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가 내년도 정부 예산안을 놓고 이번 주 증·감액 심사에 돌입한다. 총지출이 올해 대비 8%가량 늘어난 728조원 규모 예산안을 최대한 지켜내려는 여당과 정부의 확장 재정 기조가 재정 건전성을 저해한다며 대거 삭감을 예고하고 있는 야당 간 샅바 싸움이 본격화한다.
정치권에서는 한미 관세·안보 협상 후속 조치부터 지역사랑상품권, 농어촌 기본소득 등 여야 간 쟁점이 적지 않아 올해 예산안 처리도 법정 시한을 넘길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 논란을 둘러싼 여야 대치에 다른 정국 경색이 예산 심사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는 평가다.
16일 정치권에 따르면 오는 17일부터 내년도 예산안 증·감액을 심사하는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는 예산안조정소위원회를 가동한다. 여야는 감액심사를 먼저 진행한 뒤 증액 심사를 진행할 예정이며 증액에 관해서는 기획재정부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 소위원회에서 의결이 이뤄지면 예결특위 전체회의와 본회의를 거쳐 예산안이 확정된다. 예산안 처리 법정 시한은 다음 달 2일이다.
여야 모두 법정 시한을 지켜야 한다는 데에는 공감하지만 여건은 녹록지 않은 분위기다. 이재명 정부가 편성한 첫 예산안인 데다 총지출 증가율도 4년 만에 최고 수준에 달해 조정 과정에서의 난항이 예상된다. 정부는 지난 8월 확장 재정으로의 전환을 공식화하며 내년도 예산안 규모를 728조원 규모로 편성했다. 총지출 증가율이 올해 대비 8.1% 늘어난 규모로 이는 2022년(8.9%) 이후 최대 증가율이다.
여야는 주요 사업에 대한 입장차로 상임위원회 단위의 예비심사도 아직 마치지 못한 상태다. 현재까지 전체 17곳 상임위 가운데 운영위원회·기획재정위원회·외교통일위원회·행정안전위원회·문화체육관광위원회·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국토교통위원회·정보위원회 등 9곳이 아직 심사를 진행 중이다.
상임위원회 예비 심사를 마쳤지만 여야 이견이 여전한 사례도 있다. 이를테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민주당 주도로 검찰 특수활동비(특활비)가 40억5000만원 삭감된 게 그렇다. 검찰의 수사 범위가 축소된 데다 내년 10월 검찰청이 폐지될 것을 고려하면 특활비를 줄여야 한다는 취지지만 국민의힘 의원들은 "검찰청 재갈 물리기"라고 반발했다.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에서는 이재명 대통령의 대표 사업인 농어촌 기본소득 사업 예산을 1706억9000만원 늘리기로 했다. 국민의힘에서 "전형적인 퍼주기식의 포퓰리즘"이라며 반대 의견을 냈지만 민주당 주도로 의결됐다. 국민의힘은 지역사랑상품권(1조15000억원)과 국민성장펀드(1조원) 등 다른 주요 정책 사업에도 같은 이유로 반대하고 있다.
송언석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16일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포퓰리즘적 성격의 예산은 삭감돼야 한다고 (원칙을) 말해왔다"며 "지역사랑상품권의 경우 국고가 과다하게 들어가는 것은 곤란하고, 과다하게 펀드에 출자한 부분을 포함해 여러 가지 부분 바로잡아야 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한미 관세·안보 협상 후속 조치 역시 예산 심사의 주요 뇌관으로 꼽힌다. 예산안에 포함돼 있던 '대미 투자지원 정책금융 패키지'(1조9000억원)가 국민의힘이 위원장을 맡은 기획재정·정무·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에서 '협상 내용과 용처가 불분명하다'는 이유로 각각 감액됐거나 보류될 위기에 처했는데 민주당은 예산안조정소위원회에서 원상복구를 시도할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한정애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기획재정위원회 등은) 저희가 위원장이 아니기 때문에 다시 의사를 묻는다고 변경될 가능성이 없어 보인다"며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차원에서 증액해야 하는지 깊이 있게 고민할 것"이라고 밝혔다.
주요 현안을 둘러싼 최근 여야의 격한 공방에 예산안 처리가 뒤로 밀릴 가능성도 제기된다. 여야는 검찰의 대장동 개발비리 사건 항소 포기 문제를 놓고 일주일 넘게 공방을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민주당에서 국정조사 단독 추진 가능성도 시사해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오는 27일 국회 본회의에서 표결에 부쳐질 추경호 국민의힘 의원 체포동의안을 두고도 충돌이 예상된다.
국회의 예산안 처리는 2020년에는 12월10일, 2021년엔 12월2일, 2022년엔 12월3일 등 기한에 근접해 의결됐으나 최근 들어 늦어지는 추세다. 2023·2024년에는 각각 12월24일·12월21일에 의결됐다. 올해 예산안은 12.3 비상계엄 직후인 지난해 12월 10일 여야 합의 없이 민주당 주도로 본회의에서 의결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