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강원도 철원 비무장지대(DMZ) 내 화살머리고지에서 진행되고 있는 우리 군의 6.25 전사자 유해발굴 현장을 감시하기 위해 소형 감시소를 새로 만든 것이 확인됐다.
지난해 남북 9.19 군사합의에서 철수하기로 한 전방 11개 GP(감시초소)에는 해당되지 않아 군사합의를 위반한 것은 아니지만, 북한의 이런 태도는 군사합의 정신과 신뢰를 훼손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국방부는 28일 화살머리고지 유해발굴 현장의 모습을 취재진에 공개했다. 9.19 군사합의에 따라 남북이 공동으로 한다는 계획이었지만, 북한의 ‘무응답’으로 인해 지난달 1일부터 우리 군만 단독으로 유해발굴의 기초작업에 나섰다.
군당국은 “남북 공동유해발굴 추진을 위한 사전 준비차원에서 기초발굴 작업을 하고 있다”며 “북측이 호응해 올 경우 공동유해발굴 관련 조치가 조기에 이행될 수 있도록 제반 준비를 철저히 진행하고 있다”고 했다.
해발 281m 높이의 화살머리고지는 1953년 정전협정 체결 직전까지 치열한 격전이 벌어진 곳이다. 고지에서 내려다본 지형이 마치 화살머리 모양 같다는데서 명칭이 유래했다.
이곳이 유해발굴 지역으로 선정된 것은 남북의 접근성이 좋고, 격전지였던 만큼 전사자 유해가 많이 묻혀 있기 때문이다. 국군을 포함해 미국·프랑스 등 유엔군 전사자가 200여구, 북한·중공군 전사자는 3000여구가 매장돼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軍 “북한군, 우리 군 유해발굴 작업 감시”
취재진이 화살머리고지 GP 관측소에 올라가니 북한 지역에 위치한 GP 4곳이 눈에 들어왔다. 가장 가까운 곳은 1.9km, 먼 곳은 2.4km 거리에 있었다.
특히 북한군 GP 인근에서는 목재 등을 이용해 간이로 만든 소형 감시소가 확인됐다. 2~3명 정도 들어갈 수 있는 규모다. 군 관계자는 이 감시소가 이번 달에 만들어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군 관계자는 “현장에서 식별된 북한군 감시소는 우리 군의 유해발굴 이후 기존 북한군 GP에서는 우리 군의 유해발굴 감시가 다소 제한돼 만든 것”이라며 “화살머리고지 일대 북한군 GP는 군사합의에서 철수하기로 한 11개 GP에 해당되지 않은 기존 시설물”이라고 했다.
북한이 지뢰제거와 유해발굴을 위해 지난해 만들었던 오솔길도 보였다. 하지만 북한은 소관지역에 대한 유해발굴에 전혀 진도를 나가고 있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군 관계자는 “북한은 전체 면적의 1%도 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우리 군의 경우 전체 면적 16만1650㎡을 대상으로 유해발굴을 진행하고 있다. 약 1만1000㎡에 대한 유해발굴 작업이 진행됐다. 이는 목표 대비 30~40% 수준의 진행률이라고 군 관계자는 설명했다. 군은 북한이 호응하지 않더라도 계속 유해발굴을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전투현장 담겨있는 유해·유품 지속 발굴 중
우리 군의 유해발굴 작업은 오전 8시 30분에 시작해 오후 3시 30분까지 진행된다. 국방부 유해발굴감식단 병력 40여명과 사단 장병 60여명 등 총 100여명이 투입된다. 유해발굴과 함께 지뢰제거 작업도 병행하며, 현재 지뢰 149발과 불발탄 2403발이 제거됐다.
유해는 총 325점이 발굴됐다. 이들을 합하면 약 50여구의 이상의 전사자를 수습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 중에는 국군 전사자로 보이는 온전한 유해도 있었다. 단일 교통호 내에서는 2~4구 이상의 유해가 동시에 발굴돼 현장에서 전문 발굴이 진행되고 있었다.
발굴된 유품에는 당시 치열했던 전투 상황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23개의 구멍이 뚫린 수통, 6발의 총알이 관통한 철모, 미군 방탄복을 비롯해 M1 총열과 야삽 등 다양한 장비가 지속적으로 발굴되고 있다. 27일 기준 총 2만3055점이 발굴됐다.
중공군의 방독면도 14점 발굴됐다. 원형을 갖춘 방독면도 있었는데 DMZ에서 발굴된 것은 처음이다. 일본에서 만들었다는 점이 눈길을 끈다. 1937~1945년 중일전쟁 때 사용된 방독면이다. 다만 6.25 때 화살머리고지에서 화생방전이 있었는지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다.
취재진은 군의 기초발굴 현장을 참관했다. 장병들이 호미로 땅을 몇 번 파자 M1 소총용으로 추정되는 탄 클립이 나왔다. 다른 쪽 현장에서도 M1 탄으로 추정되는 유품이 나오는 등 다수의 탄이 발굴되는 분위기였다.
화살머리고지 호사면 남쪽 지역에서는 우리 군이 사용한 동굴형 진지가 확인됐다. 진지 내에서는 전투화 조각과 뼈 등이 발견됐다. 군 관계자는 “아군이 숨어서 대피한 이후 올라오는 적을 향해 사격하는 대피 진지가 아니었을까 추정하고 굴토하고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