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 콕 찍어 찾아가는 이집트·튀르키예…'지역 맹주 라이벌'

조성준 기자
2025.11.19 15:15

[the300] 중동·아프리카의 맹주 자처하는 양국…한국, 진영에 치우치지 않는 실용적 파트너 입지 굳히기

(AFP=뉴스1) 구윤성 기자 = 아랍에미리트(UAE)를 국빈 방문 중인 이재명 대통령(왼쪽)이 18일(현지 시간) UAE 대통령궁에서 무함마드 빈 자이드 알 나하얀 UAE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 AFP=뉴스1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이재명 대통령이 이번 중동·아프리카 순방 대상 국가로 이집트와 튀르키예(옛 터키)를 선택한 것은 비단 '세일즈 외교' 차원만은 아니다. 중동·북아프리카 지역의 '맹주'(盟主)를 자처하는 이집트·튀르키예를 향후 레버리지로 활용, 해당 지역에서의 영향력을 확대하기 위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19일(이하 현지시간) 대통령실 등에 따르면 이 대통령은 이날 UAE(아랍에미리트) 국빈 방문 일정을 마치고 이집트를 공식 방문한다. 21일까지 이집트에서의 일정을 소화하게 될 이 대통령은 이후 21~23일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 참석한 뒤 24~25일 양일간 튀르키예를 국빈 방문한다.

이 대통령은 지난 18일 무함마드 빈 자이드 알나하얀 UAE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고 에너지·방위산업을 넘어 인공지능(AI)과 헬스, 문화 등 여러 분야에서의 협력·투자 등의 내용을 담은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이를 통해 양국은 경제협력을 넘어 '특별전략적 동반자' 관계로 심화 발전해 나가자는 데 뜻을 모았다.

이어 이 대통령이 방문할 이집트는 아랍권과 아프리카 지역의 전통적인 맹주로 꼽힌다. 1억명 이상의 인구와 강한 경제력 등을 바탕으로 주변국을 대표하는 역할을 해왔다. 과거 아랍권을 대표해 이스라엘과 네 차례 전쟁을 벌이기도 했다. 지금도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문제에서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다. 아랍 22개국을 회원국으로 둔 아랍연맹 본부가 이집트의 수도 카이로에 위치한다는 점은 이집트의 역내 정치적 위상을 보여준다.

이번 순방에서 이 대통령은 압델 파타 엘시시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고 카이로대학에서 한국의 대중동 구상을 밝힐 예정이다. 2009년 버락 오바마 당시 미국 대통령이 이슬람 국가들에 화해를 제안한 역사적 연설을 한 장소도 이집트의 카이로대학이었다.

한국과 이집트는 2022년 양국 정상회담 이후 방산·원자력·철도 분야에서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이번 이집트 방문에서도 양국 관계 발전을 위한 MOU 등이 체결될지 주목된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

순방 마지막 일정으로 이 대통령은 중동의 또 다른 맹주를 자처하는 튀르키예를 국빈 방문한다. 튀르키예는 사우디아라비아, 이란과 더불어 중동의 3대 강국으로 꼽힌다. 러시아와 미국 사이의 균형 외교를 통해 양국에서의 이점을 모두 취하는 등 다양한 외교 전략을 구사하는 국가로도 평가된다.

2003년 집권한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은 '신오스만주의'를 표방하며 중동에서의 영향력을 확대해왔다. 예멘, 시리아, 리비아 내전에 개입하며 존재감을 높여왔으며 2023년 이후엔 보다 적극적으로 대외 영향력을 과시하고 있다.

튀르키예는 한국전쟁 4대 파병국으로서 우리의 전략적 동반자 국가이다. 또 한국으로부터 K-9 자주포·K-2 '흑표' 전차 관련 기술을 수입하는 등 방산에서의 협력 관계도 이어오고 있다. 이 대통령의 이번 국빈 방문을 통해 방산·원전·바이오 등에서의 양국 협력이 확대·심화할 전망이다.

이 대통령의 이집트·튀르키예 방문은 중동·아프리카 지역에서의 영향력 확대를 위한 전략적 행보로 풀이된다. 맹주를 자처하는 양 국가와의 협력 확대는 중동·아프리카 지역의 주변국으로부터 한국을 각인시키는 계기가 될 전망이다.

나아가 양국이 역내 영향력을 두고 경쟁하는 관계라는 점도 주목된다. 두 국가는 리비아 내전에서 서로 다른 진영을 지원하며 대립한 바 있다. 2017년에는 사우디 주도로 UAE, 이집트 등 6개국이 카타르와 단교할 때, 튀르키예는 부대를 파병해 카타르를 지원하면서 사우디의 영향력을 견제하기도 했다.

이 대통령의 이번 순방 일정은 이러한 지역 맹주들의 경쟁 구도 속에서 특정 진영에 치우치지 않는 실용적 파트너로서의 입지를 굳히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성일광 서강대 유로메나연구소 교수는 머니투데이 더300(the300)과의 통화에서 "이집트는 우리와 경제적으로 활발히 협력하고 있고, 튀르키예는 중동 지역에서 가장 중요한 국가로 부상했다"며 "(양국 모두) 우리와 협력할 수 있는 지점이 많으며, 역내에서 한국의 외교활동을 지원해줄 역량이 있는 국가들"이라고 평가했다.

한편 이 대통령은 오는 21~23일 남아공 요하네스버그에서 열리는 G20 정상회의에 참석해 경제·디지털 협력 확대와 기후변화 공동 대응 등의 의제를 논의할 예정이다. 특히 이번 회의에는 미국·중국·러시아 등 주요국 정상이 참석하지 않는 가운데 이뤄져, 한국으로선 신흥 선도국의 면모를 보이고 '글로벌 사우스'에서의 영향력을 확대할 계기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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