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적인 대북 사업에 대한 미국의 제재가 면제될 것으로 전해진 가운데 우리 정부가 북한의 호응을 기대하고 있다. 북한이 인도적 지원 자체를 거부하고 있다는 점은 변수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5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에서 이뤄진 특파원 간담회에서 "며칠 내 어떤 새로운 진전 사항이 있을 것 같다"며 "거창한 것은 아니고, (관계 진전의) 단초가 될 수 있는 성의 차원 같은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북미 대화까지는 아니"라고 했다.
복수 정부 소식통은 현재 미국을 방문 중인 조현 외교부 장관의 제의로 미국이 그간 1718 위원회(유엔안보리 북한 제재위원회) 내에서 보류해 온 제재 면제 조치에 나서기로 했다고 전했다.
이에 따라 약 9개월 전인 지난해 상반기부터 제재로 보류 상태였던 17개의 인도적지원 사업이 재개될 전망이다. 북한 제재위원회 차원의 공식 의결 절차를 거쳐 이들 사업에 대한 제재 면제가 부여되고 각 사업의 시행기관에 공식 통보되는 과정이 필요하다.
17개 사업은 △경기도 등 우리 지자체·NGO의 사업 5건 △WHO(세계보건기구)·유니세프·FAO(유엔식량농업기구) 등 국제기구 사업 8건 △미국 등 타국 민간 단체 사업 4건 등으로 전해졌다.
경기도 사업은 아프리카돼지열병(ASF) 예방 등을 위한 자동화 양돈 체계 구축 사업, 북한 취약계층을 위한 정수시설 지원 사업, 취약계층 역량 개선 목적의 스마트 유리 온실지원사업 등이다. 이 외에도 보건·식수위생·영양지원 등 인도적 지원 목적 사업들이 있다.
2006년 북한의 제1차 핵실험에 대응해 유엔 안보리가 통과시킨 대북제재 결의 제1718호에 따라 설치된 대북제재 위원회는 제재 이행을 감독한다. 이 위원회는 필요한 경우 인도적 지원단체들에 대한 제재를 면제할 수 있다.
미국은 그간 인도적지원 물자가 본래 의도와 달리, 정권 유지에 '전용'될 수 있다는 이유로 제재 면제 승인 과정에서 미온적인 태도를 보여왔다. 이 가운데 트럼프 행정부가 제재 면제를 승인한 것은 북미 관계 개선을 염두에 둔 '대북 유화 제스처'로 평가된다.
우리 정부는 북한의 호응을 기대하는 분위기다. 외교부 관계자는 "정부는 정치적 상황과 무관하게 북한에 인도적지원을 지속해야 한다는 입장을 유지해왔다"며 "이번 결정을 계기로 좋은 호응이 있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실제 인도적지원 사업의 시행 여부는 북한의 태도에 달렸다. 북한은 인도적지원을 받지 않겠다는 기조다. 기존에도 제재 면제를 받았으나 북한이 수용하지 않아 시행되지 않은 사업이 있다. 이번 조치와는 별개로 실제 시행은 가능성은 여전히 불투명하다.
북한의 기조는 변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지만, 미국의 태도 변화를 인지하고 이에 대한 평가를 해나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머니투데이 더300(the300)과의 통화에서 "북한이 이 사업을 실제로 받아들일 가능성은 미지수"라면서도 "북한으로선 미국의 달라진 태도를 인지할 것이며 이번 제재 면제 조치에 대한 메시지 분석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