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민 무료' 표퓰리즘 판치는 대선 "신뢰없는 정책은 실패"

정진우 기자
2017.04.26 05:10

[2017 키플랫폼: 리마스터링 코리아][인터뷰]백웅기 KDI 수석이코노미스트(상명대 교수)

[편집자주] '팬더모니엄'(대혼란, Pandemonium). 대한민국의 2017년 오늘을 가장 정확하게 표현한 말입니다. 사상 초유의 대통령 파면으로 대한민국은 그동안 한번도 가보지 않은 길을 가고 있습니다. 정치, 경제, 사회 등 모든 분야가 지금 살얼음판을 걷고 있습니다. 머니투데이 글로벌 콘퍼런스 키플랫폼(K.E.Y. PLATFORM)은 이런 위기를 현명하게 극복할 수 있는 비법을 오는 4월27~28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공개할 예정입니다. 이에 앞서 지난 6개월 동안 키플랫폼과 함께 새로운 대한민국의 미래 비전과 전략을 고민했던 국내·외 전문가들의 인터뷰를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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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주 앞으로 다가온 대선을 앞두고 '표퓰리즘 정책'으로 의심받는 공약이 쏟아지고 있다. 각 당 후보들이 재원을 고려하지 않고 국민들의 환심을 사기 위해 공약 공수표를 남발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민들도 정책 실현 가능성을 낮게 본다. 선거때면 그럴듯한 정책이 나오지만, 실행되는 건 많지 않았던 탓이다.

정책의 생명은 '신뢰'다. 실행이란 약속을 지키지 않으면 정책의 효과는 반감된다. 대한민국 거시경제 정책의 기본 뼈대를 설계하고 있는 백웅기 한국개발연구원(KDI) 수석이코노미스트(상명대 경제학부 교수)는 "정책을 만드는 사람이 반드시 실행하겠다는 약속을 지키지 않으면, 그 정책은 실패할 수밖에 없다"며 "매일 정책 회의만 한다고 정책이 실행되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머니투데이의 글로벌 콘퍼런스 키플랫폼(K.E.Y. PLATFORM)이 지난 21일 백 교수를 만나 차기 정부의 정책 과제에 대해 들어봤다.

백웅기 KDI 수석이코노미스트(상명대 교수)

- 차기 대통령이 취임 초 반드시 해야할 일이 무엇일까?

▶ 누구나 정책은 만들 수 있다. 하지만 정책의 효과를 내는 건 아무나 못한다. 차기 대통령은 취임 초 정책의 효과를 높이기 위한 프로세스를 만들어야 한다. 공무원 조직과 민간에 있는 전문가들이 합심해서 알맹이 있는 정책을 만들고, 국민들이 체감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국민이 원하는 정책이 무엇인지 알아낸 후 그 정책을 치열하게 다루는 '폴리시 아레나'(policy arena, 정책 토론장)를 세팅하는 게 급선무다.

- 차기 대통령이 어떻게 움직여야할까.

▶ 정책의 실행력을 높이기 위한 작업을 해야한다. 올해 초에 세계은행(WB)에서 정책자료집(World Development Report 2017)을 통해 '3C정책'을 강조했다. 어떤 일이 있어도 약속한 정책은 반드시 실행한다는 '커미트먼트'(Commitment), 정책 집행기구 간 조정과 조화를 이루는 '코디네이션'(Cordination), 정책의 협업을 위한 '코아퍼레이션'(Cooperation)이 그것이다. 이 세가지가 제대로 맞물려서 돌아가야 정책이 효과를 낸다. 차기 대통령은 '한국형 3C정책'을 만들어야한다.

- 한국형 3C정책의 성공조건은 무엇일까?

▶ 대통령이 의지를 갖고 의사결정 시스템과 거버넌스를 제대로 갖추는 게 중요하다. 정부가 민간과 상호교류를 통해 중심을 잡도록 해야한다. 정책을 결정하는 대통령과 공무원들이 기업인을 비롯한 민간 영역에 있는 전문가들과 소통을 잘 해야 이뤄질 수 있다. 정책이 모든 것의 목적은 아니다. 정책이 집행되는 프로세스가 오히려 더 중요하다. 프로세스가 엉망인 정책은 절대 성공할 수 없다.

- 어떤 프로세스가 중요한가.

▶ 우리나라 현실에 맞는 프로세스를 찾아야한다. 지금과 같은 제왕적 대통령제에선 '톱-다운'(top-down)으로 정책이 전달된다. 하지만 우리나라처럼 민주화와 산업화가 동시에 진행된 나라에선 상호교류가 더 중요하다. '톱-다운'을 벗어나 반드시 '바텀-업'(bottom-up) 중심으로 가야한다. 정책 수요자는 민간이기 때문이다.

백웅기 KDI 수석이코노미스트(상명대 교수)

- 정부가 매년 수백조원 예산을 투입해 정책을 추진하는데, 왜 국민들은 체감하지 못할까?

▶ 정책 과제를 아무리 잘 만들어도 프로세스가 제대로 움직이지 않으면 효과가 없다. 또 민간과 상호작용(인터렉션)이 없는 정책은 실패할 확률이 높다. 예를들면 정부가 산업 구조조정을 추진했다고 하지만, 좀비기업은 더 늘었다. 이런 상황에서 혁신이 되겠나? 거버넌스(governance)의 문제가 제일 크다. 국민이 원하는 정책이 아니었단 얘기다. 우리나라의 근본적인 문제다. 정책이 효과를 발휘하려면 위에서 아래로 일방적으로 흐르는 거버넌스가 아닌 아래에서 위로 또 양 옆으로 통하는 소통이 이뤄지는 거버넌스가 중요하다. 3C정책만 제대로 자리 잡히면 국민이 체감할 수 있다고 본다.

- 좋은 거버넌스란 무엇인가?

▶ 한마디로 국민이 신뢰하는 정부다. 정부가 믿음을 주고 국민들이 신뢰할때 거버넌스는 확립된다. 정부 정책을 믿었더니, 소득이 늘고 예전보다 살림살이가 나아졌다는 신뢰말이다. 정책 당국이 신뢰를 잃으면 정책은 효과를 잃는다. 정책을 디자인하는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한다. 정책 수단을 제공하는 부처들이 거버넌스 확립에 중요한 역할을 해야한다.

- 차기 대통령의 역할이 중요할 것 같다.

▶ 새 대통령은 우선 국민이 무엇을 원하는지 제대로 파악해야한다. 민간과 기업의 얘기를 잘 듣고, 야당과 협치를 해야한다. 그래야 하나의 정책 목표가 나오고, 정책이 효과를 낸다. 정책을 만드는 사람들이 서로 협업하고 협치할 수 있도록 하는 게 대통령의 리더십이다. 좋은 거버넌스는 '무엇을 하느냐'가 아니라 '어떻게 하느냐'의 프로세스를 만드는 것이다. 정부가 정책에 대한 약속을 제대로 하지 않으면 효과가 떨어진다. 정책이 서로 조화를 이뤄야하며, 정책을 만드는 사람들이 협업해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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