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관세합의 후속협상을 위해 16일 미국으로 출국하는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이 "미국 나름대로 대안을 내놨고, 저는 의미있는 진전이라고 본다"며 "(이달말) APEC(아시아태평양경제협의체) 정상회의가 실질적으로 (타결 시점의) 큰 목표"라고 밝혔다.
김 실장은 15일 공개된 유튜브 채널 '삼프로TV'와의 인터뷰에서 "최근 2주 사이에 미국이 우리가 보낸 수정 대안에 대해 상당히 의미있는 반응을 보였고 ,그래서 미국 쪽에서 새로운 대안이 왔다"며 "그 내용에 대해 지난 추석 연휴 기간에 여러 번 회의를 했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주에 우리 협상단이 간다"며 "가서 실질적으로 대화를 할 것이다. 선발대는 이미 가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고 했다.
이날 대통령실 등에 따르면 김 실장과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은 16일 미국으로 출국한다.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15일 출국했다. 여한구 산업부 통상교섭본부장은 이미 현지에 머무르며 협의를 위한 사전 준비를 진행 중이다.
한미 양국은 지난 7월 말 관세협상을 잠정 타결한 이후 실제 문서화 작업 과정에서 3500억달러(약 500조원) 규모의 대미 투자 방식을 두고 줄다리기 중이다. 미국은 대부분 출자, 즉 현금 투자를 요구하는 반면 우리나라는 외환시장 안정성, GDP(국내총생산) 규모 등을 고려해 대출과 보증 중심으로 투자 금액을 채우는 게 합리적이라고 본다.
김 실장은 이날 인터뷰에서도 "3500억달러가 일시에 당연히 나갈 수는 없다. 합당한 사업이 있어야 한다"며 "미국 제조업 부흥에 필요하고 100% 한국 기업만이 아니라 한국 기업이 실질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사업이어야 한다. 모든 사업이 한꺼번에 될 수 없으니 일거에 그 돈이 갈 수는 없겠다"고 말했다.
이어 "미국 쪽에서 정치적 수사라고 생각하지만 '선불'이라는 용어도 나와서 우리 입장에서는 그런 상황까지도 감안해야 된다. 만약 그런 상황이라면 외환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납득 가능하게 설명했고 우리 국민들이 이해 가능한 조건이어야 할텐데 어떤 내용이 반드시 들어가야되는지도 설명했다"며 "또 이 패키지가 실제 집행되는 단계에 가면 특별법도 필요해 국회 동의안을 받아야 하는 부분도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김 실장은 "한 때는 미국 쪽에서 한참 동안 가타부타 말이 없었는데 다행히 이번에 김정관 장관이 갔을 때 미국 쪽에서 의미있는 코멘트를 했고 우리 입장에서 상당히 의미있는 대안을 제시했다"며 "그 의견을 모아서 실무 협의를 했고 이번 주에 장관급이 건너가서 또 논의해볼 생각"이라고 했다.
김 실장은 3500억달러 투자와 관련, "투자, 대출, 보증으로 구성될 수 있다는 정도의 이야기를 미국과 했지만 그 비율을 얼마로 한다까지 합의한 건 아니다"라며 "상식적으로 생각할 때 통상적인 투자는 사업체를 만들 때 출자를 하고 자본금이 있고, 대출과 보증이 함께 이뤄진다. 당연히 통상적인 프로젝트처럼 진행될 것이라 봤다"고 했다.
그러면서 "8월 초에 미국에서 MOU(양해각서)가 왔는데 우리가 예상한 것과는 다른 형식으로 돼 있어서 물어봤다"며 "항목별로 세세하게 설명하는 분위기가 아니었고 대출, 보증 등을 구별하는 것에 대해 부정적이었다. 현실적으로 한국이 외환시장에 충격을 미치지 않는 범위 내에서 감내 가능한 상업적 검토를 기본으로 3500억달러 한도 내에서 방법이 무엇인지에 대한 답을 줘야 했다"고 말했다.
이어 "서로 격한 말도 오가는 상황까지 됐는데 그런 상황은 어느 정도 지나갔다고 보고 미국이 한국이 말하는 상황을 이해했다"고 했다.
또 "한미동맹만큼 중요한 동맹은 없다"며 "동맹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상호 호혜적으로 미국 제조업 부흥에 제대로 도와줄 수 있는 최적의 나라는 한국"이라고 했다.
어려운 협상 과정에서 느낀 소회도 밝혔다. 김 실장은 "역사를 많이 반추하게 됐다"며 "우리 한반도 역사에서 어려운 시기에 사신으로 갔던 사람들의 심정은 어땠을까. 문전박대를 당하고 모욕도 받았던 그 심정이 요즘 많이 떠오른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