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바 '응급실 뺑뺑이'를 방지하기 위해 병원 응급실과 구급대원 간 전용회선(핫라인)을 설치하도록 한 응급의료법 개정안이 26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임차인 요청 시 상가 관리비 내역을 의무적으로 공개하도록 해 임대료 꼼수 인상을 방지하는 법안도 처리됐다. 국정감사 중이지만 민생법안 처리를 무기한 지연할 수 없다는 데 여야가 뜻을 모은 결과다.
여야는 이날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관에서 본회의를 열고 이같은 내용의 민생 법안을 포함해 비쟁점 안건 76여건을 처리했다. 통상 국정감사 기간과 일요일에는 본회의가 열리지 않지만 여야 대치가 장기화하며 밀린 민생법안들을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는 데 양당 원내지도부가 공감대를 이뤘다.
이들 대다수 안건은 소관 상임위원회에서 여야 합의로 의결된 법안들로 당초 지난달 25일 본회의에 상정될 예정이었다. 그러나 정부조직 개편에 대한 여야 이견으로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에 의한 합법적 의사진행방해) 정국이 이어지며 처리되지 못했다. 이후 민주당이 지난 2일 본회의를 열자고 제안했으나 이 역시 여야 합의가 불발되며 성사되지 못했다.
우원식 국회의장은 26일 본회의장에서 개의 전 "시급한 인사나 대외 현안 처리를 위해 국정감사 중 본회의를 연 적은 있지만, 법안 처리를 위해 여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밝혔다. 이어 "국정감사 기간임에도 일요일에 여야 합의로 본회의를 연 것은 민생법안 처리에 대한 여야의 의지를 보여주는 의미 있는 일"이라며 "이럴 때 박수 한 번 치면 어떻겠느냐"고 말하며 의원들의 박수를 유도했다.
이날 본회의 문턱을 넘은 응급의료법 개정안은 응급환자가 제때 응급처치를 받지 못하는 사태를 방지하기 위한 법안이다. 응급실과 구급대원 사이에 핫라인을 개설·운영하도록 함으로써 응급환자 수용 능력을 신속하게 확인하도록 하는 게 골자다. 병원이 응급실 운영 상황을 중앙응급의료센터에 통보하도록 하고 중앙응급의료센터가 이를 응급의료정보통신망에 공개하도록 하는 내용도 담겼다.
관리비 인상 우려를 반영해 임차인이 요청할 경우 임대인이 관리비 내역을 제공하도록 하는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 개정안도 처리됐다. 여기에는 표준계약서에 관리비 부과 항목이 포함되도록 명시적으로 규정하는 조항도 포함됐다. 도서벽지·농어촌 어린이집을 지원하는 영유아보호법 개정안, 보편적 평생 학습 권리를 지원하는 장애인평생교육법 개정안 등도 가결됐다.
정부조직 개편에 따른 후속 조치로 국회 상임위원회 위원 정수를 조정하는 규칙 개정안도 이날 가결됐다. 이에 따라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산자위) 위원 정수는 기존 30명에서 24명으로 줄고, 감축된 6명은 새로 신설된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로 이동한다. 민주당은 애초 지난달 정부조직 개편 패키지 법안과 함께 이 규칙 개정안을 처리하려 했지만 여야 합의가 이뤄지지 않아 처리가 미뤄졌었다. 국민의힘은 개정안에 반대하지만 자유 투표하기로 방침을 정했다.
이날 본회의에선 국가정보자원관리원 화재 원인과 12.29 여객기 참사의 진상을 규명하기 위한 국정조사 요구서도 보고됐다. 국민의힘이 당론으로 추인해 제출한 것으로 민주당은 여객기 참사 국정조사에만 동의한 상태다. 국정자원 화재에 관한 조사는 담당 상임위원회에서 추가 논의를 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국회법상 국정조사 요구서가 제출되면 국회의장은 각 교섭단체 대표와 협의해 특별위원회를 구성하거나 관련 상임위를 조사위원회로 지정하게 된다.
한편 민주당은 국정감사 기간이 마무리된 이후 이어지는 11월 정기국회에서도 주요 법안 처리를 위한 본회의를 추진하겠단 방침이다. 대법관 증원을 핵심으로 하는 사법개혁 법안과 자사주 소각 의무화를 담은 3차 상법 개정안 등도 처리하겠단 계획인데, 국민의힘에서 반대하고 있어 진통이 예상된다. 민주당은 소관 상임위원회에서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심사 기간이 끝난 반도체 특별법 제정안·은행법 개정안 등의 처리 시점도 검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