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0 총선을 이틀 앞두고 '부산 수영'에 출마한 정연욱 국민의힘 후보와 장예찬 무소속 후보가 단일화 합의를 이루지 못하면서 '더불어민주당 어부지리론'이 힘을 받는다. 여권 일각에선 "지난 5~6일 사전투표로 이미 승부가 끝났다"는 비관론도 흘러나온다. 보수 텃밭인 부산 수영구 의석이 실제로 민주당에 넘어갈 경우 총선 후 두 후보 간 책임 공방이 거셀 전망이다.
부산 수영에 출마한 장 후보 선거캠프는 8일 '정연욱 후보는 반윤(반 윤석열) 후보인가'라는 공식 성명서를 언론에 배포했다. 장 후보 캠프는 입장문에서 정 후보가 언론인 때 쓴 '대통령이 여전히 검찰총장 스타일에서 못 벗어난 것 같다'는 내용 등의 칼럼을 거론했다. 그러면서 "민주당·이재명과 싸우고 윤 대통령을 지킬 후보는 오직 장예찬 후보뿐임을 다시 한번 말씀드린다"고 했다. 정 후보 캠프도 이날 오후 페이스북에 성명서를 올려 장 후보에게 "진짜 보수라면 보수 승리를 위해 내려놓으라"고 했다.
정치권에서는 정 후보와 장 후보 간 '막판 보수 단일화'의 길이 닫혔다는 관측이 나온다. 현재로서 장 후보가 결단하는 것만이 단일화를 위한 유일한 방법인데, 이를 공식적으로 거부해서다. 정 후보는 장 후보 공천 취소 뒤 공천을 받은 본인이 보수 단일 후보로 더 정당하다는 입장이다. 정 후보가 단일화 제안을 받아들여 장 후보가 보수 통합 후보가 된다면 당내에서 '공천 취지에 어긋난다'는 비판이 여당 내에서 제기될 수 있는 상황이다.
반면 장 후보는 정 후보가 이미 부산진을 경선에서 탈락한 점, 본인이 경선에서 현역 전봉민 의원에게 승리한 점 등을 들어 본선 적격자임을 내세우고 있다. 앞서 장 후보가 정 후보에게 모든 유리한 조건을 양보하겠다며 "하루 만에 완료할 수 있는 당원 100% 경선을 하자"고 제안했지만 이뤄지지 않았다. 정 후보 캠프는 전날 장 후보를 향해 "선거대책위원장직을 맡아달라"고 했지만 장 후보가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이날 기준 총선이 이틀 앞으로 다가와 최소 1일이 걸리는 당원 여론조사는 불가능해졌다.
국민의힘에서는 두 후보 간 단일화가 되지 않으면 부산 수영구 의석을 민주당에게 내줄 수 있다는 불안감이 표출된다. 부산일보·부산MBC가 한국사회여론조사연구소(KSOI)에 공동의뢰해 여론조사 공표금지 기간 전인 지난 1~2일 수영 거주 유권자 507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유동철 민주당 후보가 35.8%의 지지를 받아 정 후보(31.1%)보다 오차범위 내에서 4.7%p(포인트) 앞섰다. 3등인 장 후보(28.2%)는 정 후보와 2.9%p 차로 오차범위 내에서 경쟁 중이다. (무선 ARS 100%, 표본오차 95.0% 신뢰수준에 오차범위 ±4.4%. 응답률 9.3%)
수영은 전통적인 보수 텃밭으로 분류된다. 그러나 2020년 총선에서 낙선한 강윤경 민주당 후보가 41.0%의 득표율을 보이기도 했다. 한 국민의힘 현역 의원은 "사전투표가 진행돼 어느 정도 승패가 갈렸을 것으로 보인다"며 "두 후보의 기싸움을 본 보수 유권자들이 (이번 선거 자체에) 실망했을 수 있다"고 했다.
다만 채진원 경희대 공공거버넌스연구소 교수(정치학)는 "총선 전날인 다음날 극적 단일화가 진행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위기감을 느낀 보수 유권자들이 2등 후보에게 표를 몰아주자고 '전략적 결집'을 할 수도 있다"고 했다. 유 후보가 당선될 경우 여권 후보 간 '패배 책임 떠넘기기' 공방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한편 '대구 중·남구'과 '경북 경산'도 국민의힘 후보와 보수 계열 무소속 후보가 경쟁을 벌이는 곳이지만, 여론조사상 진보 계열 정당 후보가 오차범위 밖에서 뒤처지는 것으로 나와 단일화 여부가 문제되지는 않고 있다. 매일신문이 한길리서치에 의뢰해 지난달 29~30일 대구 중·남 유권자 501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김기웅 국민의힘 후보가 42.3% 지지율로 2·3위인 허소 민주당 후보(23.2%), 도태우 무소속 후보(20.3%)를 오차범위 밖에서 앞서고 있다. (무선전화 ARS 100%, 표본오차 95.0% 신뢰수준에 ±4.4%p, 응답률 6.5%)
경산에서는 '친박 좌장·4선'을 내세운 최경환 무소속 후보(39.7%), '윤 대통령의 참모·젊은 일꾼'을 표방하는 조지연 국민의힘 후보(38.7%)가 1.2%p 차로 오차범위 내 접전을 벌인다는 여론조사가 나온 바 있다. 이어 남수정 진보당 후보(6.3%), 엄정애 녹색당 후보(1.5%) 순이다. 해당 여론조사는 KBS 대구 방송총국이 지난달 22~23일 ㈜리서치민에 의뢰해 경산 거주 18세 이상 남녀 501명을 대상으로 실시됐다. (무선 ARS 100%, 표본오차는 95.0% 신뢰수준에 ±4.4%p, 응답률 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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