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교육감협의회)가 AI(인공지능) 디지털교과서의 '교과서용 도서' 지위를 유지해야 한다는 취지로 발표했던 공동 입장문(건의문)에 대해, 협의회 소속인 전국 시도교육청 17곳 중 절반 이 넘는 9곳이 건의문 내용을 사전에 인지하지 못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따라 교육감협의회가 각 시도교육청의 의견 청취 절차 조차 제대로 지키지 않은 채 졸속으로 건의문을 발표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일고 있다.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강경숙 조국혁신당 의원실이 17일 전국 시도교육청을 전수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절반이 넘는 9곳의 교육청이 교육감협의회 건의문 내용을 사전에 알지 못했던 것으로 파악됐다. 반면 건의문을 사전 인지하고 있었던 교육청은 7곳에 불과했다.
강 의원실에 따르면 대구·부산·인천·대전·울산·경북·강원 등 교육청 7곳은 "사전 인지했다"고 밝혔고, 서울·광주·세종·충남·전남· 경남·경기·제주·전북 등 9곳은 "사전 인지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충북도교육청은 무응답이었다.
앞서 교육감협의회는 지난달 24일 보도자료를 통해 "AI 디지털교과서를 '교육자료'로 규정한 초·중등교육법 개정안이 본회의에 상정되지 않고 보류할 수 있도록 교육부와 국회에 긴급히 건의한다"라며 "교육자료로 규정될 경우 기존의 엄격한 검증시스템을 거치지 않아 자료 편차 및 개인정보보호 등의 문제가 심화될 우려가 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같이 전국 시도교육감 공동 입장으로 건의문을 발표하려면 '교육감협의회를 구성하는 전체 교육감 2분의 3 이상(11명 이상)이 동의해야 한다'는 내부 기준을 갖춰야 한다. 이를 갖추지 못한 건의문이 발표되자 일부 교육감들의 반박이 이어지기도 했다.
박종훈 경남도교육감은 지난달 26일 입장문을 통해 "내부 기준을 충족하지 못한 절차상 문제가 있다. 교육감협의 공신력을 심각하게 훼손할 수 있는 문제"라며 "AI 디지털교과서에 대한 전국시도교육감의 입장을 호도하고 있다는 점에서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비판했다.
교육감협의회는 사무국은 해당 건의문을 발표 하루 전날인 지난달 23일 밤 교육감 단체 채팅방에 공유했고, 24일 오전 9시쯤부터 오후 1시30분쯤까지 약 4시간 동안 각 교육청의 찬반을 취합한 것으로 파악됐다.
지난달 26일 국회 본회의에서 AI 디지털교과서 지위를 교과용 도서가 아닌 '교육자료'로 규정하는 초·중등교육법 개정안이 야당 주도로 통과됐다. 하지만 AI 디지털교과서 도입이 코앞인데다가,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AI디지털 교과서의 지위 유지를 주장하고 있는 까닭에 정부는 오는 21일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겸 부총리 주재 국무회의에서 초·중등교육법 개정안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할 것으로 보인다.
국회 교육위원회는 이날 AI 디지털교과서 도입 추진 과정을 점검하고 재원 조달과 예산 집행, 교육 현장의 준비 상황·문제점 등을 검증하기 위한 청문회를 개최한다. 교육감협 회장을 맡고 있는 강은희 대구광역시교육감이 증인으로 출석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