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당내 주요 인사들과 만나 당 운영 방안에 대한 의견을 묻는 '경청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12.3 비상계엄 사과 거부 이후 강성 노선의 전환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진 가운데 장 대표가 경청 행보를 통해 리더십 우려를 잠재우고 흔들린 당의 전열을 재정비해 대여 투쟁과 지방선거 준비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9일 정치권에 따르면 장 대표는 이날 서울 여의도 모처에서 국민의힘 의원들과 비공개 오찬을 했다. 이번 면담은 장 대표의 요청으로 성사됐다. 이 자리에서 장 대표는 당 운영 방향에 대한 설명이나 이해를 구하기보다는 중진 의원들의 의견을 청취하는 데 집중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장 대표는 지난 5일 중진 의원 5명과 면담했고 전날에도 초선 의원들과 잇따라 회동했다. 6선의 주호영 국회부의장도 만났다. 김성태 등 원외 당 원로들과도 만나 의견을 들은 것으로 알려졌다. 원외 당협위원장 등과의 면담도 잡혀있다. 이날 의원 오찬 외에도 시간을 쪼개 중진 의원들과 일대일 면담을 했다. 최대한 많은 이들을 만나 당을 향한 쓴소리를 듣는 시간을 갖겠다는 것이 장 대표의 의지다.
이러한 경청 행보는 12.3 비상계엄 사과를 둘러싼 이견이 내분으로 번지는 상황을 차단하고 당내 논쟁을 내부 수렴 국면으로 관리하겠다는 전략으로 보인다. 계엄 사과나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이나 사과와 같은 상징적 조치가 단기적으로 여론의 숨통을 틀 수는 있지만 핵심 지지층의 결속을 훼손할 수 있다는 것이 장 대표의 생각인 것으로 전해졌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머니투데이 더300(the300)에 "(장 대표가) 향후 당 운영 방향에 대한 구상, 지방선거 승리에 대한 로드맵 등을 계속해서 고민하는 만큼 경청 행보를 통해 여러 의견과 아이디어를 들은 다음 정리된 입장을 밝힐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장 대표의 정리된 입장이 어떠한 방향성을 띨지에 대해선 아직 미지수다. 일단 당내에선 장 대표의 강성 노선에 대한 불만이 커진 것이 사실이다. 한때 친윤(친윤석열)계 핵심으로 꼽혔던 윤한홍 국민의힘 의원마저도 전날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단절을 강조하며 "'똥 묻은 개가 겨 묻은 개 비판'하는 꼴이니 우리가 아무리 이재명 정부를 비판해도 국민들 마음에 다가가지 못한다. 백약이 무효"라고 질타하기도 했다.
일각에선 장 대표의 노선 변화 가능성에 의구심을 표하기도 한다. 쓴소리를 듣겠다고 했지만 여전히 내부 결속을 우선시하는 발언들을 공개적으로 하고 있어서다.
장 대표는 이날 국민의힘 유튜브 채널 '국민의힘 TV'에 출연해 "우리 스스로 독해져야 한다"며 "이재명 정권에 맞서기 위해 똘똘 뭉쳐도 모자랄 판에 우리 스스로 편을 갈라 서로를 공격하고 있지는 않은가"라고 말했다.
또 "우리의 책임을 외면하자는 것이 아니다"라며 "지금 우리가 싸워야 할 대상은 이재명 독재 정권이지 우리끼리 총구를 겨눠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서로 생각이 다를 수는 있어도 결국 우리는 함께 싸워야 살 수 있는 운명 공동체"라며 "지금보다 더 많이 만나고 더 많이 들으면서 하나 되는 길을 찾겠다"고 약속했다.
이와 관련해 장 대표와 면담을 한 국민의힘 한 의원은 "당을 향한 다양한 목소리를 가감 없이 얘기했다"면서도 "여러 당 내외 인사들의 의견을 잘 수렴해서 변화된 모습을 보이길 기대하지만 여전히 강성 발언을 내놓고 있어 우려가 되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장 대표가 명확한 답변보다는 듣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는 것은 알겠지만 어떠한 변화를 약속하거나 한 것은 아니었다"며 "지방선거가 많이 남은 게 아닌데 좀 더 속도감 있는 변화가 필요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