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연방대법원의 상호관세 위법 판결에 대한 맞불 격으로 새 관세 조치를 예고한 가운데 청와대가 당정청 회의를 열고 대미투자특별법(한미 전략적 투자 관리를 위한 특별법)안의 입법 상황 등을 점검한다. 정부는 통상 환경의 불확실성 속에서도 국익 최우선 관점에서 일단 예정대로 대미 투자 관련 논의를 진행할 계획이다.
청와대는 22일 오후 8시 서울 종로 한국금융연수원에서 대미 통상현안 점검을 위한 당정청 비공개 회의를 개최한다. 전날 김용범 정책실장과 위성락 국가안보실장 주재로 열린 관계부처 회의에 이어 열리는 이틀 연속 긴급 회의다.
이날 회의에는 김 실장과 위 실장, 홍익표 청와대 정무수석과 함께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 여한구 통상교섭본부장이 참석한다. 한병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와 한정애 정책위의장, 정태호 국회 대미투자특별법 특별위원회 여당 간사 등 여권 정책 라인도 총출동한다.
관계부처 회의에 이어 하루만에 열리는 당정청 회의에선 대미투자특별법안의 차질 없는 입법을 위한 논의가 이뤄질 전망이다. 회의에 참석하는 한 여권 관계자는 "대미투자특별법이 논의될 것"이라며 "대외 상황과 관계 없이 진행을 해야 하는 사안"이라고 했다.
당정은 지난 9일 대미투자특별법 처리를 위한 여야 특위 구성을 의결하고 늦어도 3월초 본회의 통과를 목표로 논의를 이어가고 있다. 한미 양국이 지난해 11월 상호관세와 자동차 등에 대한 품목 관세를 25%에서 15%로 내리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조인트 팩트시트'(공동 설명자료)를 발표한 데 따른 후속 조치다.
청와대는 미 연방대법원의 상호관세 무효화 판결과 별개로 한미간 '우호적 협의' 기조를 흔들림 없이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해 8월과 10월 트럼프 대통령과 두차례 정상회담을 갖고 미국과 두터운 경제·안보 협력의 신뢰 관계를 구축했다.
이날 회의에선 미 정부의 글로벌 관세 부과 등 추가 조치에 대한 대응 방안도 논의될 전망이다. 미 연방대법원이 지난 20일(현지시간) 국제비상경제권법(IEEPA)에 근거한 트럼프 대통령의 상호관세 부과가 위법하다고 판결하자 트럼프 대통령은 즉각 무역법 122조(Trade Act of 1974)를 근거로 전세계에 '10% 글로벌 관세'를 부과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이어 채 하루도 안 된 지난 21일(현지시간) 관세율을 15%로 올리겠다며 "몇 달 안에 법적으로 허용되는 새로운 관세를 확정해 발표할 것"이라고 했다. 무역법 301조와 무역확장법 232조(Trade Expansion Act of 1962)에 근거한 새 관세 조치 카드를 검토하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무역법 301조는 불공정 무역 행위에 대한 대응 권한을, 무역확장법 232조는 국가 안보 위협 시 관세 권한을 명시하고 있다.
김재천 서강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머니투데이 더300(the300)과의 통화에서 "미 대법원 판결로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를 전가의 보도처럼 쓰기는 어려워진 측면이 있지만 우리 정부가 레버리지(협상력)를 회복했다고 태도를 바꾸는 건 위험하다"며 "주변국들을 살펴보면서 냉정하게 대처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김태황 명지대 국제통상학과 교수도 "중간선거에서 공화당이 참패한다면 (관세 정책을) 지속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시간을 두고 지켜봐야 하는 만큼 정부가 신중하게 대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