거세지고 있다.
세계적인 흐름은 사형을 폐지하는 쪽이다. 2014년 12월 UN총회는 '사형의 사용에 대한 모라토리엄(사형집행 유예)' 결의를 다시 한 번 채택하고 전 세계에 사형집행을 중단할 것을 촉구했다. 지난해에는 피지, 마다가스카르, 콩고, 수리남이 사형폐지국에 합류했고 몽골도 올해부터는 사형폐지국가 대열에 올랐다.
하지만 전세계적으로 지난해는 사형집행건수가 급격히 증가하며 25년만에 가장 많은 사형수가 처형된 해였다. 국제앰네스티 세계 사형제도 현황보고서에 따르면 2015년 처형된 사형수는 최소 1634명으로 전년보다 50% 이상 증가했다. 이 통계는 중국의 사형집행이 포함되지 않은 것으로, 사형 관련 통계를 기밀로 취급하는 중국에서는 수천명 이상이 처형됐을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해 사형을 가장 많이 집행한 5개 국가는 중국, 이란, 파키스탄, 사우디아라비아, 미국 순이다. 특히 이란, 파키스탄,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사형집행 증가율이 두드러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