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미 관세 협상 무대가 이재명 대통령의 정책 역량에 대한 첫 번째 시험대가 된 가운데 이 대통령이 유의미한 성과를 끌어내 이른바 '일하는 정부'의 국정 동력을 끌어올릴지 관심이 집중된다. 정부는 다음달 1일 협상 시한을 앞두고 막판 협상 타결을 위해 총력전에 돌입한 상황이다.
27일 대통령실에 따르면 이 대통령은 일요일인 이날 공식 일정을 잡지 않은 채 참모들로부터 대미 협상의 진행 추이를 보고받고 막바지 협상 대응 전략을 구상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대통령실은 연일 회의를 열어 정책·안보 라인이 머리를 맞대고 미국 현지에서 전해지는 정부의 협상 상황을 업데이트하면서 기류를 분석하고 있다. 실제로 대통령실은 방미한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이 귀국한 이튿날인 25일 강훈식 비서실장 주재로 통상대책 회의를 열었고 지난 26일에도 김용범 정책실장과 위 안보실장 주재로 범정부 통상현안 긴급회의를 열어 대응 계획을 논의했다.
이를 통해 대통령실은 단위별 협상 상황을 종합적으로 확인하고 안보 협력부터 농산물과 조선까지 분야별 논의를 유기적으로 엮어 실질적으로 협상을 진척시킬 수 있는 '카드'를 다각적으로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대통령실은 특히 미국측이 조선업 분야의 대미 투자에 높은 관심을 드러내는 데 주목한다. 조선업 투자를 지렛대로 관세 협상을 보다 한국에 유리한 방향으로 이끌 수 있다는 시각에서다. 방미 중인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지난 26일 통상현안 긴급회의에 화상으로 참여해 미국 측의 조선 분야에 대한 높은 관심을 확인했다고 대통령실에 보고했다.
이와 관련 두진호 한국국가전략연구원 유라시아연구센터장은 머니투데이 더300(the300)과 통화에서 "미국 입장에서 인도·태평양 지역 내 가장 큰 위협은 중국 해군력의 증강"이라며 "현재는 미국이 중국 군함보다 수적으로 많지만 신규 군함 건조 능력과 군함을 유지·보수·정비(MRO)하는 능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데드 크로스'(미국의 해군력이 중국에 밀리는 상황)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이 대통령이 취임 후 맞이한 첫 정책 시험대에서 합격점을 받을 경우 이 대통령의 국정 운영도 한층 더 힘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지난 21~23일 만 18세 이상 1001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전국지표조사(NBS)에 따르면 이 대통령의 국정운영에 대한 긍정 평가는 64%, 부정 평가는 22%로 집계됐다. 모름·무응답은 14%였다.
서용주 맥 정치사회연구소장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협상에서) 성공했다고 평가할만한 국가는 찾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모든 것을 다 지킬 수는 없다고 본다. 미국 측이 농·축산물까지 협상테이블에 올릴텐데 우리가 얼마나 막아내고 성과로 가져오느냐의 문제"라고 말했다. 이어 "핵심은 관세율 등 숫자보다 내용"이라며 "(장관) 인사도 민심에 따라 (낙마) 했고 이번 관세 협상을 무난히 한다면 수개월내 70%에 근접하는 지지율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반면 협상 결과가 국민 눈높이를 맞추지 못할 경우 새 정부가 표방하는 '일하는 정부'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고개를 들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쌀 시장 개방 문제가 대표적이다. 수입 쌀에 대한 국가별 쿼터가 없는 일본과 달리 한국은 미국 등 5개국 물량을 정하고 있어 미국 측 물량을 늘릴경우 전체 수입 물량이 늘 수 있다. 이 경우 식생활 변화로 인한 쌀 소비량 감소에 어려움을 겪는 농업인들이 이중고를 겪게 된다는 관측이 있다. 농업인들은 대체로 더불어민주당의 지지층으로 꼽힌다.
두 센터장은 "국민적 공감대 없이 농·축산 시장을 개방할 경우 이재명 정부에 큰 부담이 될 수도 있을 것"이라며 "필요한 경우 관세율 숫자에 너무 매몰되지 않고 한미동맹의 특수성을 강조하며 협상 기한을 30일 정도 더 받아 국민적 공감과 설득의 시간을 가질 필요도 있다"고 했다.
이번 조사는 휴대전화 가상번호(100%)를 이용한 전화 면접으로 이뤄졌다. 표본 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P(포인트), 응답률은 17.4%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