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국정감사에 대해 시민단체 '국정감사NGO모니터단'은 '역대 최악'이라고 평가했다. 정책 점검과 행정부 견제라는 본래 취지는 크게 퇴색된 채 여야 간 다툼이 가득했다는 이유에서다. 이 다툼 한가운데 있었던 상임위가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와 법제사법위원회다. 과방위와 법사위는 국정감사 내내 정쟁만이 가득했다.
과방위는 국정감사가 시작된 지 불과 이틀만에 삐걱거리기 시작했다. 지난달 14일 김우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국정 감사 진행 중 박정훈 국민의힘 의원이 보낸 '욕설 문자'를 공개했다. 그러면서 김 의원은 "개인적으로 문자메시지를 보내 사적 보복을 하는 저런 사람이 오늘 '김일성 추종 세력에 대통령실이 연계됐다'는 허위 사실을 발표했다"며 "대한민국 국회의원이면 가져야 할 기본 소양도 어긋나는 것이다. 과방위에서 저 사람과 상임위 활동을 (함께) 할 수 없다"고 했다.
이에 박 의원은 "너 나가"라며 "야 너 진짜 대단하다. 개인적으로 보낸 걸"이라고 맞섰다. 이때부터 과방위 국정감사는 양측의 다툼으로 수차례 중단됐다. 16일 국정감사에서는 김 의원은 "박 의원이 나에게 쌍욕을 했고, 나는 인간 대 인간으로 옥상으로 올라오라고 했다"고 하는 등 부끄러운 장면이 연출되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최민희 과방위원장은 회의장에서 취재 중이던 기자들을 모두 강제 퇴장시킨 뒤 일방적으로 회의를 비공개로 전환해 논란을 일으켰다. 최 의원은 "(사진·영상 기자들이) 선택적으로 찍고 있는데, 기자분들 나가 달라"면서 "위원 신상과 관련된 안건은 간사 간의 협의로 비공개 실시한다"고 했다.
과방위 여야 위원들은 최민희 위원장의 딸 결혼식 문제로도 크게 충돌했다. 최 위원장의 딸은 국정감사가 진행되던 지난달 18일 국회 사랑재에서 결혼했는데, 박 의원은 결혼식장에 다수의 피감기관 화환이 놓인 사진을 스크린에 띄우고 "피감기관과 언론사 간부 상당수가 결혼식장을 직접 찾았다"고 지적했다. 이 논란은 국정감사가 끝날 때까지 이어지면서 여야 갈등의 원인이 됐다. 최 위원장은 국정감사 마지막날인 30일에 "이런 논란의 씨가 없도록 좀 더 관리하지 못한 점이 매우 후회되고 아쉽다"며 "국민 여러분께 사과드린다"고 했다.
법사위 역시 정쟁의 중심이였다. 법사위 국정감사의 최대 쟁점은 대법원의 이재명 대통령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파기환송 결정이 적절했는지 여부였다. 더불어민주당 소속 추미애 위원장이 인사말을 하러 나온 조희대 대법원장의 이석을 불허하자 여당 의원들은 "사법부 길들이기"라며 반발했고 국감장은 순식간에 고성과 욕설로 얼어붙었다. 무소속 최혁진 의원은 조 대법원장의 얼굴을 도요토미 히데요시에 합성한 '조요토미 히데요시' 사진을 흔들며 논란의 정점을 찍었다.
법사위 국정감사는 열릴 때마다 여야 의원들간 고성이 오가는 전쟁터가 됐다. 이 과정에서 추미애 위원장은 심판 역할을 하기 보다는 플레이어를 자처해 야당 의원들과 자주 부딪혔다. 추 위원장은 다른 법사위원보다 더 많은 시간을 사용해 피감기관 관계자들에게 질문을 쏟아냈다. 야당에서는 이같은 진행에 추 위원장에게 계속 불만을 표했고, 추 위원장은 발언권을 뺏는 방법으로 야당을 압박했다. 법사위 국정감사는 마지막날 밤까지 여야가 고성을 주고받으며 마무리됐다.
상대적으로 원활하게 국정감사가 진행된 것은 국민의힘이 위원장을 맡고 있는 상임위였다. 윤한홍 국민의힘 의원이 위원장을 맡고 있는 정무위는 국정감사 내내 정책 위주의 질의를 이어간 것으로 호평을 받았다. 윤 위원장은 자칫 길어질 수 있는 개별 의원들의 질의 시간을 엄수함과 동시에 중요한 사안이나 의미가 있는 문제 제기에 대해선 시간을 추가로 부여하고 소수 정당 의원들의 질의 시간을 여유 있게 보장하는 등 유연한 회의 진행력을 선보여 파열음이 끊이지 않은 타 상임위의 모범이 됐다는 평가를 받았다.
임이자 국민의힘 의원이 위원장을 맡고 있는 기재위에 대한 평가도 좋았다. 임 위원장은 때로는 유쾌한 농담으로 무거운 분위기를 누그러뜨리는가 하면, 의원들의 질의에는 적절한 보충 발언으로 깊이를 더하며 피감기관의 대답을 끌어냈다. 위기는 합리적 중재로 풀어냈다. 임 위원장은 종합감사를 앞두고는 앞선 일정에서 지적된 내용과 제시된 대안들을 정리하고 이에 대한 각 기관의 조치 계획을 취합해 의원들에게 배포하기도 했다.
매년 국정감사 때마다 의원들의 '어록'이 탄생한다. 정쟁 등에 가려서 조명을 덜 받았던 의원들의 빛나는 촌철살인 말들을 모아봤다.
먼저 국감 도중 고릴라를 그리는 모습이 포착돼 진땀을 뺀 유영하 국민의힘 의원이다. 유 의원은 지난달 14일 국회 정무위원회 국감에 출석한 김병주 MBK파트너스 회장이 홈플러스 사태 관련한 의원들의 질의에 모르쇠로 일관하거나 책임이 없다는 식으로 답변하자 "대한민국을 너무 만만하게 보지 말라"고 직격했다. 유 의원은 "여러분(MBK)은 전문가다. 손실이 났으면 책임져야지, 이득만 생각하나"고 비판했다.
박홍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런던베이글뮤지엄' 직원 과로사 의혹 문제에서 사회초년생의 현실을 포착한 질의를 선보였다. 박 의원은 지난달 30일 고용노동부 종감에서 "장관은 전문가니까 (부당한 계약 조항을) 금세 알아차리지만, 사회초년생은 법과 권리를 잘 모른 채 계약을 체결하기도 한다. 런베뮤도 마찬가지"라며 "처음 일하는 사람이 많아서 '원래 이런가 보다'하고 버텼다고 한다. 원래 이런 게 어디 있느냐. 19세기 런던도 아니고. 그 회사 책임이고 청년에게 법과 권리를 말해주지 못한 사회 모두의 책임"이라고 짚었다.
정치권의 뜨거운 감자였던 부동산 대책을 '장거리 마라톤'에 비유해 눈길을 끈 의원도 있다. 안태준 민주당 의원은 지난달 29일 국토교통부 종감에서 "42.195km 달리는 마라톤에서 5km, 10km, 15km 순위가 뭐가 중요하냐"며 "계주 도중에 앞 주자들이 다 꼴찌 했는데 지금 달리는 주자가 꼴찌 한다고 핀잔을 준다. 부동산 정책은 여야를 떠나서 한 팀의 시각을 갖는 게 맞지 않겠냐"고 말했다.
경찰 출신인 서범수 국민의힘 의원은 과거 동료들을 향해 "정말 부탁드린다"며 절절한 부탁을 했다. 서 의원은 지난달 17일 경찰청 국감에서 "검찰청도 폐지되고 경찰수사의 시대가 열린다. 여러분이 그토록 염원했던 경찰수사 독립이 다가오고 있다"며 "오직 국민을 위해 제대로 된 수사를 한번 해보자는 게 목표 아니냐. 독자적인 수사권을 남용해서 특정 집단에 충성하기 위함이 아니었음을 보여드려야 한다"고 당부했다.
올해 국감엔 다양한 증인과 참고인들도 참석해 국감을 더 풍부하게 만들었다. 특히 지난달 30일 보건복지위 국감에선 드라마 '우리들의 블루스'에서 배우 한지민 쌍둥이 언니 역으로 활약한 다운증후군 장애인 배우 겸 화가 정은혜(35)씨가 참고인으로 출석해 권리중심 공공일자리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정씨는 "제가 좋아하는 일을 할 수 있어 더 신난다. 일자리가 제 삶을 바꿔 놓았는데 없어질까 봐 걱정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