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에서 회장이 직접 아이디어를 낸다는 것은? 사장단 일 좀 하라는 뜻이다. 그럼 사장이 직접 아이디어를 내면? 임원진 일 좀 하라는 거다. 임원이 아이디어를 내는 것은 물론 직원들 일 좀 하라는 뜻이다. 대체로 그렇다.
' 톱다운'으로 아이디어가 내려오는 건 다른 이유가 있어서다. 위에서 뭔가 불만이나 아쉬움을 느끼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는 뜻이다. 이 구조에 빗대 요즘 이재명 대통령의 '폭풍 트윗' SNS(소셜미디어) 폭격을 바라보면 일면 이해되는 부분이 있다.
대통령이 아이디어를 낸다는 것은? 국회 일 좀 하라는 얘기로 들린다. 물론 행정부(정부부처)도 마찬가지다. 요즘의 하이어라키(조직 내 계층구조)로 보면 '국회 밑에 행정부'지만 삼권분립 원칙상 국회와 행정부를 동급으로 보면 그렇다.
대통령이 메시지를 SNS(소셜미디어)로 낸다? 한 여당 의원은 "TV와 SNS는 채널이 갖는 의미가 다르다"고 했다. SNS로 국회와 정부는 물론 국민들이 직접 들으라고 트윗을 날리는 게 아니겠느냐는 거다. 대통령은 "난 이런 정책을 하고 싶다!"며 SNS 글로 '박제'까지 해버린다. 이재명 대통령은 2010년 성남시장 재임 시절부터 X(옛 트위터)를 쓰기 시작한 17년차 유저다. 즉자적 소통이 가능한 SNS의 장점과 정책 수요자들이 느끼는 정책적 효능감을 누구보다 잘 안다.
그런데도 국회는 여전히 느릿느릿하다. 대통령의 발언 수위는 점점 세지고 있다. "부동산 시장을 정상화 하겠다"고 하더니 며칠 후엔 "국회 입법이 너무 늦다"고 했다. 3일엔 "내게 최종 권한이 있다"고도 했다. 국회가 그저 놀고 있는 건 아니지만 적어도 정책 방향을 잡은 대통령이 더딘 속도에 정말 답답해 하고 있다는 점만은 분명해 보인다.
당 대표를 한 대통령이 국회를 잘 몰라 채근하는 건 아닐 테다. 압도적 다수여당이어도 야당을 어르고 달래면서 가야 한다. 치열하게 부딪히며 토론하고 논쟁해야 한다. 당내 이견도 조율해야 한다. 정부도 신중할 수밖에 없다.
이 대통령이 부동산 문제를 언급한 시점도 의미심장하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과 문재인 전 대통령이 부동산을 직접 언급한 시점은 각각 2005년 7월과 2019년 11월이었다. 임기 반환점 즈음인 취임 이후 2년 5~6개월이 지나서였다. 반면 이 대통령은 8개월만에 부동산 의제화를 꺼내 들었다.
동력이 충분할 때 하루라도 빨리 부동산 정상화 작업을 시작하겠다는 거다. 할 수 있다는 확신도 있는 것 같다. 임기 초부터 정책 일관성을 강조하고 하루가 머다하고 직접 글을 쓴다. 여권 관계자는 "대통령 머리에는 검찰개혁 같은 건 '국회가 맡아서 처리하면 된다"는 생각이 있는 것 같다"고 했다.
부동산은 어떤 문제보다 어렵고 폭발력이 큰 이슈다. 잘못하면 정권이 무너질 수 있다. 그런데도 이 대통령은 "부동산 정상화는 5000피(코스피지수 5000 달성), 계곡정비보다 훨씬 쉽고 더 중요한 일"이라고 했다. 야당과 국민들이야 '훨씬 쉽고'가 먼저 눈에 들어올 터다. 여당과 행정부는 달라야 한다. '더 중요한 일'이라는 말에 더 집중해야 한다. 망국적 부동산 투기는 바로 잡힐 수 있을까. 모두들 궁금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