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텔레그램 n번방'을 운영한 이른바 '박사' 조주빈(24) 일당이 범죄로 벌어들인 수익을 몰수하기 위한 법안이 국회 문턱을 넘었다.
하지만 법 개정 뿐만 아니라 검찰과 사법부의 의지가 중요하단 지적이 나온다. 1년 전 이미 불법촬영 범죄가 범죄수익 몰수가 가능한 중대범죄 리스트에 추가됐으나 검찰이 실제 몰수추징 보전한 사례는 1건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5일 국회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4월5일 불법촬영물을 찍거나 유포해 얻는 디지털 성범죄 수익을 몰수·추징하는 법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김영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범죄수익 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다. 같은해 4월23일 공포돼 바로 시행됐다.
이전까지 성폭력처벌특례법 제14조(카메라 등 이용촬영) 위반 범죄는 범죄수익을 몰수하는 '중대범죄'에 속하지 않았지만 법안이 통과되면서 '중대범죄'에 포함됐다. 성특법(카메라 등 이용촬영) 위반 혐의를 받는 조주빈의 관련 범죄수익 몰수가 가능해진 것이다.
n번방을 계기로 최근 범죄수익 관련법은 한차례 더 보강됐다. 백혜련 민주당 의원이 대표발의한 범죄수익은닉의 규제 및 처벌법이 지난달 29일 본회의를 통과되면서 허위영상물(딥페이크영상물)등의 반포죄도 범죄수익 몰수가 가능한 중대범죄에 추가됐다.
또 아동청소년보호에관한법률과 음란물 제작배포, 성특법 제14조에 대해서는 수사기관의 범죄수익에 관한 입증책임을 완화했다.
더불어 피해자가 스스로 찍은 영상을 유포해도 처벌할 수 있도록 한 성특법 개정안도 지난달 29일 국회를 통과됐다. 이로써 n번방처럼 피해자를 협박해 피해자가 스스로 촬영한 영상물이라도 마음대로 유포하면 성범죄로 처벌되며 관련 범죄수익도 몰수 대상이 된다.
하지만 법적 근거가 마련됐어도 이를 적용하고 집행하는 검찰과 법원의 적극적인 의지가 없다면 디지털성범죄 근절은 요원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 대검철창에 따르면 '범죄수익 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시행된 지난해 4월부터 이달 4일까지 1년 간 성폭력범죄처벌등에관한특례법위반 제14조(카메라등을이용한촬영) 범죄에 대한 범죄수익 몰수·추징보전 사례는 1건, 금액은 1603만9201원이다. 현재 2심이 중이어서 보전조치한 재산의 구체적인 집행은 이뤄지지 않은 상태다.
같은 기간 성특법제14조 위반으로 기소됐으나 다른 죄명으로 몰수·추징된 사례는 총 10건(총 3억6386만7549원)이다.
참고로 대법원에 따르면 2019년 한 해 동안 성특법 제14조로 기소되 1심 재판을 받은 피고인은 1930명이다. 다만 대법원은 이 가운데 불법촬영물로 범죄수익을 챙긴 사례는 따로 집계해 밝히진 않고 있다.
전문가들은 적절한 법안과 대책도 솜방망이 처벌로 일관한다면 결국 무용지물일 수 있다고 경고한다.
서승희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 대표는 "불법촬영 범죄 가운데 수익을 목적으로 하는 유포 범죄가 많음에도 범죄수익 몰수는 잘 이뤄지지 않는다"며 "수사기관이 범죄 수익을 증빙해내기 까다롭기 때문"이라고 짚었다. 서 대표는 "굳이 몰수 명령을 하지 않아온 재판부로서도 상당한 의지가 필요한 일 일 수 있다"며 "그럼에도 법이 실제 작동되도록 하고, 그 과정에서 걸림돌이 있다면 개선해 실효성을 살려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영호 민주당 의원은 "디지털성범죄 근절을 위해서는 성착취 범죄자 처벌뿐 아니라 범죄수익에 대한 철저한 환수가 이뤄져야 한다"며 "검찰 등 수사기관과 사법부는 명확한 법적근거를 기반으로 성착취범죄 재산몰수가 철저히 이루어지도록 해야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