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 52시간제 보완을 위한 탄련근로제 단위기간 확대는 뜨거운 감자다. 정부, 여야, 노동계가 복잡하게 얽혀 있다. 얽힌 실타래를 풀자면 연내 처리가 쉽지 않다. 하지만 내년으로 미뤄지면 주52시간제 시행 등과 맞물려 혼란이 더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노동계-야당'에 포위된 與…경사노위 '힘싣기'=총파업도 불사한 민주노총의 행보에 정부여당은 야당과 노동계 양쪽으로 포위됐다. 탄력근로제 확대에 대한 정부 여당의 입장이 바뀐 것은 없다. 다만 법 개정 시기나 접근 방법 등에서 신중해 진 것은 분명하다. ‘여야 합의 처리’보다 경사노위 논의 등 ‘노사 합의’에 무게를 싣는 분위기다.
"대화에 응하지 않으면서 개악이라 반대만 하는 것은 책임있는 경제주체의 모습이 아니다"라고 말했던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탄력근로제 확대는 노동계에 일방적인 양보를 요구하는 게 아니다"라고 물러났다. 강경으로 돌아선 민주노총 등 노동계를 달래기 위한 의도로 풀이된다.
선택지는 경사노위다. 홍 원내대표는 "경사노위에서의 탄력근로제 논의를 지켜보고 국회가 입법에 나서자"고 제안했다. 사회적 대화란 형식을 갖추자는 발언이지만 해석하기에 따라 연내 법 개정 합의를 깬 것으로 보일수도 있다.
야당은 반발하고 나섰다. 이양수 자유한국당 원내대변인은"연말까지의 탄력근로제 보완 약속은 기업 등 근로 현장에서 근로시간 단축제도의 부작용 발생을 막기 위해 여야정이 어렵게 내놓은 결과물"이라며 여당의 말바꾸기를 비난했다.
결국 관건은 경사노위 합의안이 나오는 시기와 내용에 달렸다. 경사노위가 연내 합의안을 내놓는 경우 탄력근로제 확대 추진 동력이 강화될 수 있다. 양대노총 중 하나인 한국노총의 동의를 이끌어내는 것만으로 명분이 선다. 경사노위가 연내 합의안을 내지 못하거나 그 내용에 야당이 반발하는 경우에는 빨라도 내년 2월에야 처리가 가능하다.
한 여당 핵심 관계자는 "다음달 20일까지 경사노위가 탄력근로제 확대에 대한 논의를 마칠 수 있다면 연말에 논의해 법안처리가 가능하다"며 "경사노위의 역할을 강조한 것은 탄력근로제가 노동계 등 어느 일방의 양보가 아니라 논의결과를 존중한다는 취지"라고 말했다.
◇노동계, 탄력근로제 확대 강력 반발…"과로사회 복귀·수당 미지급 꼼수"=노동계는 탄력근로제 단위기간 확대가 '과로사회 복귀'이며 연장근로수당 미지급으로 임금 삭감이 발생할 수 있다고 강력 반발하고 있다. 사실상 주 52시간 근로제를 무력화시키는 효과를 낳는다는 얘기다.
김명환 민주노총 위원장은 지난 21일 총파업 집회에서 "정부는 탄력근로제 기간 확대를 시도하며 자신들이 밀어붙였던 주 52시간 근로제를 무력화하고 있다"며 "탄력근로제 기간이 확대되면 노동 강도가 늘어 우리는 과로사에 직면할 것"이라고 말했다.
임금 감소 문제도 있다. 현재 탄력근로제를 적용받는 노동자는 주 52시간 노동을 해도 40시간을 초과한 나머지 12시간분의 연장근로수당을 받지 못할 수 있다. 탄력근로제 확대가 수당을 주지 않기 위한 꼼수로 악용될 수 있다는 게 노동계 주장이다.
민주노총은 지난 20일 발간한 '이슈페이퍼'에서 최대 임금손실이 18%에 이를 것이란 계산을 내놨다. 시급 1만원을 받는 노동자 A씨가 3개월 단위 탄력근로를 했을 경우 연장근로수당을 받지 못한 손실액이 최대 39만원(5000원x12시간x1.5개월)이지만 단위 기간이 6개월이라면 임금손실액이 78만원, 1년이라면 156만원으로 늘어나게 된다는 주장이다.
민주노총은 정부여당이 탄력근로제 기간 확대를 밀어붙이는 경우 내년 상반기까지 강력투쟁을 이어나갈 방침이다. 지난 22일 출범한 경제사회노동위원회에도 불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