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이 '북한이 일부 대남확성기를 철거하고 있다'는 이재명 대통령의 발언에 "무근거한 일방적 억측이고 여론조작 놀음"이라고 반박했다. 미국-러시아 정상회담에서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 겸 국무위원장의 의중이 미국에 전달될 수 있다는 관측도 일축했다.
김 부부장은 14일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발표한 '서울의 희망은 어리석은 꿈에 불과하다'라는 제목의 담화에서 "우리는 국경선에 배치한 확성기들을 철거한 적이 없으며 또한 철거할 의향도 없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어 "한국 대통령은 자기들이 대북확성기들을 먼저 철거하자 우리도 일부 확성기들을 철거하고 있는 것 같다고 하면서 '불필요하고 비용 드는 확성기' 철거와 같은 상호 간 조치가 '남북관계' 개선에 도움이 되기 바란다고 발언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얼마 전 합동참모본부도 국경선 부근에서 우리가 확성기를 철거하는 동향이 식별됐다고 발표한 바 있다"며 "한국의 당국자들과 전문가라는 것들이 줄줄이 나서서 '화답조치'라느니 '변화감지'라느니 '긍정적호응'이라느니 하는 평을 달고 있는 것"이라고 적었다.
김 부부장은 "내가 보건대 한국의 현 정권은 윤석열 정권 때 일방적으로 취한 조치들을 없애 버리고는 그 무슨 큰일이나 한 것처럼 평가받기를 기대하면서 누구의 호응을 유도해 보려는 것 같다"며 "합동군사훈련 문제 역시 조정이니, 연기이니 하면서 긴장 완화에 왼심이나 쓰는 것 같이 보이려고 무진 애를 쓰고 있지만 그것은 평가받을 만한 일이 못 되며 헛수고로 될 뿐"이라고 했다.
이어 "서울의 위정자들"이 "우리의 호응을 유도할 수만 있다면 좋은 것이고 설사 그것이 아니라 해도 최소한 저들의 '긴장완화 노력'을 보여주는 것으로써 정세 격화의 책임을 우리에게 떠넘기고 세간의 지지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는 어리석은 타산을 하고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하지만 이러한 잔꾀는 허망한 '개꿈'에 불과하며 전혀 우리의 관심을 사지 못한다"며 "한국이 확성기를 철거하든, 방송을 중단하든, 훈련을 연기하든 축소하든 우리는 개의치 않으며 관심이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서울의 대조선 정책은 조금도 변하지 않았으며 변할 수도 없다는 것을 확신한다"며 "더러운 것에 면사포를 씌워도 악취는 나기 마련이며 제아무리 정의로운 척 시늉내고 겉가죽에 분칠을 해도 적대적 흉심만은 가리울 수 없다"고 비난했다.
김 부부장은 최근 한국이 한미연합훈련 '을지 자유의 방패'(UFS)의 일정 조정을 발표한 것을 두고는 "그것은 평가받을만한 일이 못 되며 헛수고로 될 뿐"이라며 "오는 18일부터 시작되는 UFS를 통해서도 다시금 한국의 적대적 실체가 의심할 여지 없이 확인될 것"이라고 밝혔다.
김 부부장은 헌법 개정도 예고했다. 그는 "우리는 미국의 충성스러운 하수인이고 충실한 동맹국인 한국과의 관계를 개선할 의지가 전혀 없다는 데 대해 여러 차례 밝혀왔으며 이 결론적인 입장과 견해는 앞으로 우리의 헌법에 고착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한국은 자국 헌법에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북한)을 흡수통일하려는 망상을 명문화해놓고 우리에 대한 핵선제 타격에 초점을 맞춘 '미한 핵 협의그루빠'(한미 핵 협의그룹)라는 것을 조작하고 정례적인 모의판을 벌려놓고 있다"며 "각종 침략적 성격의 전쟁 연습에 빠져있을 뿐만 아니라 잠꼬대 같은 '비핵화'를 염불처럼 외우며 우리 국가의 헌법을 정면 부정하고 있다"고 했다.
김 부부장은 15일(현지시각) 미국 알래스카에서 개최되는 미러 정상회담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김 위원장의 의중을 전달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한 한국언론 보도에 대해서는 "허황된 꿈"이라고 밝혔다.
그는 "우리가 미국 측에 무슨 이유로 메시지를 전달하겠는가"라며 "그릇된 억측을 흘리고 있는 한국 언론의 보도를 듣고 있는 세상을 향해 재삼 상기시킨다면 우리는 미국과 마주 앉을 일이 없다"고 했다.
이어 "나는 이미 조미(북미) 수뇌(정상)들 사이의 개인적 친분관계가 정책에 반영될 일은 없을 것이라는 것과 미국이 낡은 시대의 사고방식에만 집착한다면 수뇌들 사이의 만남도 미국 측의 '희망'으로만 남게 될 것이라는 데 대하여 분명히 밝힌 바 있다"고 덧붙였다.
다만 이날 김 부부장은 한미 대통령에 대한 실명 거론이나 직접적인 비난은 하지 않았다.
앞서 김 부부장은 지난달 28일 '조한(북미)관계는 동족이라는 개념의 시간대를 완전히 벗어났다'는 제목의 담화에서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첫 반응으로 우리 대북 조치를 평가절하한 바 있으며, 지난달 29일에는 김 총비서와 트럼프 대통령 간의 개인적 친분을 인정하면서도 미측의 전향적인 정책변화를 촉구하는 내용의 담화를 발표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