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뼈 아프다", "내 딸들의 이야기 같다"
이재명·이낙연·정세균·박용진·유승민·원희룡·하태경. 7명의 여야 대선 후보 및 캠프 관계자들이 5명 청년의 대담을 보고 느낀점을 적어 보냈다. 후보와 캠프 관계자들은 청년의 호소를 들으며 공감하면서도 아파했다. 기득권 세대의 반성을 촉구했다. 구체적 해법은 달랐지만 자기만의 정책과 비전으로 청년의 고통을 해결하겠다고 다짐했다.
청년이 공정을 보는 시각은 다양했다. 누구에게나 같은 기회를 주는 것. 차별 시정으로 결과까지 보정하는 것. 청년에게는 둘 다 공정이었다. '청년 토크쇼' 방식으로 출마 선언을 한 정세균 후보의 캠프는 공정의 사회적 합의를 강조한 오지문(가명·27세·남·건설회사 직장인)씨에 "이 공정은 옳고, 저 공정은 그르다는 훈계는 멈춰야 한다. 청년의 합의를 구하지 못하는 공정이 무슨 소용이 있느냐"며 공감했다.
이재명 후보 캠프는 오씨의 지적에 "지금 청년들이 불공정에 분노하는 것은 저성장사회로 인한 기회의 빈곤 때문"이라며 "결국 성장 없는 공정이란 허상에 불과한 것이고 저성장은 수요부족으로 생긴 문제이므로 이전과 질적으로 다른 수요확충 정책으로 위기를 기회로 바꿔야한다"고 해법을 제시했다.
"상처받은 공정을 다시 세우겠다"며 대선 경선에 등록한 이낙연 후보의 캠프는 청년의 토론을 읽고 "20대가 왜 공정을 중요하게 생각하는지 알 수 있었다"며 "20대는 능력주의가 옳아서 지지하는 게 아니라 능력주의가 그나마 덜 불공정하다고 생각하는 입장"이라고 진단했다.
20·30과 가깝다고 평가받는 여권의 박용진 후보도 청년의 토론을 읽고 "대기업 정규직, 공공기관, 공무원같이 시험으로 뽑아 들어가는 자리가 성공적인 미래를 설계할 수 있다는 생각에 공정성 논란이 생기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야권 유력 대선 주자인 유승민 후보는 "20대 토론 참가자들이 기회와 과정의 공정성을 함께 달성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진단한 것이 놀랍다"며 "과정의 공정과 기회 공정 달성을 위해 공교육 정상화를 비롯한 교육 기회 혁신을 이루겠다"고 약속했다.
차기 제주지사 불출마를 선언하며 대권을 준비 중인 원희룡 후보는 "기성세대는 경제성장의 과실을 누리며 쉽게 취업을 했고 연공서열로 능력은 없지만 돈도 많이 받는다. 청년의 박탈감이 생길 수밖에 없다"며 기성세대 반성을 강조했다.
공정 논의는 자연스럽게 '여성할당제'와 '군 가산점' 등 젠더 이슈로 흘렀다. 남녀 청년은 각자의 삶에서 겪은 차별을 토로했다. 20·30으로부터 지지를 얻는 하태경 후보는 남녀 토론자 간 젠더 논쟁을 읽고 "젠더갈등을 '이대남들의 왜곡된 성 인지 문제'로 폄훼하고 무시하는 것 또한 온당한 태도가 아니다"며 "대통령 직속 '젠더갈등해소위원회'를 만들어 문제의 본질에 다가갈 생각"이라고 밝혔다.
정 후보 캠프는 "국가가 무책임하다"고 지적한 김재희(가명·28·여·IT기업 직장인)씨 지적에 "뼈 아프다"며 "남성도 여성도 서로의 것을 빼앗지 않았다. 국가의 책임이 너무 오래 미뤄졌을 뿐"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기성 정치인들이 성 대결·젠더 갈등을 조장하고 이용하는 것은 비겁한 태도"라고 지적했다.
"이번 생에는 집 못 산다"는 좌절감이 청년에게 팽배했다. 청년의 호소에 원 후보는 "내 딸들의 이야기 같아 착잡하다"며 "'집 한 채만 있으면 공정 문제도 넘길 수 있는 여유가 생길 거 같다'는 말이 무겁게 다가온다"고 소감을 밝혔다.
원 후보는 대안으로 '처음주택'을 제시했다. 자기자본 10%만 있으면 자기 집을 소유할 수 있는 제도다. "일종의 국가찬스"라고 설명했다.
부동산 공급 확대 약속은 여·야를 가리지 않았다. 유 후보는 "청년들의 집에 대한 고민과 좌절의 흔적"이라 공감하며 "민간개발을 활용해 수도권에 100만호를 짓고 공공개발로 50만호를 공급하겠다"는 방안을 제시했다.
정 후보 캠프는 "불안해서 결혼을 못 하고, 집을 못 사선 안 된다"며 "독립생계가 가능한 청년은 세대 분리가 가능하도록 청약제도를 개선하고 공공·민간 250만호 '공급폭탄'으로 주거사다리를 복원하겠다"고 약속했다.
청년의 부동산 하소연과 체념에 이 후보 캠프는 "좋은 집에 살면서 내 아이도 좋은 교육과 좋은 대우를 받았으면 좋겠다는 것은 인간의 당연한 욕구"라며 "부동산 정책 역시 좋은 내 집을 갖고 싶다는 단순한 욕구를 죄악시한 경향이 있다. 저출산과 부동산 문제 해결 첫걸음은 청년의 불안감 해결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말했다.
5명의 청년은 토론에서 선별복지와 보편복지를 두고 의견이 갈렸다. 그러나 '기본소득' 정책에는 공통적으로 반대했다. 이런 청년 의견에 유 후보는 "올바른 판단이라 생각한다"며 환영했다. 유 후보는 기본소득 대안으로 일정 소득 이하 국민에게 부족한 소득 일부를 지원하는 '공정소득'을 제시하며 "확실한 미래형 복지체계를 확립하겠다"고 다짐했다.
하 후보는 K-경제·노동시장 이중구조 해소·확장적 복지를 패키지로 묶는 '신(新)고성장 전략'을 제시했다. 대기업·공공부문·정규직 등으로 나뉜 노동시장 이중구조를 깨며 "무차별 현금 살포를 보편적 복지로 둔갑시킨 왜곡된 복지정책을 '임금 격차 해소'에 철저히 초점을 맞춰서 재구성하겠다"고 강조했다.
"소위 '사짜' 집에서 공부하는 것은 다르다. 이것을 공정한 경쟁으로 만들려면 사회적 구축망이 만들어져야 한다"는 최소현(가명·26세·여·취업 준비생)씨 말에 이 후보 캠프는 "지금 청년이 느끼는 불안감이 기성세대의 불안감 보다 훨씬 크다는 것이 문제"라며 "단순한 정책이 듣기에는 명쾌할 수 있으나 실제 청년이 처한 현실을 해결하는 것에는 부족할 수 있다. 세밀한 정책을 펴나가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약속했다.
'국민자산 5억 성공시대'. 박 후보는 복지를 호소하는 청년에 이렇게 답했다.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더라도 차분하게 미래를 설계하고 준비해 노후를 대비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안전망"이라고 설명했다. 박 후보는 "8시간 노동하고, 8시간 자기 계발하고, 8시간 휴식하는 '888사회'를 만들겠다"고 자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