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3 비상계엄과 탄핵 정국 여파에도 국민의힘 지지율이 상승세를 타면서 여권 잠룡들이 기지개를 펴고 있다. 당 내부에선 조기대선에서 해볼 만하다는 기대감이 읽힌다. 여권 대권주자들은 너도나도 이재명 때리기에 나서며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21일 여권에 따르면 범보수 진영에선 홍준표 대구시장과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에 이어 유승민 전 의원이 대선 출마 의사를 밝혔다.
오세훈 서울시장도 최근 들어 정치 메시지를 활발하게 내며 사실상 대권행보를 시작한 게 아니냐는 얘기가 나온다.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 역시 대선 출마 가능성을 부정하지 않아 잠재적 대권주자로 꼽힌다.
한동훈 국민의힘 전 대표도 시기의 문제일 뿐 곧 대권 행보를 시작할 것으로 보인다.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은 각종 여론조사에서 급상승하며 사실상 바람을 일으키고 있어 전격 대선 출마를 결심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단 얘기가 나온다.
약 한 달 전만 하더라도 탄핵 직후 조기대선에서 승산이 낮다고 봤으나 최근 여당이 지지율이 오르면서 '한 번 해볼 만하다'는 분위기가 당내에 퍼지고 있다.
국민의힘 원내지도부 한 의원은 머니투데이 더300(the300)에 "보수 후보들의 개별 지지율은 낮지만, 우리 당 후보들은 여당이라 탄핵 인용을 전제로 대권 행보를 공식화하지 못하고 발이 묶여 있는 상황에서 이재명 대표의 지지율이 30%대에 묶여있단 점을 주목해야 한다"며 "지난 대선에서 이재명 대표가 47.83%의 득표율을 보였는데 그에 상당히 미치지 못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또다른 여권 관계자는 "조기대선 출마를 주저했던 대권주자들 입장에선 현재 여론조사에서 '반 이재명' 트렌드가 읽히는 것을 긍정적 신호로 보고 있다"고 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친윤계뿐 아니라 비윤계 주자들도 부쩍 이재명 때리기에 집중하는 분위기다. 강성 보수 지지층의 결집이 두드러지는 가운데 노골적으로 윤 대통령과 밀착한 메시지를 내긴 어렵기 때문에 이재명 대표를 때리며 보수 선명성을 드러내는 것으로 보인다.
오 시장은 지난 17일부터 이날까지 이 대표에 대한 비판 글을 3건 올리며 공세를 강화하고 있다. 오 시장은 지난 17일 "극심한 위법 논란 속 현직 대통령이 체포되는 초유의 사태 뒤엔 이재명식 '비정상 정치'가 있다"며 "현직 대통령이 체포되는 마당에 야당 대표의 방탄과 재판 지연은 한없이 통하는 나라, 국민 분열을 이용하면 여러 개의 대형 범죄 혐의조차 얼마든지 덮을 수 있는 나라, 민주당이 계엄 정국을 이용해 만들려는 나라가 이렇듯 '이재명에게만 좋은 나라'라면 이를 막기 위해 국민과 함께 싸우지 않을 수 없다"고 썼다.
지난 19일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도 구속해야 한다"고 밝혔으며, 20일엔 "조기대선이 치러질 경우 수개월짜리 특검은 '선거운동' 그 자체가 될 것"이라며 "민주당은 이제라도 방탄 쇼를 멈추라"고 했다.
안철수 의원도 부쩍 이 대표에 각을 세우고 있다. 안 의원은 20일 기자회견을 갖고 "이제는 이재명 대표의 시간이다. 이재명 대표가 헌법 수호의 숭고한 의무가 있는 대통령을 꿈꾼다면 재판지연 등 더 이상 법치주의를 농락하면 안 된다"고 했다. 또 "사법부는 법치주의에 따라 이재명 대표에 대한 2심 재판을 2월15일에 마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최근의 흐름은 명백히 '이재명 심판론'이 확산하고 있는 것"이라며 "설 명절 밥상에도 이재명 심판론이 가장 큰 화두로 오를 것으로 보인다. 지금 흐름은 보수가 해볼 만한 정도가 아니고 어쩌면 오히려 유리하다고 분석할 수도 있다"고 했다. 이어 "국민의힘 경선도 이재명 심판론을 누가 잘 대변할 수 있는지 싸움으로 갈 것"이라고 밝혔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지금 흐름이 유지되면 여권이 해볼 만하다"며 "2017년 박근혜 대통령 탄핵 당시만 해도 홍준표, 안철수, 유승민을 합친 지지율은 50%가 넘었다. 단일 후보였다면 해볼 만했는데 이번엔 과거 탄핵 당시의 학습효과가 있고 상대 후보가 사법리스크가 있는 이재명 대표이기 때문에 그 때보다 환경이 좋다"고 했다.
신 교수는 "다만 최근 서부지법 소요사태에 국민의힘이 어떻게 접근하느냐가 변수가 될 수 있다"며 "지금처럼 양비론으로 접근하면 국민들이 민주당뿐 아니라 국민의힘도 불안하게 바라볼 수 있고 지지율이 꺾일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