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년간 20대 국회의원이 가장 많이 발의한 법안은 ‘세금 깎아주는’ 감세 법안인 것으로 파악됐다.
조세특례제한법(조특법) 개정안·지방세특례제한법(지특법) 개정안·소득세법 개정안 등 3개 법안은 지난 4년간 972건이나 발의됐다.
6일 머니투데이 더300(the300)이 20대 국회 발의 법률안 2만4073개를 전수조사한 결과 20대 국회가 가장 많이 발의한 법안은 조특법 개정안(615건)이었다.
조특법은 세금을 면제하거나 깎아줄 특례 대상과 범위를 정하는 법이다. 19대 국회는 조특법을 363건 발의했는데, 이번 국회에서 70% 가까이 증가했다. 17대(166건), 18대(364건) 국회와 비교해도 훨씬 높은 발의율이다.
발의건수 ‘탑10’ 안에는 조특법 외 다른 감세법도 이름을 올렸다. 조특법과 비슷한 성격을 띠는 지특법 개정안이 6번째로 많은 201건 발의됐다. 대개 비수도권 지역의 지방세에 비과세·감면 조항을 만들거나 감세 일몰 기한을 연장해주는 내용이다.
납세자의 주머니 부담을 직접 덜어주는 소득세법 개정안이 10위였다. 20대 국회에서 156건 발의돼 19대 국회보다 발의건수가 27% 늘었다. 이른바 ‘감세 3법’만 1000건에 육박한다. 19대 국회(609건)에 비해서 60% 가까이 증가한 수치다.
꼭 필요한 감세도 있지만 지역구 ‘표’를 위한 의원들의 ‘선심성 입법’도 적잖다. 조특법·지특법 개정안 중에는 의원들이 적을 둔 지역구의 사업체에 면세 일몰기한을 연장해주거나 감세 혜택을 넓히는 내용이 많다.
특히 지특법을 활용해 지역구 텃밭을 다지는 의원들이 눈에 띈다. 특정 사업 일몰기한을 연장하면 선거철 지역구에서 ‘생색내기’가 가능하다.
전남 고흥·보성·장흥·강진 지역구 황주홍 민생당 의원은 농촌 재산세·주민세 면제 특례 일몰기한을 늘렸다. 농어촌에 한해 다자녀 가구 세제혜택을 2자녀까지 늘리는 법안도 냈다. 그가 대표·공동 발의한 지특법만 총 43건이다.
이찬열 전 바른미래당 의원은 조특법 159건에 이름을 올렸다. 주로 면세 일몰기한을 연장하는 내용이다.
지나친 감세법 발의가 오히려 세금을 낭비하는 ‘보여주기식 입법’이란 비판도 있다. 무더기 감세법 발의가 관행처럼 이어져 왔지만 본회의 통과율은 현저히 낮다.
감세법 통과율이 높지 않다는 사실은 알려져 있지만 ‘일단 내고 보자’는 문화가 생겼다는 지적이다. 20대 국회 발의 조특법 615건 중 최종 가결된 법안은 10건이다. 391건은 가결된 법안과 내용이 겹쳐 폐기 절차를 밟았다.
지특법과 소득세법은 각각 4건이 국회 문턱을 넘었다. 표류 중인 나머지 법안들은 20대 국회 회기가 마치는대로 폐기 수순을 밟게 된다.
국회 관계자는 “정기국회 시즌이면 조특법·지특법이 한꺼번에 쏟아져 들어와 검토에 어려움을 겪는다”며 “감세 입법이다보니 재정을 감안하지만, 타당성을 따지기보단 정치적으로 결정될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무더기 감세 법안은 국가 재정의 부담으로 이어진다. 감세 경쟁에 불이 붙으면 법으로 정해둔 감세의 ‘마지노선’을 넘기기 쉽다.
지난해 9월 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2020년도 조세지출예산서’에 따르면, 각종 감세에 따른 올해 조세지출은 총 51조9097억원이다. 국세수입 292조391억원의 17.8% 규모다. 국세감면율은 15.1%를 기록해 2년 연속 법정한도(14.0%)를 넘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