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자본시장을 신속하게 선진화해 국민들의 자산가치와 소비를 늘리고 대한민국 경제가 지속적으로 확장·성장하길 바란다."
이재명 대통령이 18일 청와대에서 열린 '자본시장 안정과 정상화 간담회'에서 한 마무리 발언이다. 이날 간담회에 참석한 시장 전문가와 투자자들은 자본시장 체질개선을 위한 다양한 제언들을 내놨다.
참석자들은 최근 글로벌 시장에 충격을 준 중동 전쟁이 오히려 한국 경제의 개선된 기초체력을 검증하는 계기가 됐다고 입을 모았다.
권구훈 골드만삭스 리서치 총괄 전무는 "이번 중동 사태로 많은 투자자들이 2022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2008년 금융위기에 유가가 배럴당 150달러(USD)까지 올랐던 때를 떠올렸다"며 "한국은 에너지 수입국이라 유가 충격에 취약하다고 알려져 있으나 2022년에 비해 한국 경제의 대외 기초체력은 훨씬 더 건강해졌다"고 말했다.
특히 "한국의 경상수지 규모는 지난해 역사상 최대인 1250억달러(약 186조원) 흑자를 달성했다"며 "올해 유가 평균이 100달러라고 가정하면 올해 경상수지는 2000억 달러 이상 흑자가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박선영 동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최근 일련의 자본시장 정책과 실적 개선 기대감으로 증시 지수가 빠르게 상승해 왔고 (중동 사태로) 자연스럽게 조정국면에 접어들었다"며 "고점 대비 낙폭이 제한적이고 견조한 반등세를 보여 자본시장 기초 체력은 과거보다 견조해졌다"고 진단했다.
개인 투자자들의 매수 흐름이 국내 증시 신뢰도 상승의 방증이란 평가도 나왔다. 김우석 삼성자산운용 대표는 "지난해 4분기 기준 개인 투자자들의 순매수 규모가 6조원이었는데 올해는 1분기가 채 안 끝났는데도 16조원"이라며 "'시간과 복리의 힘'은 미국 S&P(스탠더드앤푸어스) 500에만 해당되는 얘기였지만 이제는 한국에서도 분산, 장기 투자를 고민할 시기"라고 말했다.
이준용 미래에셋자산운용 부회장도 "ETF(상장지수펀드) 흐름을 보면 2001년 9.11 테러나 2008년 금융위기 당시와 다르다"며 "개인투자자들은 이슈(악재)가 발생하면 시장을 이탈했는데 지금은 방식을 바꾸고 있다"고 했다. 이 부회장은 "중동 사태 발발 전까지 일주일 간 4조원 가량의 ETF 순매수세가 있었는데 전쟁 발발 후 매도가 아닌 1조원 순매수세가 확인됐다"며 "투자자들이 현명하게 대응하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정부가 추진 중인 자본시장 개혁 정책이 자리 잡을 경우 증시 저평가 국면이 해소돼 코스피 지수가 1만까지 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왔다. 김동원 KB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코스피가 6000에 근접했지만 증시는 여전히 디스카운트(저평가)를 받고 있다"며 "중복상장 금지와 MOM(Majority of Minority Voting·소수주주 과반 결의제)의 도입이 필요하다"고 했다. MOM은 합병, 분할, 영업양수도 등 기업의 주요 의사결정시 일반주주들만 별도로 의결에 참여하도록 하는 제도다.
김 센터장은 "코스피 상장사 예상 영업이익이 670조원으로 작년 대비 120% 늘 것으로 보인다"며 "미국, 대만과 비슷한 PBR(주가순자산비율) 3배만 적용해도 코스피 1만포인트가 나온다"고 강조했다.
자본시장 개혁이 장기적인 우상향으로 이어져야 한다는 바람도 잇따랐다. 원대한 서울대 투자동아리 회장은 "청년들은 '불장(상승장)이 30대에 왔으면 좋겠다'고 한다"며 "농담 같지만 '코리아 프리미엄'이 지속되려면 구조적으로 한국 기업들의 실적이 성장하고 거버넌스 문제가 해결돼야 할 것"이라고 했다.
그러자 이 대통령은 "구조를 개혁하고 미래산업에 투자하고 기술개발에 투자를 열심히 하면 그렇게 될 가능성이 많다"고 답했다.
한편, 이날 간담회에선 △기관 투자자 저변 확대 △벤처투자자(VC) 장기 투자 유도 △스타트업 임직원 스톡옵션 세제혜택 확대 △유상증자나 CB(전환사채) 발행시 주가 희석비율 공시 등의 제언도 나왔다.