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행정안전위원회(행안위)는 국민 안전을 지키고 우리 사회 민주주의를 유지하고 발전시키는 역할을 하는 상임위원회다. 행안위는 국민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는 경찰·소방 관련 법안을 들여다본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도 행안위 소관으로 민주주의의 핵심 장치인 선거와 관련된 법안을 다룬다.
규모도 크다. 전국 253개 지방자치단체를 관할하는 행정안전부가 소관부처다. 이에 행안위가 20대 국회 막바지 ‘기부금 특별법’을 위원장 발로 제정, 통과시켜 지자체를 통한 긴급재난지원금 지급의 물꼬를 트기도 했다.
21대 국회에서 이처럼 ‘크고 중요한’ 행안위를 책임질 새 수석전문위원이 지난 10일 임명됐는데, 국회를 비롯해 정치권이 술렁였다. 정성희 전 행안위 전문위원(입법고시 13기)이 이름을 올려서다. 고시 공채 출신 여성이 국회 수석전문위원에 오른 건 이번이 처음이다.
으레 여성 공무원이 기용되는 여성가족위가 아닌 행안위라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 이로써 행안위는 위원장을 맡은 서영교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함께 위원장과 수석전문위원 둘 다 여성인 상임위가 됐다.
정 수석전문위원은 지난 15일 머니투데이 더300(the300)과 인터뷰에서 “1995년 여성이 처음 입법고시에 합격한 이후 25년 만에 공채 출신으론 처음 여성 수석전문위원을 맡게 됐다”며 “행안위라는 중요 상임위를 책임지게 돼 무거운 책임을 느낀다”고 했다.
정 수석전문위원은 지난 20대 국회에서 행안위 전문위원으로 △공직선거법 개정 △윤창호법(음주운전 처벌강화법) △소방직 국가직화 △어린이통학차량 하차 확인장치 의무화법안 등 굵직하면서도 국민 삶에 직결된 법안을 도맡았다.
정 수석전문위원은 “공직선거법 개정안 국회 통과가 기억이 남는다. 비록 여야 합의가 아닌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을 거치는 등 아쉬움은 있지만 올해 총선을 위한 공직선거법 처리에 힘썼다”고 했다. 선거구 획정안이 자정을 넘겨 국회 문턱을 넘는 날도 의원들과 본회의장에서 함께 지켜봤다.
국민 눈에는 가려진 ‘보이지 않는 손’ 역할인 셈이다. 정 수석전문위원은 “입법조사관, 전문위원, 수석전문위원은 의원이 낸 법안과 예산을 뒤에서 뒷받침하는 전문가다. 국민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이 당연하다”며 “국민 삶에 실효성 있는 법안이 만들어지고 예산이 적재적소에 쓰일 때 제 역할을 했다는 데 보람을 느낀다”고 했다.
정 수석전문위원은 입직 후 미국 변호사 자격증을 취득해 입법 보좌의 전문성을 더욱 키웠다. 고려대학교에서 행정학을 전공한 그는 법안을 다루고 예산을 검토하면서 ‘경제학’과 ‘법학’ 공부의 필요성을 느꼈다고 한다. 특히 미국 연수길에 올라 미국 오하이오주립대 로스쿨에서 공부했고, 3년 간 법을 공부한 김에 변호사 시험에도 도전해 변호사 자격까지 얻었다. 정 수석전문위원은 “미국 법학을 공부하면서 법철학을 익혔고 무엇보다 상대방을 설득하는 논리를 펴는 법을 터득했다”며 “법안을 다루고 의원과 부처 등을 설득할 때 도움이 되고 있다”고 했다.
21대 국회 행안위에는 당장 이달 부동산취득세율 개정법과 경찰청장 내정자 인사청문회 등 현안이 놓여있다. 정기국회 들어서는 지방자치법 관련법이라는 전국단위 현안을 다룬다. 정 수석전문위원은 “수석전문위원은 위원장을 보좌하고 여야 사이를 원만하게 조율하면서 균형과 예산도 검토해야하는 ‘균형과 전문성의 총체’다”며 “중책을 맡은 만큼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최초 국회 여성 수석전문위원으로서의 각오도 다졌다. 그는 “최근 입법고시를 통해 입직하는 여성 공무원이 전체의 30~40%에 달하지만 여성 간부는 많지 않다”며 “여성 후배들에게 본이 되는 선배가 되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