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티 디젤" 친환경서 삭제 법안, 산업부 반대로 이미 폐기

진상현 박소연 기자
2016.05.18 06:05

[the300][클린디젤의 배신④-국회 무관심]산업부 "엄격한 기준 충족시만 클린디젤로 정의" 주장, 발의 40여일만에 폐기…시장 왜곡 등 간과 지적

[편집자주] '침묵의 살인자'로 불리는 미세먼지와 질소산화물을 뿜어내는 디젤 승용차. '클린디젤'이라는 이름으로 국내 자동차 시장에서 그 영역을 넓혀 왔지만, 연비조작과 배출가스조작의혹이 잇따르면서 소비자의 배신감이 커지고 있다. 디젤차의 실상을 짚어보고 건강한 자동차 산업 발전을 위한 대안을 모색한다.

디젤 자동차의 친환경성 논란이 불붙은 가운데 국회에서는 친환경 차량중 클린디젤 자동차를 배제하는 법안이 제출됐지만 산업통상자원부의 반대 의견 등을 그대로 받아들여 발의 40여일만에 폐기된 것으로 확인됐다. 19대 국회 막판에 발의돼 법안 심사가 촉박했던 탓도 있지만 기본적으로 ‘더티 디젤’의 문제점에 대한 무관심도 한몫했다는 분석이다.

17일 국회에 따르면 친환경적 자동차의 정의에서 클린디젤 자동차를 배제하는 '환경친화적 자동차 개발 및 보급 촉진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은 지난해 10월7일 이찬열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발의했다. 폭스바겐 '디젤 게이트'로 세상이 떠들썩했을 때다.

개정안은 전기자동차, 태양광자동차, 하이브리드자동차, 연료전지자동차, 천연가스자동차 등과 함께 친환경적 자동차로 분류돼 있는 클린디젤 자동차를 해당 조항에서 삭제하는 내용이다.

이 의원은 법안 취지에서 "폭스바겐 배출가스 조작사건을 계기로 ‘클린디젤’의 실상이 낱낱이 밝혀지고 ‘클린디젤’이 자동차사 마케팅에 의한 허상임이 알려지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클린디젤 자동차가 환경친화적 자동차에 포함될 당시에도 '클린디젤자동차의 경우 기술개발이 계속된다고 하더라도 배출되는 질소산화물을 여타 환경친화적 자동차 수준으로 감소시키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는 사실을 고려해야 한다'고 국회 전문위원 검토보고서(2009년 4월)에서 지적한 바 있으며, 실제로 실주행시에는 기준치를 크게 초과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지적했다.

개정안은 그러나 법안 발의 40여일만인 11월17일 폐기됐다. 법안소위 법안심사도 제대로 논의가 이뤄진 것도 한차례 뿐이다. 클린디젤 자동차의 조건을 법안에서 별도로 규정하고 있으므로 굳이 배제할 필요가 없다는 산업부의 반대 의견이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국회 속기록에 따르면, 지난해 11월17일 법안소위에 참석한 당시 이상준 산업부 자동차항공과장은 "이찬열 의원께서 말씀하신 친환경차에서 클린디젤차를 빼자는 것과 지금 법에 있는 클린디젤자동차는 다른 것"이라며 "수도권 대기환경보전법에 의한 클린디젤차는 지금 돌아다니고 있는 디젤차보다 월등히 높은 퀄리티를 요구한다"고 주장했다. 이관섭 산업부 1차관도 법에서 추가로 '수도권 대기환경개선에 관한 특별법 제2조6호에 따라 환경부령으로 정하는 저공해 기준에 적합할 것'으로 규정하고 있으며, 이 기준을 환경부가 타이트하게 만들어 이것에 맞으면 '클린디젤'이라고 해도 된다고 본다고 밝혔다. 이같은 정부의 견해에 대해 법안소위에 참석한 법안소위 위원(국회의원)들도 적극적으로 반론을 펴지 않아 본회의에 부의되지 않고 폐기하는 것으로 결론이 났다.

하지만 이같은 논의가 시간이 쫓겨 부실하게 진행됐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법안에서 클린디젤의 조건을 추가로 명시했다고 하지만 충족시킬 가능성이 낮고 현재로선 '더티 디젤'에 가까운 연료를 친환경적 연료의 범주에 넣음으로써 줄 수 있는 시장 왜곡을 간과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디젤 차량을 판매하는 자동차업체들은 '클린 디젤' 마케팅으로 시장 확대에 톡톡한 재미를 봤다는 게 업계의 정설이다.

당시 심사 과정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당시 총선으로 가는 국면이어서 통과시킬수 있는 법안 위주로 회의를 급하게 진행한 측면이 있다"면서 "디젤 연료의 환경오염에 대한 심각성에 대한 의식도 부족한 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개정안은 19대 국회에서 이미 폐기가 됐지만 20대 국회에도 다시 논의가 이어질 전망이다. 개정안을 발의했던 이찬열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날 자료를 내고 "제20대 국회 개원과 동시에 이법을 재발의해 국민피해를 줄이는데 앞장설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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