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 경제 개혁정책의 아이콘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가 검증의 무대에 섰다. 야당 의원들은 위장전입과 아파트 다운계약서 작성, 논문 자기표절, 배우자 특혜 취업 등 각종 의혹에 대한 송곳 검증에 나섰다. 김 후보자는 일부 의혹에 대해서는 사실을 인정하고 사과했다.
'여당 내 야당'이라 불리는 민병두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김 후보자의 견해가 너무 "말랑말항한 것 아니냐"고 압박하기도 했다. 김 후보자는 청문회 초반에는 다소 긴장한 듯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지만 대기업 일감몰아주기 규제나 전속고발권 개선 등 정책 질의에는 소신 발언을 이어갔다.
◇부인 채용 특혜·논문 자기 표절 등 '송곳검증'…김상조 "송구"
2일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진행된 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에서는 김 후보자 신상과 관련된 도덕성 검증이 집중됐다. 지상욱 바른정당 의원은 김 후보자 부인의 채용과 관련해 "서울시 교육청 담당자에게 확인한 결과 원칙적으로 자격이 안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당시 조씨외에도 2명이 함께 응모했다"고 주장했다.
지 의원은 "채점표를 확인해보니 부인의 점수는 3명의 경쟁자 중 최하점이었다"며 "즉 다른 2명을 제치고 부인이 취업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 후보자는 "송구스럽다"면서도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한 적은 없다"고 반박했다. 그는 "제 처는 밖에 나가서 '남편이 김상조'라는 말도 못했다"라며 "'재벌 저격수'라는 별명을 둔 남편을 가진 부인이 어떻게 그럴 수 있었겠는가"라고 반박했다.
최운열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김종석 자유한국당 의원 등은 논문 자기 표절 문제를 제기했다. 김 후보자는 2000년12월 산업노동연구에 게재한 논문과 같은해 8월 노사정위원회에 공동저자로 이름을 올려 제출한 용역보고서의 내용이 동일하다는 의혹을 받았다. 김 후보자는 "제 연구 업적과 관련해서 논란이 제기된 것에 대해서는 무엇보다도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논문의 각주, 참고문헌 처리가 일부 소홀했다"며 머리를 숙였다.
위장전입 논란에 대한 해명도 나왔다. 그는 대치동 은마아파트 위장전입의혹과 관련해 "영국 안식년을 다녀온 후 처가 길거리에서 쓰러져 대장암 2기 진단을 받았다"며 "당시 처가 수술을 받은 곳이 강남의 모 병원이었다. 처의 치료를 위해 이사를 간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운계약서 의혹엔 "직접 제출하진 않아, 당시 관행"
김 후보자가 아파트 구입시 다운계약서를 작성해 탈세를 했는지 여부에 대한 공방도 벌어졌다. 김한표 의원은 김 후보자에게 1993년 3월 명문 학군인 목동의 36평 아파트를 1억7550만원 주고 샀는데 구청에는 5000만원에 구매했다고 신고했다며 "맞느냐 아니냐"고 물었다. 김 후보자는 "청문회 준비 과정에서 기준시가보다 낮은 5000만원으로 신고한 사실은 확인했다"고 했다.
그는 설명식으로 답변을 하는 김 후보자의 발언을 끊고 "'예·아니오'로 답하라"고 수차례 요구했다가 여당 측의 반발을 사기도 했다. 김 후보자는 "지금 기준에서는 국민 법 관행과 맞지 않아 대단히 송구스럽지만 표준 시가에 의한 계약서를 직접 제출하지는 않았다"고 답했다.
아들이 금융권에서 인턴을 하는 과정에서 특혜를 받았다는 주장도 나왔다. 유의동 바른정당 의원은 김 후보자가 소장으로 있던 한국금융센터가 2015년 5월 정책 심포지엄을 개최한 것을 지적했다. 당시 심포지엄에 참여한 발제자들이 김 후보자의 아들이 인턴으로 근무한 하나금융지주와 인연이 있는 인사들이었다는 것.
유 의원은 "심포지엄 이후 6개월만에 김 후보자의 아들이 27대1의 경쟁을 뚫고 인턴으로 들어갔다"며 "최소한 방임방조는 있었을 듯"이라고 봤다. 김 후보자는 "그 심포지엄의 주제가 금융그룹 통합감독체계에 대한 것이라 금융권 협회들이 후원단체로 참여한 것"이라며 "그 심포지엄과 아들을 연결시키는 것 저로서는 조금 받아들이기 힘들다"고 했다.
일부 여당 의원들은 김 후보자가 너무 온건한 것 아니냐고 따졌다. 민병두 의원은 "정권 사회적 합의 수준이 가장 높을때 (재벌체제에 대한) 근본적인 개혁을 시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용진 의원은 "중간금융지주사 도입 찬성 발언을 여러번 했는데 이야말로 금산분리 원칙을 무너트리는 특혜"라고 했다. 김 후보자는 "'김상조가 말랑말랑해졌다'는 얘기를 많이 듣고 있다"며 "경제력 집중 문제는 5대 그룹에 집중해 법 집행을 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전속고발권 등 공정위 정책에는 소신발언
개인 신상과 관련된 의혹 제기에 해명과 반박을 이어가던 김 후보자는 공정위 정책과 관련된 질의에는 소신있게 답했다. 공정위 전속고발제도 폐지와 관련해서는 "공정거래법 집행시 형사적, 민사적, 행정적 규율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국회와 면밀히 협의하겠다"고 말했다.
중견기업의 사익편취 행위 규제 에 대한 소신도 밝혔다. 김 후보자는 "5조원 미만 중견기업의 사익편취 행위에 대해 공정거래법상 부당내부거래 금지 규제를 엄정하게 집행하겠다"며 "향후 국회와 상의해 법 개정도 논의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개인적인 생각이라고 전제하며 미국의 로비스트법과 같은 제도가 필요하다고 밝히기도 했다.
그는 징벌적 손해배상제에 대해서는 "원래 징벌적 손해배상제는 (손해액의) 100배, 1000배까지 물릴 수 있는데 경쟁법에서 일반적으로는 3배 배상을 요구한다"며 "이는 국제적으로 일반적인 룰인데 한국에선 이보다 더 높일 필요가 있는 건지 포함해 공정거래법 관련 법률 차원으로 도입가능한지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또 공정위 활동의 신속성 향상을 위해 "공정위 서울사무소를 확대하고 지자체 협업체계를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공정위 출신 인사들이 관련 법무법인에 취업해 공정위 관련 행정소송의 패소율이 높아지고 있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현재 있는 공직자윤리법과 김영란법만으로는 완전한 커버(해결)가 어렵지 않나 생각한다"며 "좀 더 윤리규정 강화하는 제도적 장치를 강구함과 동시에 더 나아가 공정위의 조사, 분석 역량을 키워 국민의 기대에 맞는 판단을 내릴능력을 키우는 것이 해법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논란이 됐던 중간 지주 회사 제도와 관련해서는 "중간금융지주사 제도를 가장 먼저 제안한 사람이 저인 것은 맞고 제 제안으로 국회 정무위 통과도 시켰다"며 "자유로운 신분일 때는 개인 의견을 말했지만 이미 공정위원장 후보인 만큼 대통령 의견이나 (여당의) 당론과 배치되는 의견을 말하는 일은 앞으로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국회와 충실히 협의를 거쳐 결론에 따라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초반 긴장한 모습…소신발언 '싸움닭' 본능 여전
이날 김상조 후보자는 다소 긴장한 듯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이날 오전 9시40분쯤 국회에 도착한 김상조 후보자는 '다운계약서를 오늘 공개할 것인가''다운계약서를 직접 작성한 것인가' 등 기자들의 질문에 아무런 답변을 하지 않고 청문회장으로 들어갔다. 김 후보자는 청문회 선서에서도 2017년을 1917년으로 잘못 읽기도 했다.
홍일표 자유한국당 의원이 질의할때는 질의하는 의원을 찾지 못해 허둥대기도 했다. 홍 의원이 손을 들어 "여기 있다"고 하자 김 후보자는 "감사합니다"라고 답하기도 했다. 하지만 곧바로 제 컨디션을 회복했다. 평소 소신발언을 이어가던 모습처럼 여야 의원들이 제기하는 송곳 질문에 끝까지 밀리지 않고 답변을 이어갔다. 특히 질의시간이 끝난 후에도 제기된 의혹에 대해 빠트리지 않고 자신의 입장을 설명하다 위원장의 제지를 받기도 했다.
김 후보자는 낡은 가죽 가방으로 검소함을 주목받기도 했다. 김 후보자는 "저 별로 검소하지 않다. 주 100시간 일하느라 돈 쓸 시간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또 "지하철 타고 다닌다더니 왜 국회 주차장에 김 내정자의 차가 주차돼 있냐는 지적에 "40대까진 지하철 타고 다녔는데 지금은 차를 타고 다닌다"고 인정해 웃음을 자아내기도 있다.
서울 강남 청담동 아파트 특혜 분양 의혹에 반박을 하며 '복덕방'에서 해당 아파트가 미분양인 것을 알게됐다고 발언했다가 공인중개사들이 홍일표 자유한국당 의원에게 문자를 보내 시정을 요구하기도 했다. 김관영 국민의당 의원은 김 후보자가 2004~2005년 미국 예일대 연수 프로그램 추천인과 관련 의혹을 제기했다가 문자폭탄을 받기도 했다.
김 후보자가 2011년 2월 담뱃불을 잘못 처리해 근무하던 학교에 불을 냈다는 주장을 김종석 자유한국당 의원이 제기했다. 김 후보자는 "담배를 휴지통에 버리고 연구실로 돌아갔다가 화장실에 가려고 다시 나왔는데 휴지통에 연기가 가득했다"며 "당시 경찰 조사까지 받았는데 기소유예 처분을 받았다"고 답했다.
◇국민의당 '찬성'으로 돌아서나
국민의당은 2일 논평을 내고 김상조 후보자에 대해 제기된 의혹에 대해 명확한 해명을 촉구했다. 최명길 국민의당 원내대변인은 "국민들은 재벌 감시 활동을 하는 시민운동가 김상조 교수가 서울 목동과 대치동, 청담동 등 부동산 활황 때 주목받던 대표적인 지역에 부동산 거래가 있었던 이력을 보고 실망하고 있는 만큼, 이에 대한 솔직한 해명을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또 "후보자 아내의 채용과 관련한 의혹도 '내가 사기업에 압력을 행사할 입장이 아니었다'는 말로 그냥 넘어가려는 것은 자격이 충분하면서도 일자리를 갖지 못하고 있는 수많은 사람들의 가슴에 상처를 주는 일"이라고도 했다. 김 후보자에 자진사퇴를 촉구하는 대신 솔직한 해명을 요구하는 것으로 다소 누그러진 태도를 보인 것이다.
국민의당 일부 의원들도 김 후보자가 공정거래위원장에 적격인 인물이란 목소리를 내며 힘을 실어줬다. 박지원 국민의당 전 대표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저는 아직도 김 후보자가 청문회를 통과, 위원장에 취임해 재벌·경제개혁을 강력하게 추진해 주길 바라는 마음이 전부"라며 김 후보자를 두둔했다. 김성식 국민의당 의원도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재벌개혁과 공정시장 생태계를 위해 노력하며 살아온 김 후보자의 인생과 정책역량을 전체적으로 살핀다면 일부 흠결을 직무 수행의 결정적 걸림돌로 볼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실제 국민의당 소속 정무위원들도 대체로 이날 청문회에서 기존에 제기된 위장전입 의혹이나 아내의 특혜채용 논란 등에 대한 질의에는 거리를 두는 모습을 보였다. 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위원으로 참여한 국민의당 의원들도 위장전입 등 김 후보자의 도덕성 문제보다는 정책 부분에 집중 질의하면서 김 후보자 낙마와는 거리를 뒀다.
정무위는 내달 7일 전체회의를 개최하고 김 후보자에 대한 청문 경과보고서를 채택한다. 공정거래위원장의 경우 경과보고서 채택이 무산되더라도 대통령이 임명을 할 수 있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 초기이고 추경과 정부조직개편안 처리 등에서 야권의 협조가 필수적이 만큼 경과보고서 채택을 위해 여당이 최선을 다할 것으로 예상된다. 더불어민주당 정무위 간사인 이학영 의원은 "정치적 입장 때문에 야당에서 어떻게 나올지 아직 모르겠지만 부적합으로 하기에는 부담이 클 것"이라며 "대통령이 흔쾌히 임명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