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탁금지법(부정청탁 및 금품수수 금지에 관한 법률) 시행 보름 만에 국민권익위원회가 '매뉴얼 수정' 카드를 꺼냈다. 권익위는 지난달 28일 법이 시행된 이후 오락가락한 유권해석으로 혼란을 부추긴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13일 권익위에 따르면 공직자 간 경조사비 수수는 직무 관련성이 있더라도 10만원 이하에서 주고받기를 할 수 있게 된다. 권익위 관계자는 "같은 조직 구성원끼리는 상호 부조차원에서 10만원 이하의 경조사비는 받을 수 있게 하자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그동안 직무 관련성을 들어 엄격하게 규제했던 경조사비에 대해 법 해석을 유연하게 가져가기로 한 셈이다.
청탁금지법에 공직자 등은 직무와 관련해 대가성 여부를 불문하고 금품 등을 받거나 요구 또는 약속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공직 대상 직종별 매뉴얼에도 '인사·예산·감사·상훈 또는 평가 등을 직접 받는 소속 기관 공직자 등이 제공하는 경조사비'에 대해선 주고받기를 금지하고 있다.
그러나 이같은 엄격한 법 해석으로 "수년을 동고동락하며 고생한 상사에게 부조금도 못 주냐"는 등 비판이 잇달았다. 실제로 성영훈 권익위원장은 지난 10일 국회 정무위 국정감사에서 '권익위 인사담당자가 부친상을 당했다면 부의금을 낼 수 있냐'는 김종석 새누리당 의원의 질의에 "상시 평가를 하는 입장이라…상(喪)에 대해서는 논란이 있다"며 즉답을 하지 못했다.
권익위가 경조사비에 대해 유연한 입장을 취하기로 하면서 정치권에서도 환영하는 분위기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민병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머니투데이와의 통화에서 "국감에서 지적한 것을 (권익위가) 수용한 것은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사회통념과 괴리가 있는 유권해석은 바꿀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민 의원은 "범사회적으로 혼선을 불러일으키는 사안은 조속히 정리돼야 한다"며 "사회통념상 허용되는 사안은 권익위가 과감하게 허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카네이션 금지법' 등으로 희화화된 청탁금지법의 안정성을 위해서라도 지나치게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기 보다 유연함을 보일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서울 소재 한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사회통념상 문제가 되지 않는 부분에 대해 권익위가 정밀히 따져 (법 적용을) 완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공직자 간 경조사비는 허용해주고 '카네이션' 이나 '캔커피'가 안된다면 형평성 문제가 제기될 수 있다고도 했다.
일각에서는 법을 시행한지 채 한 달도 안 된 시점에서 기존 입장을 바꾼 것은 국민들의 혼란을 가중시킬 수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시행 초기 선례가 쌓이지도 않았는데 법 해석을 뒤엎는 것은 당초 취지를 의심케 할 수 있다는 얘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