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원식 국회의장이 '대통령 직무 정지를 위한 여야 회담'을 통해 2025년도 예산안 처리를 논의하겠단 계획을 밝혔지만 내년 예산안 처리를 둘러싼 불확실성은 여전하다.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국회 탄핵소추안 표결이 무산된 이후 여야 관계가 극도로 경색된 상황에서 더불어민주당은 기존 4조1000억원 감액안에서 7000억원을 추가 감액한 예산안을 강행처리하겠다는 입장이다.
민주당의 감액안 단독처리에 국회에서 철수했던 기획재정부 예산실은 다시 '비상대기' 모드로 들어갔다. 다만 '12·3 비상계엄 사태'에 대한 정부 책임론도 불거지는 까닭에 민주당이 예산안 처리를 예고한 10일까지 예산안 협상이 원만히 이뤄질지는 미지수다. 민주당의 감액 예산안 강행처리 후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 가능성이 제기되는 이유다.
9일 국회와 정부에 따르면 민주당은 당초 협상 시한인 오는 10일 국회 본회의를 열고 내년도 예산안을 처리하겠단 입장이다.
앞서 민주당은 국회 예결위에서 정부안에서 감액한 내용만 반영한 내년도 예산안을 단독 처리했다. 정부안(677조4000억원) 대비 4조1000억원 감액한 안으로 △정부 예비비(-2조4000억원) △검찰 특정업무경비(-507억원) △검찰 특활비(-80억원) 등이 정부안보다 감액됐다. 증액과 달리 감액은 정부 동의가 필수적이지 않기 때문이다.
여기에 더해 민주당은 기존 감액안에서 7000억원을 추가 감액한 안을 10일 본회의에 올려 처리하겠단 입장이다. 비상계엄 사태를 추가 반영한 안이다. △전직 대통령에 대한 경호 관련 예산 △대통령비서실 비서관급 이상 정무직 공무원 급여 △통일부 글로벌 통일체험 사업 등 불필요한 예산을 추가로 삭감하겠다는 계획이다.
정부는 속을 끓이고 있다. 야당을 같이 설득해야 할 여당이 비상계엄 사태로 자중지란에 빠진 상황인 데다 정부 역시 이번 사태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탄핵이 확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기재부가 전향적인 자세로 정부안을 새로 만들기도 쉽지 않다.
기재부 관계자는 "야당의 감액 예산안에는 재해재난 및 예상치 못한 일에 빠르게 대응해야 할 예비비를 비롯해 우리 기업들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예산이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며 "2025년도 예산안이 내년 초부터 집행될 수 있도록 정상적인 내년 예산안의 국회 통과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반면 민주당은 정부의 전향적인 예산안 제시 없이는 기존 정부안보다 4조8000억원 감액한 안을 정기국회 마지막날인 10일 본회의에서 강행 처리하겠다는 의지가 확고하다. 민주당은 정부 운영을 위해 필요한 예산이 있다면 추후 정부 요청 등에 따라 추경으로 보완하면 된다는 입장이다.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12·3 윤석열 내란 사태로 촉발하고 탄핵 불발로 증폭된 불확실성이 국내 경제에 심각한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민주당은 최대한 빠르게 내년도 예산안을 통과시켜 행정부가 미리 국정 운영에 대비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일각에선 이달 말까지 예산안이 처리되지 않을 경우 헌정 사상 처음으로 전년도 예산을 준용해서 쓰는 '준예산' 편성 가능성도 거론된다. 헌법 제54조3항은 '새로운 회계연도가 개시될 때까지 예산안이 의결되지 못한 때에는 정부는 국회에서 예산안이 의결될 때까지 다음의 목적(△헌법이나 법률에 의하여 설치된 기관 또는 시설의 유지·운영 △법률상 지출의무의 이행 △이미 예산으로 승인된 사업의 계속)을 위한 경비는 전년도 예산에 준하여 집행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