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돼도 파이야(별로야). 그 놈이 그 놈이지. 뽑히면 서울 가서 살지 얼굴도 안 보여준다 안카나."
지난 5일 부산 해운대구의 전통시장인 반여3동 골목시장과 재송시장. 사람들마다 혀를 찼다. '엘시티 비리'로 의원직을 상실한 배덕광 전 자유한국당 의원을 대신할 사람을 뽑는 국회의원 재·보궐선거를 일주일쯤 앞두고 유세전이 치열했다. 하지만 이를 지켜보는 시선들은 싸늘했다. '비리 정치인'을 겪은 유권자들의 실망과 분노가 느껴졌다. '정치인'에 대한 기대감은 잘 느껴지지 않았다.
지난 30년 동안 보수당을 지지했던 부산 해운대을(반여·반송·재송) 민심이 흔들린다. 받은 것은 없어도 보수당을 찍어왔지만 이제는 다르다. "당만 보고 뽑진 않겠다"는 이들이 늘었다.
이날 만난 주민들은 "'그 일' 있고 나서 변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박근혜 전 대통령의 국정농단 등 '보수의 몰락'에 한국당을 향했던 민심이 많이 돌아섰단 설명이다. 한 택시기사는 "박 전 대통령 때는 말뚝만 박으면 다 한나라당 찍었지만 지금은 반대"라고 말했다.
그렇다고 30년 '보수 철옹성'에 도전하는 더불어민주당에 마냥 우호적이지만도 않았다. 반여동에 사는 한 40대 남성은 "지지 정당 자체를 바꾼 사람도 많지만 당 바뀌었다고 선거 안 한다는 친구도 있다"고 말했다. 반여동에 사는 한 60대 여성도 "'누구 찍을까요'라고 주변에 물어보면 어르신들은 조심스레 '그래도 2번'이라고 하더라"고 말했다. 대놓고 보수당을 지지하지는 못해도 여전히 '샤이(shy) 보수'들은 존재한다는 설명이다.
◇"어무이, 세 번 미끄러진 윤준호입니다. 살려주이소."
윤준호 민주당 후보는 이 같은 보수의 균열을 비집고 들어가려 한다. 벌써 4번째 도전이다. 지금 아니면 안 된다고 할 만큼 절박하다. 그는 "개인적으로도 나라 전체로도 절박하다. 사생결단"이라고 말했다. 솔직하게 "예전엔 '사람은 좋은데 당이 별로'라는 소리를 들었는데 이제 '사람은 잘 모르겠고 당이 좋아 선택한다'는 소리를 듣는다"며 "당 덕을 다 본다"고도 했다.
이 지역에서 20년 넘게 살며 학원 강사로 밥벌이를 한 그다. 지역민의 설움을 누구보다 잘 안다고 자부했다. 한국당을 향해선 "정치인들이 지역을 방치해도 부산 시민들이 늘 찍어주니 깡그리 무시한 것"이라며 비판했다.
특히 그에게 가장 아픈 손가락은 반송이다. 장애인과 노인이 특히 많은 지역이다. 지금은 재송에 살고 있지만 주민들에게 더 가까이 다가가 목소리를 듣고 싶어 아내와 반송으로 이사 가는 것을 상의하기도 했다고 밝혔다.
문재인 정부 국정과제로 내건 도시 재생 사업에 의지가 강했다. 그는 "가장 낙후됐지만 그래서 가장 상상력을 많이 발휘할 수 있는 곳"이라며 "'주거환경개선 특별법'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여기서 살아 돌아가면 보수 우파 재건의 아이콘이 되겠죠."
금 간 '철옹성'을 지키는 것은 김대식 한국당 후보다. 그는 한국당 정책을 설계·연구하는 당내 싱크탱크 여의도연구원의 원장을 맡다가 전략공천을 받았다. 그만큼 한국당이 '위기의 해운대을'에 '구원투수'로 내세운 사람이다.
그는 "여기서 살아 돌아가면 보수 우파 재건의 아이콘이 될 수 있다"고 자신했다. 그동안 여의도연구원장으로서 국민 고충과 기업의 애로사항을 들어온 만큼 자격을 갖췄다고 자부했다. 공약으로는 8만개 일자리를 만들 수 있는 '반여 제2센텀 도시첨단산업단지' 조기 완성을 제시했다.
그는 흔들리는 보수층의 마음을 다잡는 데 집중했다. 현장에 표가 있다고 생각하고 새벽 4시부터 하루 14시간을 걸으며 명함 2800장씩을 전달하고 있었다. 이른바 '맨투맨(man to man)' 전략이다. 거리에서 그는 "저희(한국당)가 잘못했습니다"라고 거듭 말했다.
30년 보수 지역이다 보니 지역 민심을 잘 아는 한국당 소속 구의원들에게 정보를 듣는다. 그는 "밑바닥 민심을 돌아다니다 보면 요동치는 표가 보인다"고 했다. 여론조사는 믿지 않는다고 했다. 그는 "오히려 더 뛸 수 있는 절박함을 준다"며 "'썩어도 준치'다. 부산·울산·경남이 말뚝만 박으면 됐는데 한 석도 못 먹는다면 다 떨어져야 한다"고 자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