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곡법으로 '거부권 첫 시험대' 서는 한덕수…野, 탄핵으로 압박

차현아 기자
2024.12.17 17:58

[the300]

[서울=뉴시스] 조수정 기자 =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17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입장하고 있다. 2024.12.17. chocrystal@newsis.com /사진=조수정

국회에서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이 강행 처리했던 양곡관리법 등에 대해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거부권(재의요구권)을 행사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거부권 행사시 민주당이 한 총리 탄핵이라는 카드를 꺼내들지 관심이 쏠린다.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에 대한 헌법재판소 심리가 진행 중인 상황에서 한 총리에 대한 탄핵까지 추진할 경우 자칫 역풍이 일 수 있다는 지적이다. 정치권에선 '내란 특별검사법안(특검법)'과 '김건희 여사 특검법'에 대해 거부권을 쓰지 않는 한 야당이 한 권한대행에 대한 탄핵에 나설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본다.

진성준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지난 17일 오전 당 정책조정회의에서 "농업 4법(양곡관리법 개정안·농수산물 유통 및 가격안정에 관한 법률 개정안·농어업재해대책법 개정안·농어업재해보험법 개정안)은 농민 삶을 보장하는 민생 입법이다. 내란 사태 극복을 위해 국민의힘을 설득하고 국회와 협치를 통해 민생법안을 수용하길 촉구한다"고 말했다. 이어 "더 이상 거부권 남발 정치는 안 된다"며 "권한대행은 현상유지적 권한만을 최소한 행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도 강조했다.

민주당 농어민위원회도 이날 성명을 내고 "농업4법이 신속하고 충실하게 시행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민심을 외면한 채 권한도 없는 거부권 행사를 준비하고 있다면 또 한 번 민심의 거센 저항을 마주하게 될 것임을 경고한다"고 했다.

다만 정치권에서는 거부권 행사 후 한 총리에 대해 탄핵을 추진하는 것이 자칫 민주당에 대한 역풍을 불러오고 대통령 탄핵 국면에 대한 전선을 흐리는 부작용이 날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김부겸 전 국무총리는 이날 오전 CBS라디오 김현정 뉴스쇼에 출연해 "권한대행이 국민의 대표 기관인 국회에서 결정한 법을 거부권 행사한다는 것은 국민 상식에 맞지 않다. 굳이 정치적 사안과 정책적 사안을 구분해서 할 것은 아니다"라면서도 "대통령 탄핵 소추에 집중해야지 총리 등 다른 사람들한테까지 탄핵, 이렇게 화살을 돌리는 것은 괜히 전선을 흐트린다"고 말했다.

최형두 국민의힘 의원도 YTN라디오에서 "민주당이 이 사태를 가지고 폭주한다고 민주당에 화살이 올 것"이라며 "정치의 위기가 국가적 위기로 오고 있고 이걸 안정시켜야 되는데 한덕수 총리를 몰아붙이고 그러면 무정부 상태로 만들자는 것인가"라고 했다.

전문가들은 민주당이 양곡법 등에 대한 거부권이 행사되면 당장 탄핵으로 맞대응에 나서기보다는 이후 한 총리가 '내란특검'과 '김건희 특검'에 대한 거부권을 행사할지 여부까지 지켜볼 것으로 전망한다. 또한 한 총리도 본인이 내란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는 상황, 정책이 아닌 정치적 사안이라는 점 등을 감안해 양곡법 등과 달리 두 특검법에 대한 거부권은 행사하지 않을 것이란 관측도 있다. 즉, 양측이 직접 충돌을 피하고 한 발씩 물러나는 구도가 될 것이란 분석이다.

이종훈 정치평론가는 머니투데이 더300(the300)과의 통화에서 "민주당이 지금 가장 주목하고 있는 법안은 양곡법보다 두 특검법"이라며 "양곡법 등에 대한 거부권은 행사돼도 일단 지켜볼 가능성이 높다. 이후 두 특검법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하면 바로 탄핵할 것"이라고 했다. 이어 "한 총리 역시 정치적 사안에 대한 판단은 피할 가능성이 높다"며 두 특검에 대해서는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강유정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이날 오전 정책조정회의 후 취재진과 만나 "농업 4법 등 법안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할지에 (당 차원에서)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고 했다. 이어 "내란특검이나 김건희 특검에 대한 거부권은 내란 공범으로서의 한 총리에 대한 의혹을 의혹 이상으로 끌어올릴 것"이라며 "의혹을 거부권 행사로 더욱 강하게 만들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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