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0선'으로 보수정당을 이끈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취임 1주년을 맞았다. 정치권에 '세대 교체' 신호탄을 쏜 이준석 대표는 3·9 대통령선거와 6·1 지방선거 승리를 이끌며 국민의힘의 재기를 이뤄냈다. 2030 남성과 호남 구애를 통해 국민의힘 지지 기반을 넓힌 데 따른 성과다. 윤핵관(윤석열 핵심 관계자)과의 갈등을 공개 표출하고 젠더 갈등의 중심에 선 사례에선 이 대표의 한계가 드러났다는 평가다.
이 대표는 12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취임 1주년 기자간담회에서 "당대표가 될 때 많은 당원과 국민들의 기대가 정권교체에 있다는 것을 알았다. 정권교체를 지상과제로 달려온 게 1년이었다"며 "이어서 지방선거 승리를 통해 정권의 동력을 유지해 나가는 것까지 쉴새없이 달려왔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 와중에도 개혁 과제, 전당대회 때 했던 공약을 지키기 위한 노력들을 해왔다"며 "대변인은 토론배틀을 통해 선발되고 있고 지역적으로 취약했던 지역, 세대 공약을 지속하면서 훨씬 더 큰 당이 됐다"고 자평했다. 이 대표는 지난해 6월 전당대회 당시 당원 20만명에서 현재 80만명까지 늘어난 점을 언급하며 "보수정당이 바라보지 못한 당원 민주주의를 개척하기 위해 당원 수를 늘리기 위해 주력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6월 취임한 이 대표의 최대 성과는 '정권교체'다. 윤석열 대통령의 여성가족부 폐지, 병사월급 200만원 등 2030 남성 유권자를 겨냥한 공약 수립을 이끌면서 대선 신승을 가져왔다. AI(인공지능) 윤석열, 윤석열차, 59초 숏츠 등 새로운 대국민 홍보수단을 활용한 것 역시 이 대표의 아이디어다. 이 대표는 페이스북을 중심으로 한 온라인 여론전에서 앞장서며 국민의힘에 이슈 주도권을 가져왔다. 지방선거에선 전국을 돌며 "정권교체를 완성시켜 달라"고 외치며 국민의힘에 유리한 선거 구도를 만들었다.
꾸준한 호남 구애 역시 대선과 지방선거 승리를 가져온 원동력이 됐다. 이 대표는 대선 국면에서 호남 도서 지역을 순회 방문하며 주민들의 애로사항을 들었다. 광주 복합쇼핑몰, 흑산공항 등 공약으로 호남 민심의 변화를 촉구하는 동시에 더불어민주당을 압박했다. 윤 대통령과 이 대표가 합심한 '친호남' 정책은 의미 있는 결실을 맺었다. 윤 대통령은 지난 대선에서 전북 14.42%, 광주 12.72%, 전남 11.44% 득표율을 기록해 보수정당 후보 중 가장 많은 표를 얻었다. 호남 광역단체장 선거에 출마한 후보 3명 모두 선거비용 전액 보전 기준인 득표율 15%를 넘겼다.
이 대표는 "지금까지 서진전략보다 강한 수준의 서진전략이 7월부터 있을 것이다. 결코 우리 당만 혼자 가는 길도 아니고 이제는 민주당이 두려워 할만한 강도로 이뤄질 것"이라며 "다음 총선에서는 저희가 호남 지역에서 많은 당선자를 내도록 체계적으로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표가 도입한 '대변인 선발 토론배틀', '공직후보자 기초자격평가'(PPAT) 등은 정치 세대교체 기수 역할에 부응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 대표 선출을 계기로 여야 모두 청년 정치인들이 활동할 수 있는 기회를 넓히고 나선 것 역시 정치권의 의미 있는 변화다.
이 대표의 '싸움닭' 스타일은 당내에서 가장 많은 비판을 받는 지점이다. 당내 갈등을 공개 표출하며 자신의 입지 강화를 도모한 측면에 있어서다. 이 대표는 대선 국면에서 윤핵관과 두 차례 크게 부딪쳤다. 지난해 11월 말 윤석열 대선후보의 인선, 일정을 공유받지 못하면서 '이준석 패싱' 논란에 불거지자 지방으로 잠행했다. 이 대표는 부산, 순천, 여수, 제주 등 지방 행보를 이어가다 윤 후보와 '울산 합의'를 통해 갈등을 봉합했다.
불과 한 달 만에 이 대표와 윤핵관 갈등이 또다시 불거졌다. 윤 후보는 선대위 해체를 단행했으나 이 대표가 후속 인선에 반대하면서 의원들이 이 대표 퇴진 결의 논의까지 진행했다. 이 갈등 역시 극적으로 봉합됐지만 당내에서 이 대표를 향한 부정적인 인식이 번지는 결과를 가져왔다. 최근 우크라이나 방문, 혁신위원회 출범을 두고 정진석 의원과 벌인 설전에서도 상대방을 힐난하는 이 대표의 싸움닭 스타일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당내 세력화를 이루지 못한 이 대표가 윤핵관의 지속적인 비선 활동과 당권 흔들기에 대응할 수 있는 카드는 여론전이 유일했던 측면이 있다. 당내 갈등을 공개적으로 표출하면서 자신에게 동조하는 분위기를 형성할 수 있어서다. 하지만 자신에 대한 비판과 지적을 수용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포용적인 리더십이 부족한 한계점을 노출했다.
2030 남성에게 치우친 지지층 확장 전략으로 젠더 갈등을 조장했다는 비판도 받는다. 결과적으로 2030 남성 지지를 이끌어내는 데에는 성공했으나 2030 여성들이 민주당을 전폭적으로 지지하는 반작용이 일어났다. 대선에서 윤 대통령과 이재명 민주당 후보의 득표율 격차가 0.73%p(24만7077표)에 불과하자 이 대표의 젠더 전략이 실패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이 대표는 '포용력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있다'는 질문에 "당대표 공격이 메인 아이템인 경선은 처음 겪었다. 좋은 게 좋은 거지라고 했으면 지금 여당이 됐을지도 생각해 봐야 한다"며 "이제 와서 하는 말이지만 수많은 공작을 뚫고 이렇게 온 게 경이롭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