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이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를 겨냥한 '당원게시판 사건' 당무감사와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의 '12.3 비상계엄 사과 여부'를 두고 내홍에 휩싸이는 모습이다.
1일 정치권에 따르면 한 전 대표는 지난달 29일 SNS(소셜미디어)를 통해 당무감사위원회가 '당원게시판' 논란 조사에 착수한 소식을 거론하며 "당을 퇴행시키는 시도가 참 안타깝다"고 밝혔다. 당원게시판 사건 감사는 장 대표의 공약이기도 하다. 당무감사위는 방송 등에서 장동혁 당 대표를 비판한 친한계(친한동훈계) 김종혁 전 최고위원에 대한 조사도 착수했다.
친한계 우재준 청년최고위원은 전날 SNS를 통해 "계엄 1년을 앞두고 당원게시판 당무감사, 김종혁 징계 절차가 개시됐다"며 "진짜 이게 지금 우리 당에 필요한 거라고 보는겁니까"라고 밝혔다. 박정훈 의원도 "당원게시판 문제는 장 대표가 수석최고위원 시절 '문제 될 부분이 없다'고 여러 차례 방송에서 밝힌 바 있다"며 "지방선거 앞두고 당을 분란으로 몰아넣어 얻을 수 있는 게 뭐가 있습니까"라고 했다.
장 대표와 보조를 맞추는 '강경파' 김민수 최고위원은 "여당 대표직에 있던 자가 우리 정권을 흔들 목적으로 당게를 활용했다면 이것이 어찌 그냥 넘어갈 사안인가"라고 했다. 장예찬 전 청년최고위원은 "자신 있으면 감사받아서 진실을 밝히면 모든 게 해결된다"고 했다. 국민의힘 인사는 머니투데이 더300(the300)에 "대통령실·여당 지도부 갈등이 심한 틈을 타 장 대표가 친한계 정리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격화되는 '장·한 갈등' 한편에서 '계엄 사과'에 관한 내홍도 심해지고 있다. 재선·초선 의원들은 장 대표가 계엄 1주년에 명백한 사과 메시지를 내야 한다는 의견을 표하고 있다. 3선 이상 중진 사이에서도 사과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지방선거 외연 확장을 위한 메시지를 내야 한다는 것이다. 반대로 사과를 더 하면 안된다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김재원 최고위원은 지난달 26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지난 지도부가 사과한 점 등을 거론하며 "자꾸 사과하는 것은 오히려 현 상황을 악화할 가능성이 많다"고 했다.
장 대표는 메시지 수위에 대한 고심을 거듭하고 있다. 오는 3일까지 당내 의견을 더 청취한 뒤 정하겠다는 계획이다. 장 대표는 지난달 28일 대구 국민대회에서 "(비상계엄은) 국민들께 혼란과 고통을 드렸다. 그 책임을 무겁게 통감하고 있다" 고 말했다.
현 지도부가 대구 국민대회 이상의 사과 메시지를 내놓을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보인다. 추경호 전 원내대표에 대한 영장실질심사 등을 고려하면, 사과로 얻을 실익이 적다고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도부는 영장이 기각되면 '민주당의 내란프레임은 허구'라는 구호를 내세우며 대여 투쟁을 강화할 계획이다. 이 상황에서 비상계엄에 대한 대국민 사과를 하면 강성 지지층의 결집이 약화할 수 있다고 본다.
구속영장이 발부될 때에도 사과는 '독'이라는 인식이 있다. 국민의힘은 영장 발부시 민주당이 위헌정당 해산심판을 청구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키울 것으로 예상한다. 이 상황에서 사과를 하면 계엄의 책임을 인정하는 모양이 돼 민주당에 힘을 실어주게 된다는 우려가 있다. 국민의힘 인사는 "계엄은 여러 이유가 있어서 단편적으로 누구의 잘못이라고 하기는 어렵다"며 "지도부가 사과를 한다면 우리가 뭉치지 못하고 대통령을 두 번이나 탄핵되게 만들어 실망을 드린 점에 대해 하는 것"이라고 했다.
다만 사과가 미온적이라는 판단이 들 경우 마찰이 격화될 수 있다. 김재섭 의원은 최근 YTN 라디오에서 지도부가 사과하지 않으면 약 20명 의원과 개별적으로 메시지를 내겠다고 밝혔다. 한 국민의힘 의원은 "장 대표 발언을 '충분한 사과'로 보는 국민은 별로 없을 것"이라며 "별도로 사과에 나설 수 있다는 분위기는 여전하다"고 했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친한계와의 갈등이나 계엄 사과 관련 내홍이 지속되면 연말에 당 지지율이 오르기 어렵다. 2018년 (국민의힘 전신) 자유한국당 지도부도 '뺄셈 정치'와 문재인 정부를 향한 투쟁에만 집중하다가 지방선거에서 패배했다"며 "탄핵·계엄의 강을 건너지 않고 지방선거를 치르려고 한다면 내년 1~2월 출마 예정자들이 본격적으로 지도부 책임론을 제기할 수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