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건강보험은 무제한 자유이용권이 아니다

[광화문]건강보험은 무제한 자유이용권이 아니다

임동욱 바이오부장
2026.04.06 05:25

1년 동안 2041회. 2024년 한해 동안 외래진료를 가장 많이 받은 사람의 병원 방문 횟수다. 이는 365일 하루도 빠짐없이 다녀도 모자라, 하루 평균 5번 이상 병원 문을 드나들어야 나오는 숫자다. 기간을 넓혀 2020년부터 2024년까지 5년간을 살펴보니, 그가 외래진료를 받은 횟수는 연평균 1991회에 달했다.

병원을 이처럼 많이 가야 했던 사정이 있을 수 있다. 정말 그만큼 아팠는지, 아니면 다른 이유가 있었는지는 타인이 섣불리 판단할 일이 아니다. 병원 진료를 받는 것은 개인의 자유다. 다만 분명한 건, 그의 외래 진료 비용을 나머지 국민건강보험 가입자들이 함께 짊어졌다는 사실이다. 실제로 이 사람이 2024년 국민건강보험으로부터 지원받은 급여비는 2557만원으로 가입자 평균의 34배에 달했다. 2023년에는 본인부담상한제 덕에 본인부담금 333만원을 돌려받기까지 했다.

과도한 외래 이용이 구조적으로 가능하고, 그 비용이 고스란히 다른 국민건강보험 가입자에게 전가된다는 점은 심각한 문제다. 정부가 최근 건강보험법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예고한 것은 이같은 문제를 보다 적극적으로 개선하기 위한 조치다. 앞서 2024년 7월, 연간 365회를 초과해 외래진료를 받으면 진료비의 90%를 본인이 본인이 부담하도록 하는 제도가 처음 시행됐다. 그러나 365회라는 기준은 너무 높았다. 단속해야 할 과다 이용자 중에서도 극소수에게만 적용됐고, 나머지 의료 남용에 따른 부담은 나머지 가입자들이 짊어졌다.

다시 숫자를 살펴보면 이 문제의 심각성을 알 수 있다. 2024년 진료 기준으로 연 365회를 초과한 이용자는 2285명(0.005%). 이들의 연평균 외래 이용횟수는 449.7회로 전체 평균(19.5회)의 23배, 1인당 급여비는 1137만5000원으로 전체 평균(76만2000원)의 14.9배에 달했다.

이번 개정안은 그 기준을 300회로 낮췄다. 아동, 임산부, 장애인, 희귀난치성질환자, 중증질환자는 적용 대상에서 제외했다. 보호해야 할 환자의 권리는 지키는 동시에 과다외래이용 본인부담 차등화 기준을 강화한 정부 개정안의 방향은 옳다.

방향이 옳다고 해서 효과까지 보장되지는 않는다. 정책 효과를 높이기 위해선 강약 조절을 잘 해야 한다. 이번 개정안은 어떨까. 새롭게 규제 대상이 된 이는 연 300회 초과에서 365회 이하에 해당하는 외래 이용자다. 2024년 기준 6175명으로, 전체 가입자 4851만명의 0.013% 수준이다. 연 300회 초과 외래진료가 불가피한 중증질환자 등 예외 규정을 고려하면 실제 적용 인원은 더욱 줄어들 것이다. 이같은 수준의 규제가 실제로 얼마나 건강보험 재정에 도움이 될 지 면밀히 살펴야 한다.

300회 기준이 어떻게 만들어 졌는지에 대해서도 설명이 있어야 한다. 새로 설정한 300회가 1년 365일에서 단순히 달력의 빨간날을 뺀 숫자여선 곤란하다. 임상적·통계적 근거에 기반한 기준인지, 아니면 정책적 판단에 따른 선에서 그어진 것인지를 밝혀야 한다.

299회까지는 현행 부담률을 유지하다 300회를 넘는 순간 90%가 적용되는 구조가 정책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최선인지에 대한 고민도 필요하다. 참고로 대만은 이용 정도에 따라 부담을 완만하게 조정하는 설계를 택했다.

보다 근본적인 문제도 짚어야 한다. 2023년 기준 우리나라 국민 1인당 연간 외래 진료 이용 횟수는 18회로, OECD 회원국 평균(6.4회)보다 3배 가량 많다. 낮은 본인부담률이 의료 이용 비용에 대한 감각을 무디게 하고, 병원 간 역할이 명확히 나뉘지 않은 구조는 불필요한 반복 진료를 부추긴다. 이런 토양을 그대로 둔 채 횟수 기준만 손보는 건, 잡초의 줄기를 꺾는 것이지 뿌리를 뽑는 게 아니다.

국민건강보험은 아플 때 누구나 적정한 의료를 받을 수 있도록 사회가 함께 만든 안전망이다. 구멍이 있다면 적극적으로 메워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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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동욱 바이오부장

머니투데이 바이오부장을 맡고 있는 임동욱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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