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0년 7월 25일. 프랑스 파리 샤를 드 골 공항을 출발한 에어프랑스(AF) 소속 콩코드 4590편이 화염에 휩싸여 한 호텔로 추락했다. 이륙 88초 만이었다.
이 비극적 사고로 승객 100명과 승무원 9명, 호텔 직원 4명 등 총 113명이 사망했다. 세계 최초 초음속 여객기로 유명했던 콩코드는 활주로에 떨어져 있던 43㎝ 길이의 금속 조각 하나로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콩코드 AF4590편은 사고 당일 오후 3시 미국 뉴욕 존 F. 케네디 공항으로 향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출발 직전 기체 결함을 수리하느라 예정보다 늦은 오후 4시42분쯤 이륙했다.
문제는 활주로 위에 있었다. 약 5분 먼저 이륙한 미국 콘티넨털항공 DC-10의 엔진 덮개에서 길이 43㎝의 티타늄 소재 금속 띠가 떨어져 있었다. 하지만 이를 알지 못한 AF4590편은 활주로를 내달렸고, 결국 부품을 밟고 지나가 왼쪽 랜딩기어 앞바퀴 타이어가 손상됐다.

시속 300㎞가 넘는 속도에서 튕겨 나온 대형 타이어 파편은 날개 아래를 강하게 가격했다. 그 충격으로 연료 탱크가 파열되면서 분출된 연료에 불이 붙으면서 기체는 순식간에 화염에 휩싸였다.
불은 기체의 나머지 부분으로 빠르게 번졌다. 그러나 AF4590편은 이미 이륙 결심 속도(V1)를 넘어선 상태라 멈출 수가 없었다. 활주를 중단하면 활주로를 벗어날 위험이 더 컸기 때문에 기장 크리스티앙 마티는 이륙을 강행할 수밖에 없었다.
조종사들은 가장 가까운 파리 북부의 르부르제 공항에 비상 착륙을 시도했다. 하지만 왼쪽 엔진의 추력이 크게 떨어진 데다 날개까지 녹아내리면서 기체는 왼쪽으로 기울기 시작했다. 부품을 밟았던 랜딩기어까지 망가져 접히지 않았다.
기장은 불균형을 맞추기 위해 오른쪽 엔진의 출력을 줄였지만, AF4590편은 오히려 양력을 잃으며 이륙 88초 만에 공항 인근 리시모 호텔에 충돌해 폭발했다. 이 사고로 승객 100명과 승무원 9명, 호텔 직원 4명이 모두 목숨을 잃었다.

콩코드는 1960년대 프랑스와 영국이 공동 개발한 세계 최초 초음속 여객기다. 음속 두 배인 마하 2의 속도(초속 약 680m)로 비행하도록 설계됐다. 대서양 횡단에 걸리는 시간은 일반 여객기의 절반 수준인 3시간 20분 정도였다.
다만 초음속 비행을 위해 설계된 기체 구조를 두고 꾸준한 지적이 제기됐다. 가벼운 기체를 위해 부품을 일부 변경하거나 제거한 탓에 충격에 약했기 때문이다. 운행 초기에도 착륙 도중 타이어가 터지며 파편이 날개를 손상시킨 사고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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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미국 NTSB(연방교통안전위원회) 등은 부품을 강화하라고 에어프랑스와 영국항공에 권고했다. 하지만 개발사는 무게가 증가하면 빠른 속도를 내는 것이 어려워진다는 이유로 이를 무시했다.
AF4590편 참사 이후 에어프랑스와 영국항공은 연료 탱크와 타이어를 강화하는 등 대대적인 안전 개선 작업을 거쳐 2002년 운행을 재개했다. 인구 조밀 지역을 피하는 방향으로 항로도 조정됐다.
그러나 기체 유지 보수비 증가와 9.11 테러 이후 항공업계 침체까지 겹치면서 콩코드는 결국 2003년 10월 마지막 비행을 끝으로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사고 원인이었던 티타늄 부품을 활주로에 떨어뜨렸던 콘티넨털항공은 에어프랑스와 희생자 가족으로부터 소송을 당했다. 콘티넨털항공은 혐의를 부인했지만, 2010년 프랑스 1심 법원은 과실치사죄를 인정해 벌금 20만유로(약 3억3778만원)를 선고했다.
그러나 2012년 항소심 재판부는 사고와의 직접적인 인과관계를 인정하기 어렵다며 콘티넨털항공과 정비사 등 피고 모두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다만 민사상 책임은 일부 인정해 에어프랑스와 피해자 측에 70만유로(약 11억8223만원)를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현재 AF4590편이 추락했던 현장에는 희생자 113명을 기리는 추모비가 세워져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