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의원님들, (여당이) 무슨 말씀하시는지 들어보시죠. 박충권 국민의힘 의원님 말씀하십시오"
10일 국회 본회의장 단상에 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자신을 향해 야유하는 국민의힘 의원들과 이에 반발하는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을 달래는 모습을 보였다. 조기대선 가능성이 제기되는 가운데 야권의 유력 대권주자로서 자신에게 날을 세운 여당까지 포용하는 모습을 보여준 것으로 풀이된다.
이 대표는 이날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회 교섭단체 대표 연설에서 직접 민주주의 강화를 위한 국회의원 국민소환제도 도입을 제안했다. 이에 국민의힘 의원들이 "법인카드 쓴 것부터 토해내라!" "불체포특권은요!"라며 소리쳤고, 민주당 의원들이 맞받아치려 하자 이 대표는 민주당 의원들 쪽을 향해 손을 들어 보이면서 제지하는 제스처를 취했다.
그러면서 이 대표는 국민의힘 의원들을 향해 미소를 지으며 "(하고 싶은) 말씀 있으시면 하라. 없으시면 이제 해도 되겠죠?" "방해하지 않으면 더 빨리할 겁니다. 그만하시죠. 내일 여러분(국민의힘) 대표 말씀하실 때 우리 (민주당이) 조용히 있겠다"라고 말했다. 이어 "우리 초등학교 학생들도 (본회의장에) 와서 보고 있다고 하지 않느냐"며 "이제 말씀드려도 되겠죠? 다시 시작해보겠다"고 덧붙였다.
이날 좌우를 번갈아 쳐다보던 이 대표는 "대화와 타협의 정치 문화를 되살리겠습니다" "국회 차원의 통상특별위원회 설치를 제안합니다" 등 여당의 협조가 필요한 내용을 말할 때 여당 의원들이 앉은 쪽을 바라보며 연설문을 천천히 강조해 읽었다.
국민의힘 의원들의 반응은 냉담했다. 이 대표가 "사회적 대타협을 해보자"고 제안하자, 여당 의원들은 "국회 내 타협부터 먼저 하라"고 소리쳤고, "민생을 위한 추경(추가경정예산) 편성에 나서자"는 이 대표의 발언에는 "예산 삭감한 거 기억 안 나세요?"라고 받아쳤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팔짱을 낀 채 무표정하게 이 대표의 연설을 들었다.
여야는 이 대표의 연설 중 반도체 특별법 주 52시간 근무제 예외 방안과 연금개혁, 국회의원 국민소환제 등 핵심 쟁점이 거론될 때마다 부딪혔다.
특히 반도체 특별법과 관련해 이 대표는 항의하는 우재준 국민의힘 의원 등을 향해 "잠깐 기다려달라. 품격을 좀 지키자"며 "특별한 필요 때문에 불가피하게 특정 영역의 노동시간을 유연화해도 그것이 총노동 시간 연장이나 노동 대가 지급 회피 수단이 되면 안 된다"라고 말했다. 해당 답변 내용은 사전 원고에는 없던 내용이다.
이날 이 대표의 연설은 약 45분 동안 진행됐으며, 연설 직후 민주당 의원들은 전원 기립해 손뼉을 쳤다. 이 대표는 의원들과 악수를 하며 본회의장을 떠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