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시작되는 20대 국회 마지막 국정감사. ‘국정(國政)’ 전반을 감사하는 장인데 정작 국정은 없다. 국감 이슈 전반은 ‘조국’이다. 남은 틈도 정부나 공공기관이 아닌 민간 기업이 채운다. 국정 감사라기보다 민간 감사에 가깝다.
‘조국’ 이슈에 감춰져 있을 뿐 예정된 기업인의 국정감사 줄소환은 역대급이다. 기업인 증인·참고인 신청수만 200여명을 넘겼다. 1개 대기업별 평균 3~4개의 상임위원회에서 불러댄다. A대기업은 7개 상임위에서 호출받는 영예를 누렸다.
30일 정치권 등에 따르면 10월 국정감사를 치르는 14개 상임위원회 가운데 증인 채택을 완료한 상임위는 행정안전위원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보건복지위원회, 환경노동위원회, 농림축산해양수산위원회 등 5곳에 불과하다.
나머지 정무위원회, 법제사법위원회, 기획재정위원회, 교육위원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국토교통위원회 등은 국감 일정을 확정짓고도 증인 채택에 여야간 이견을 좁히지 못한 상태다. 산자중기위는 급한대로 11일까지 증인만 확정짓고 나머지 증인은 추가 협상키로 남겨뒀다.
표면적 갈등은 ‘조국 국감’에 따른 증인 협상 불발이다. 하지만 ‘조국’보다 더 애 타는 곳은 민간기업이다. 예컨대 A대기업은 7개 상임위로부터 ‘구애’를 받았다.
산업자원중소벤처위원회나 환노위 등 기업 관련 상임위는 기본이다. 농해수위, 행안위, 외교통상위원회 등 뜬금없는 곳에서 증인·참고인 출석을 요구받았다. 사유도 사회공헌, 기금 등 각양각색이다.
재계 관계자는 “과거만 해도 기업의 업종과 연관된 주무 상임위 한 곳과 노사 이슈가 있을 경우 환노위 정도에서 기업인 증인신청이 있었다”며 “올해처럼 대부분의 상임위에서 무작정 기업을 소환한 적은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주요 대기업이나 대기업 계열사중 서너개 상임위원회 증인 명단에 오른 경우는 다반사다. 여수 산업단지 대기오염물질 배출 측정 조작 의혹과 관련 환노위와 산자중기위에서 모두 LG화학,한화케미칼 ,롯데케미칼 ,금호석유화학, GS칼텍스 등을 동시에 증인으로 불렀다.
농해수위와 정무위, 환노위에서도 각각 삼성, 한화, GS등 대기업들을 ‘현안 파악’ 등의 이유로 호출했다. 국회 보좌관 출신으로 대관 업무를 하는 기업 관계자들조차 “지금까지 이런 국회는 없었다”고 입을 모은다.
뿐만 아니라 기업들은 증인채택 여부가 확정된 상임위도 아직 ‘안심’할 수 없다. 종합국감 예정일인 22일로부터 일주일 전까지만 여야 간사가 합의하면 증인 추가채택이 가능해서다. 이재용·정의선·김승연 등 대기업 총수들의 이름은 여전히 국감 증인 신청서에 남아있다.
국회가 ‘조국 블랙홀’에 빠진 점도 또다른 이유에서 국감 초유의 역사를 쓰게 됐다. 정무위, 법사위, 국토위, 교육위원회, 행안위, 보건복지위 등은 조 장관 관련 무더기 증인 채택 문제로 진통을 겪고 있다. 증인 협상에 실패하면 자칫 증인 없는 국감이 진행될 수 있다. ‘조국 블랙홀’에 빠진 나머지 실제 감사해야 할 증인을 불러 따지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얘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